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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있는글] 석유협회를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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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협회를 떠나며···



글·구익모|대한석유협회 상무


벌써 25년 6개월이 지나고 4월 18일자로 명예로운 정년퇴직을 맞이하게 되었다. ‘세월이 유수 같고 화살처럼 빠르다’는 말 외에 달리 적절하게 표현할 말이 없다. 석유협회가 첫 직장은 아니었다. 1980년 8월 당시 나는 그 때 네 번째 옮긴 직장에서, 그것도 입사 2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전직을 고민하고 있었다. 중동건설 붐이 한창인 시절이라 한 건설회사의 해외영업부에서 일하고 있던 나는 자원하면 3개월 이내, 싫어도 1년 이내에 중동에 나가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중동에 가지 않으려면 다시 직장을 구하는 수밖에 없었다. 마침 한 신문에서 ‘새로 창립하는 석유협회에서 직원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석유협회 창립준비업무를 맡고 있던 당시 석유공사(현 SK) 법제부에 지원서를 제출하였다.
당시는 이란왕정이 붕괴되고(1979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여(1980년) 제2차 오일쇼크가 진행중이었다. 유가급등과 석유 품귀속에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석유를 구하기 위해 중동 여러나라를 순방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석유에 대한 관심과 염원이 컸던 만큼 석유협회의 입사 경쟁은 매우 치열했다. 돌이켜 보면 석유 또한 중동과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이니 나와 석유협회의 만남은 운명(?)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석유협회 창립 당시 직원 중 정유회사 근무경력자는 당시 업무부장, 업무과장, 조사과 대리, 총무과 직원 등 네 명 이고, 나를 포함하여 나머지 직원들은 모두 석유와 정유산업에 문외한들 이었다. 초창기 협회 내 분위기도 아직 눈에 선하다. 신설 조직이 대부분 그런 것처럼 대리부터 부장까지 협회의 간부직원들이 모두 각기 다른 기업문화가 몸에 베어 있는 직장경력자들인데다가, 석유와 석유산업에 대한 기대치가 컸던 만큼 작은 조직에도 불구하고 융화가 쉽지 않았다. 나는 조사과장으로 보직을 받고, 처음에는 회원사를 위하여 무슨 일부터 하여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였으나, 우선 석유와 정유산업에 관한 정보 자료수집에 나섰다.
국내에 석유관련 서적이나 기타 간행물이 거의 전무하던 때여서, 나는 국립도서관과 주요 대학도서관, 회원사 등에 직원을 보내거나 직접 찾아 가, 소장하고 있거나 구독하고 있는 석유와 석유산업에 관련된 국내외 서적이나 잡지를 조사하기도 하고, 해외 주요 석유관련 기관과 메이저 석유회사들의 주소를 파악, 우리 협회의 창립과 기능을 알리고 석유관련 책자와 정기 간행물 등을 보내 달라는 안내장(Circular Letter)을 작성, 발송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하여 석유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구입하기 시작하면서, 회원사와 일반 국민들을 위한 조사 및 홍보자료의 발간 및 보급업무에도 착수할 수 있게 되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차에 넣는 휘발유와 풍로(곤로)에 넣는 등유, 보일러에 넣는 경유 등을 구별없이 ‘기름’으로 인식하던 시기에 석유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보급하는 것은 보람이자 긍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2차석유위기 직후를 겪고난 후 국내외 경제가 심한 불황에 빠지고, 그 영향으로 석유수요도 계속 줄었다. 일부 언론과 성급한 사람들은 정유산업이 사양화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후 IT산업의 등장으로 굴뚝산업은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았다. 그러나 석유는 역시 꺼지지 않는 불이었다. 오히려 최근에는 석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세계는 석유전쟁을 향하여 치닫고 있는듯 하기까지 하다. 우리나라 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며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경유산업은 이제 종합에너지 산업으로 탈바꿈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정유산업의 고도성장기에 석유협회에서 그 발전과정을 지켜 볼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된다.
재직하는 동안 회원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스러울 때도 있었고, 협회의 구조적인 한계와 제약으로 인해 좌절할 때도 있었다.

이제는 협회에서 있었던 모든 喜怒哀樂의 일들이 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채색되고 있다. 그동안 동고동락했던 직원들, 그리고 일하면서 만나 알게 된 모든 분들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내가 석유협회에서 근무했던 세월과 보고 배우며 쌓은 경험은 지울 수 없는 내 인생의 일부이자 내 남은 날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끝으로 정든 직장 석유협회를 퇴직하면서, 내가 근무하던 지난 4반세기 동안 석유협회가 현재와 같이 발전해 온 것처럼, 앞으로 맞이할 4반세기동안에도 회원사들의 지속적인 발전과 더불어 협회도 더욱 더 발전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제는 협회에서 있었던 모든 喜怒哀樂의 일들이 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채색되고 있다. 그동안 동고동락했던 직원들, 그리고 일하면서 만나 알게 된
모든 분들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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