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름을 만나다.
신지영
여행작가
2018년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일출과 일몰을 찾아 떠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장마가 시작됐다. 이 비가 그치면 가슴 설레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창을 두들기는 빗소리에 다가올 맑은 하늘이 보이는 듯해 어쩐지 마음이 더 설렌다. 이제 곧 시작될 발랄한 열기의 여름을 고대하며, 떠날 곳을 아직 찾지 못한 분들을 위해 여행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오래전, 여행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돈도 돈이지만 이동 수단이 무척이나 단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은 황금으로 불리는 석유의 발견으로 이동 수단이 발달하기 시작해, 현재는 한 가구당 자동차 1~2대 정도는 소유하고 있고 대중교통 또한 발달해 이동이 용이하다.
이제는 떠날 결정을 하고 장소만 선택하면 어디든 갈수 있다.
서해의 여름
석문방조제 > 당진 왜목마을 > 대호방조제 > 서산 삼길포항 > 태안 신두리해안사구 > 태안 천리포수목원
서해는 지형 특성상 일출, 일몰, 일출까지 볼 수 있어 연말연시에는 일출과 일몰을 보기 위한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더욱이 서울에서 2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주말을 이용해 방문하고 있다. 지금은 어느덧 한 해의 중반을 넘어서고 있지만 이맘때쯤 여름의 일출과 일몰을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길게 뻗은 석문방조제를 지나 왜목마을로 향한다.
서해의 일출은 서울과 가까워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거리라 인기가 많다. 하지만 서해에는 일출, 일몰, 월출 외에도 아름다운 여행지가 많다. 해안이 동쪽을 향해 돌출된 독특한 지형구조로 되어 있고, 육지가 멀리 떨어져 있어 일출과 일몰, 월출을 모두 볼 수 있는 서해의 땅끝마을이라 불리는 왜목마을, 배에서 직접 회를 썰어 파는 곳으로 유명해진 서산 삼길포항, 2001년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된 태안 신두리해안사구와 천혜의 아름다움 천리포수목원까지. 서해에는 서해만의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서해는 그 나름의 서정적인 분위기가 있다. 올여름, 발랄한 열기를 서해바다에서 조금 식히는 것도 좋지 않을까. 특히 천리포 수목원은 보유 수종이 목련 400여 종, 동백나무 380여 종, 호랑가시나무류 370여 종, 무궁화 250여 종, 단풍나무 200여 종을 비롯해 1만 3,200여 종에 달한다. 허가된 식물연구자나 후원 회원에게만 개방되었던 곳이다. 천리포 수목원 내에서 낙조 감상도 가능하고, 펜션도 운영하고 있으니 그곳에 숙소를 정하고 느긋하게 휴식을 가져보자.
다이내믹 낭만도시 여수
해양레일바이크 → 해상케이블카 → 엑스포해양공원 → 아쿠아플라넷 → 빅오쇼 → 해양공원 낭만포차
몇 년 전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가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 적이 있다. 물론 기존에도 여수는 관광도시로서 유명했지만, 한 가수의 노래로 여수는 단연 낭만적인 도시로 더욱 이름을 알렸다.
여수는 돌산도와 오동도, 장군도, 대경도, 소경도 등 아기자기한 섬들이 방파제를 이루어 천혜의 항구가 되었다. 한겨울에도 붉은 동백꽃이 피는 오동도, 한려해상국립공원, 검은 모래의 만성리 해수욕장, 해돋이가 아름다운 향일암 등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관광지가 지천에 있다.
그중 여수 엑스포해양공원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의 시설을 이용한 공원으로,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거나 가볍게 거닐며 산책하기 좋다.
해안가에 설치된 해양레일바이크를 타고 여수의 기암괴석과 푸른 바다를 즐기거나,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도심형 케이블카는 여수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케이블카 중 크리스털 캐빈을 선택한다면 투명한 바닥을 통해 발아래 아름다운 바다를 두고 짜릿한 스릴감도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오대양의 진귀한 해양생물을 담아 놓은 아쿠아플라넷, 시멘트저장소를 활용한 스카이타워 전망대 그리고 스카이플라이, 범퍼카, 미남크루즈, 엑스포기념관, 엑스포디지털갤러리 등 다양한 시설들이 있다. 낮에는 이런 다양한 시설에서 여러 체험을 하고 밤에는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멀티미디어 쇼 ‘Big O Show’를 관람하자. 워터스크린, 분수, 안개, 화염, 레이저, 조명으로 오감을 만족시킨다. 아쿠아플라넷과 엠블호텔을 지나면 오동도로 연결된 방파제와 이어진다. 가까운 곳에 ‘오동재’라는 한옥호텔도 있고 내 집처럼 편안한 게스트하우스도 있다.
엑스포공원에는 과거와 현재의 여수가 있다. 낭만적이고 다이내믹한 밤을 찾는다면 이곳, 엑스포공원으로 가자.
녹색의 바다에서 헤엄치다, 울산.
신화마을 > 장생포고래 박물관 > 장생포문화마을 골목투어 & 고래조각공원 > 대왕암공원 > 태화강 십리대숲
울산은 우리나라 ‘산업의 수도’라 불린다. 동해안의 수심 깊은 항구를 끼고 있는 데다 공단을 건설할 만한 넓은 땅, 그리고 도심 한가운데로 태화강이 흐르고 있어 공업용수와 생활용수를 쉽게 얻을 수 있어 대단위 공단이 이곳에 조성되었다.
산업도시라 해서 아름다운 풍광이 없지 않다. 어찌 보면 조금 딱딱한 공장지대를 연상할 수도 있겠으나 아름다운 곳이 무척 많다.
여름이라고 꼭 바다만 가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이번에는 아름다운 녹색이 있는 울산으로 가보자.
울산에는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불리는 신화마을이 있다. 울산 공단이 형성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게 되자 1960년대 만들어진 공단 이주민 촌이다. 골목마다 다양한 테마로 벽화가 그러져 있고, 역량 있는 화가와 조각가, 시인, 기획자들이 작업을 진행해 완성도가 높다. 자그마한 어촌의 골목을 연상케 하는 신화마을은 아기자기하고 예쁜 마을이다.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라 느긋하게 걸으며 사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다음으로 과거 장생포 고래잡이 어촌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장생포 고래마을은 옛날 간식거리와 교복 체험 등 소소하게 즐길 거리가 있다. 어른들에게는 그 시절의 추억을 생각나게 할 것이고 아이들에게는 TV 속에서 나 보던 오래된 골목길이라 즐거운 구경거리가 될 테다. 위쪽으로 고래마을 조각공원이 있는데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1984년 공원으로 지정된 대왕암공원은 선비들이 해금강이라 부를 만큼 경치가 아름답다. 바다를 배경으로 뻗은 소나무는 웅장하고, 소나무 숲길을 지나 면 나타나는 해안길은 무척 아름답다. 바스락대는 대나무숲이 인상적인 태화강공원의 십리대숲역시 가만히 힐링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올 여름, 아름다운 여행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