직장인을 위한 최고의 선물, 직장인 밴드
SK에너지 Rock밴드 동호회 스크락(SKROCK)
정인석_SK에너지 마케팅기획팀 과장
‘즐거운 인생’이란 영화를 본적이 있는가? 이 영화에서는 각자의 삶의 무게와 애환을 가진 중년남자들이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다시 한번’ 활화산처럼 그 열정을 쏟아낸다. 빛나는 조명과 뜨거운 사람들의 환호, 무대 위에서 그들은 진정 살아있음을 느낀다. 20대에 타오르던 그 열정과 순수함이 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그들의 가슴 속에 아직도 활화산이 되어 끓어오르고 있었음을 깨닫고 그들은 이제 음악이 힘이 되어 세상을 더욱 힘차게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영화의 소재로 사용될 정도로, 직장인밴드는 이제 생소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가문화의 한 부류이다. 이제는 너무 유명해진 ‘갑근세밴드’를 필두로, 다양한 직장인밴드의 활동을 확인할 수 있으며, 현재 국내 약 2000여 개의 직장인 밴드가 활동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SK에너지의 사내 구성원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밴드인 스크락(SKROCK)의 멤버들로부터 직장인 밴드의 이모저모를 들어본다.
직장인 밴드 활동을 하면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
일요일이면 어깨에 기타를 매고, 혹은 드럼 스틱을 들고, 음악을 흥얼거리며 연습실로 향하는 경쾌한 발걸음.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직장인밴드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내가 하고 싶었던 음악을 스스로 연주하고, 노래하며 곡 하나하나를 완성해 나갈 때의 그 짜릿함은 업무에 지친 스트레스, 생활의 고단함을 씻어주는 생활의 큰 활력소가 된다. 간혹, 밴드활동을 하기 때문에 업무에 소홀하지는 않을까… 그런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오히려 밴드활동을 하면서 그간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활력을 얻어 주중에는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그런 오해는 절대 금물!
또한 멤버들간의 끈끈한 정! 이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큰 장점이다. 업무적인, 다소 딱딱한 관계가 아닌, ‘음악’이라는 관심사를 가지고 모인 멤버들은 합주를 하면서 호흡을 맞추고 음악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면서 나이, 직위, 성별에 관계없이 끈끈한 유대감을 가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평소에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무대라는 곳에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점. 스크락의 경우, 매년 사내 정기공연을 하고 있는데, 이 정기공연 때문에 사내에서 ‘스타’ 가 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멋진 공연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살면서 얼마나 있을까?
어려운 점은 없는지?
“다른 일정들로도 바쁠 텐데, 밴드활동까지 하기 힘들지 않아요?” 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물론 바쁜 업무, 가정관리, 개인일정 등 여러 가지 여건 상 밴드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다. 특히 결혼하여 가정이 있는 멤버들은 주말만큼은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기 원하는 가족들의 따가운 눈총을 뒤로 한 채, 연습실로 오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만큼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을 할 때 행복한 사람들이기에, 가족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주말 시간을 할애하여 열심히 연습해서, 멋진 공연을 보여줌으로써 보답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공연이 끝나고 휴식기에 들어가면 가정에는 소홀했던 시간의 몇 배로 더더욱 잘해야 한다. 회사 업무의 충실함, 가정의 행복이 전제되지 않은 밴드생활의 행복이 존재할 수 있을까?
또 다른 어려운 점이라면, 연습공간의 확보. 회사에 연습실이 마련되어 있어서 연습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연습이 시끄럽다 보니 회사에 마련할 공간이 충분치 않다. 그래도 요즘에는 연습실이 그나마 많이 생겨서, 회사 근처에 있는 지정 연습실을 잡아 3시간 정도씩 연습을 하고 있지만, 우리들만의 연습실을 가지고, 마음 내킬 때 가서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조금 큰 욕심이다.
직장인 밴드를 시작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지?
밴드 동호회가 회사에 있다면 과감히 문을 두드릴 용기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러나 사내에 밴드가 없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설령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다 해도 요즘은 인터넷과 많이 대중화된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먼저 맘이 맞는 동료들과 각자의 포지션을 정하고 그에 맞는 개인 장비를 구매한다. 예전엔 악기를 사려면 낙원상가를 가야 한다 할 정도로 유일한 곳이었지만, 이젠 인터넷으로도 쉽게 살 수 있다. 개인 지도를 받으려 한다면, 학원에서 본인에 맞는 적당한 악기를 추천 받는 것이 좋겠다. 악기의 가격은 성능이나 브랜드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중급의 전기기타가 약 50~70만원 선에서 구매 가능하다.
개인지도를 받으려면 밴드음악의 메카가 된 홍대 부근이나 종로 등지를 위주로 실용음악학원들이 많이 생겨났기 때문에 본인의 여건에 따라 가까운 곳의 음악학원을 찾아본다. 학원과 악기에 따라 다르지만 월 2회 개인강습을 받는데 약 15만원 내외가 소요되며, 시간은 평일 저녁, 또는 주말로 자유롭게 선택이 가능한 곳도 있다.
밴드 멤버가 모두 구성되면 공연을 계획하고 합주 연습에 들어간다. 먼저 합주실은 인터넷 사이트(밴드음악인들의 포탈사이트인 www.mule.co.kr이나, www.companyband.co.kr 등)에서 멤버 모두가 모이기에 적합한 합주실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합주실은 보통 1시간에 1~2만원의 대여료가 필요하며, 기타, 이펙터(기타의 소리를 변형하는 장비)등 개인장비를 제외한 엠프, 드럼, 키보드, 마이크 등이 제공된다.
연습 만으로도 밴드의 즐거움을 만끽 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밴드의 꽃은 공연이다. 공연이 처음인 밴드는 단독공연보다는 여러 밴드가 함께하는 연합공연이 바람직하다. 밴드 초기에는 연주 가능한 곡 수가 많지 않아 공연시간을 채우기 힘들 뿐 아니라 공연에 드는 비용을 분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력이 비슷한 다른 팀과 경쟁의식 속에 실력을 더 쌓게 되는 자극제가 되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자칫 가라앉을 수도 있는 공연장 분위기를 열광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관객의 반응이 공연의 성패에 가장 중요한데, 차례를 기다리거나 연주가 끝난 다른 밴드 멤버들이 서로 응원해주고 격려해주게 되어 공연을 광란의 분위기로 몰아가기도 한다. 홍대 근처의 라이브 클럽을 빌리는 데는 약 50~100만원이 소요된다. 회사의 강당 등을 활용하여 단독 공연을 진행한다면, 공연 음향 장비와 조명, Operator를 포함해 약 150~200만원이 소요된다.
밴드 활동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첫사랑의 경험을 평생 잊지 못하는 것처럼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기타를 들고 처음으로 많은 관객들 앞에 섰던 첫 공연이었다. 몇 개월간을 주말마다 연습하며 손에 물집이 잡히고 가족들에게 눈총을 받았지만 가장 어려웠던 것은 관객들 앞에 서는 것이었다. 공연시간이 1분 1초씩 가까워 질수록 심장 박동수도 빨라지고 몇 개월간 연습한 노래들이 머릿속이 새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관객들을 쳐다볼 수도 없었고 연습실에서는 한번도 틀리지 않았던 쉬운 코드도 잘못 잡기 일수였다. 긴장한 나머지 누군가에 뒤쫓기듯 박자는 점점 빨라지고 심지어는 기타 줄이 끊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실수에 바로 이어지는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격려에 한 시간여의 공연은 무사히(?) 끝났던 기억이 있다.
비록 많은 실수와 부족함이 많았던 공연이었지만, 공연 이후 느꼈던 성취감, 자신감은 그 어떤 경험과도 바꾸지 못할 행복감 그 자체였다. 그리고 여러 가지 실수들은 다음 공연을 잘 진행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공연 2주 전에 기타 줄을 새로 갈아 놓는 등 사소한 것들 하나 하나가 각 멤버들의 경험으로 쌓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연습, 공연 때 마다 조금씩 더 나아지는 모습에 자부심을 느낀다.
또한 회사 봉사활동의 연장으로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 모두가 하나같이 리듬에 몸을 흔들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연주를 하는 우리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음악을 하며 얻는 기쁨에 다른 누군가를 즐겁게 해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
직장인 밴드를 마음속에 두고 있는 직장인에게 한마디.
직장인 밴드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실력이 아니라 열정과 용기이다. 힘들게 시간에 쫓기는 직장생활에서 예전 학창시절 Rock Kid로서 가졌던 뜨거운 열정을 되살리지 않고는 쉽게 포기하기 마련이다. 특히 한 가정의 가장이라면 가정 관리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하므로 아이들을 재우고 늦은 밤이나 새벽에 남몰래 기타를 잡을 수 있는 열정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또한 열정을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용기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실력이 없어서, 남들의 시선이 싫어서 맘속에 열정을 숨기고 지내는 한 나뭇가지에 매달린 행복은 영원히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
산업사회가 점점 고도화 될 수록 업무 강도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예전에 열 사람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해내야 하는 것도 모자라 더 높은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지금의 직장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더 오래, 더 많이 일을 하기 보다는 여가 생활을 더 잘 보내는 것이 성과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좋은 여가 생활은 술/TV/도박 등 중독성이 있는 것 보다는 어느 정도의 땀과 노력을 들여야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중에 으뜸은 악기를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밴드는 직장인만이 누릴 수 있는 너무나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