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기행 (2) - 쿠웨이트와 카타르
지난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번 산유국 기행 2편에서는 쿠웨이트와 카타르에 대해 소개한다. 두 곳 모두 작은 나라지만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산유국으로 우리나라만큼 경제적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게다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흥미로운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다만 최근 메르스 여파로 산유국이 많은 중동지역으로의 이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여행을 떠난다면 한국에서 여행지로 유명하지 않은 곳인 만큼 충분한 정보를 알아보고 안전에 유의하길 바란다.
작지만 강한 산유국 쿠웨이트
쿠웨이트는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이 잘 들어맞는 곳이다. 작은 땅덩어리에 비해 원유 매장량이 1040억 배럴로 세계 6위에 달한다(2012년 CIA 발표 자료). 첫 유정은 1936년에 건설됐고, 2년 후에는 쿠웨이트의 석유 매장량이 엄청나다는 것이 파악된다. 1946년에는 석유 수출을 시작하면서 산유국으로서 영향력을 조금씩 행사하게 된다. 이때부터 국민들의 ‘삶의 질’도 급속히 향상되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석유 때문에 여러 나라와 아귀다툼도 벌였다. 특히 1990년대 초반 걸프전이 대표적이다. 현 쿠웨이트의 기반은 전쟁이 끝난 1991년부터 쌓아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 이전 운영되던 1,000여개의 유정 중 상당수가 파괴되면서 복구에 많은 공을 들였고 다시 새로운 유정도 개척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전쟁으로 인해 자연유산과 관광자원들도 상당히 파괴됐지만 꾸준한 복구를 통해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되살렸다.
여행의 중심지 쿠웨이트시티
쿠웨이트시티는 우리나라의 서울 같은 곳이다. 도시적인 관광지로 편리하게 이곳저곳을 다니기 좋다. 이곳은 약 300년 정도 전부터 사람들이 거주해 역사가 길진 않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무역 항구로서의 면모를 가지게 됐고, 석유 이전에 진주로 부를 창출했던 곳이다.
이곳에서 여행의 첫걸음을 떼기 좋은 곳은 국립박물관이다. 이슬람의 문화유산을 폭넓게 갖추고 있으며, 특히 유명한 쿠웨이트 왕족인 알 사바하(Al-Sabah) 가문의 수집품이 전시돼 있다. 아쉬운 점은 걸프전 당시 이라크가 박물관을 약탈 및 파괴한 부분인데, 전쟁 이후 대부분의 유물을 돌려받았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국립박물관 근처에서 베두인 예술과 공예품을 취급하는 사두 하우스도 눈요기로 그만이다. 석고와 산호로 만든 건물 안에서 이색적인 특산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재미도 있다.
유물로 쿠웨이트의 과거사를 체험했다면 랜드마크인 쿠웨이트타워에서 현재의 모습도 만나보자. 마치 N서울타워(과거 남산타워)처럼 360도 회전해 시에프 궁을 포함한 시내 곳곳을 손쉽게 조망할 수 있다. 1979년 개장했는데 3개의 탑 중 가장 큰 것이 187m에 달한다. 마치 꼬치에 과일 2개를 꽂아놓은 듯한 형태인데, 위쪽 구에는 전망대가 아래쪽에는 레스토랑, 커피숍 등이 있다. 밤이 되면 아름다운 조명도 켜지니 여유가 된다면 둘러보도록 하자.
사이언티픽 센터는 아이들과 함께 가면 더욱 좋은 곳이다. 가장 인기인 아쿠아리움에선 사막, 해안, 바다의 3가지 구역에서 다양한 동식물을 만나볼 수 있다. 디스커버리존은 과학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체험장이라 할 수 있다. 건물 옆 부두에선 전통 선박을 감상할 수 있고, 주변 해안 공원도로에서 산책을 즐기기도 좋다.
청동기 문화유산의 보고 파일라카섬
나라가 작은 쿠웨이트는 몇 개의 섬이 있는데, 이 중 부비얀섬과 파일라카섬이 잘 알려져 있다. 부비얀은 관광지라기보다는 개발 사업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이와 달리 파일라카섬은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통한다. 청동기 시대의 딜문(Dilmun) 문명의 문화유산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아름다운 자연경관도 함께 즐길 수 있다. 특히 그리스 시대의 신전도 만나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쿠웨이트는 1년 내내 수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의 페르시아만과 인접해 있다. 덕분에 어느 해변에 가더라도 수영,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 윈드서핑, 요트 등 다양한 레저를 체험하기에 좋다. 청정한 바다에서 즐기는 해양스포츠로 마음까지 맑아지는 기분이 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석유에 대한 관심이 많다면 알아마디에 가는 것도 추천한다. 쿠웨이트석유회사(KOC)가 위치한 곳으로 쿠웨이트의 석유산업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전시관도 갖춰져 있다.
쿠웨이트 여행 시 주의사항
쿠웨이트는 외교부에서 지정한 여행유의 국가이며, 여행비자는 공항 또는 스폰서를 통해서 발급받는다. 무슬림 국가지만 개신교, 천주교 등의 일부 종교활동도 지정된 교회에서는 가능하다. 외국인은 노출이 심한 옷을 자제해야 하는데, 특히 여성은 히잡을 쓸 필요는 없지만 무릎을 덮는 치마와 어깨를 가리는 상의가 필수다. 술은 가지고 있기만 해도 형사처벌 대상이며, 호텔을 포함해 어디서도 마실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라마단 기간에는 공공장소에서 흡연 및 취식행위도 불가하다. 5~8월에는 극심한 고온으로 여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 풍부한 자원부국 카타르
카타르는 땅덩어리가 우리나라의 1/8 정도임에도 부러울 정도로 많은 천연자원을 보유한 산유국이다. 2012년 CIA 발표 자료에 따르면 원유 매장량이 253억 배럴로 세계 12위이며, 천연가스 매장량은 25조 3700억 입방미터로 세계 3위다. 석유가 발견된 시기는 1939년이지만 2차 세계대전 후 개발이 본격 시작됐다. 당시 영국 지배하에 있어 자체 영향력이 미미했으나 1971년 독립하면서 위세가 달라졌다. 이제는 자원부국으로서 풍족하게 살아가고 있다.
전통과 첨단 공존하는 도시 도하
카타르에 방문한다면 수도인 도하는 1순위로 가야할 곳이다. 한국인들에게는 1994년 월드컵 예선에서 한국이 극적으로 본선에 진출한 ‘도하의 기적’을 선사한 곳으로 유명한데, 최근에는 2006년 아시안 게임 개최지이자 2022년 월드컵이 열릴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도하는 카타르 문화의 중심지로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도시다. 멀리서도 보이는 화려한 고층 빌딩들이 우선 이목을 끌고, 가까이 다가가면 이국적 전통 건축물들이 서서히 눈에 띈다. 코르니시 거리는 이 화려한 빌딩들의 모양새를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아름답기로 유명한 아라비아만에 접해 있는 산책로다. 한쪽으로는 시원한 바다가 보이고 반대쪽으로는 다양한 꽃과 나무가 잘 심어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카타르인들도 많이 만날 수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한강공원이나 호수공원처럼 운동이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고, 바다낚시도 하는 일상의 모습을 살갑게 체험할 수 있다. 산책 중에 마천루를 배경으로 한 기념사진은 꼭 남겨두자.
코르니시 거리를 걷다보면 등장하는 이슬람 아트 박물관은 이슬람 문화의 결정체를 보여주는 곳이다. 2008년에 코르니시 앞바다 인공 섬에 개관한 곳으로 탄성이 절로 나오는 고대 예술품들이 즐비하며 즐거운 문화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아주 가끔은 우리나라의 고대 유물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것도 존재해 더 흥미가 돋아난다. 무료입장이라는 것도 황송할 정도로 볼거리가 풍부하니 주저 없이 방문하길 바란다.
도하 시내에서는 전통시장인 수크 와키프에 가보는 것이 좋다. 카타르 전통의상과 향신료, 향수 등 아라비안 냄새가 짙게 풍기는 다양한 상품들과 함께 친구들에게도 선물하기 좋은 기념품들이 즐비하다. 조류인 매를 사고파는 곳도 있어 눈요기에 그만이다. 레스토랑과 카페 등도 많아 허기를 채우거나 차를 마시는 여유도 즐길 수 있다. 타 중동지역과 달리 아라비안만에 접해있어 신선한 어패류를 언제든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다만 노점도 많고 현지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곳이니 번잡한 느낌은 들 수 있겠다.
해상 레저의 천국, 사막 드라이브도 강추
도하에서는 레저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잘 꾸며진 인공산호를 볼 수 있는 스쿠버다이빙을 필두로 아라비아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세일링 요트와 윈드서핑, 제트스키와 수상스키, 카약, 페달보트, 워터 사이클 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동국가의 매력이 물씬 묻어나는 사막 드라이브를 가장 추천하고 싶다. 얼마 전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소개됐는데 SUV에 탑승해 사막을 질주하는 것이다. 속도감이 탁월하며 모래 언덕을 오르내리다 보면 롤러코스터보다 짜릿한 순간도 경험할 수 있다. 훈련된 드라이버들이 운전하기 때문에 사고는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안전벨트는 필수다.
카타르는 경기도 정도의 크기라 도하만 다녀와도 많은 것을 보고 충분히 만족감을 얻을 수 있지만 그 외에도 멋진 볼거리가 많다. 산업 중심지인 움 사이드에서 아름다운 해변과 항구들을 감상하거나 소도시 알 와크라에서 모스크, 오래된 첨탑, 요새, 바람탑 등 아랍 전통양식의 건축물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놀이동산과 파라솔 등을 갖춘 해안가가 인상적인 알 코르,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비비큐, 민속놀이, 캠핑 등을 즐길 수 있는 코르 알 다이드도 추천하는 곳이다. 카타르는 압둘 와합 모스크 같이 무슬림이 아니라도 방문할 수 있는 종교시설도 다양해 식견을 넓히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카타르 여행 시 주의사항
카타르를 여행하려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비자 취득이 필수다. 해외에서도 결제가 되는 카드를 꼭 지참하는 것이 편리하다. 이와 함께 예약한 호텔 숙박권도 제시해야 입국이 가능하다. 카타르 내에서는 무슬림 문화와 종교적 법률에 신경 써야 한다. 우선 여성의 옷차림은 단정해야 하며 피부 노출이 많은 옷을 삼가야 한다. 일부 허가된 곳 외의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실 수 없으며, 이성간 애정행위도 금해야 한다. 타인에게 발바닥을 보이거나 발을 사용해 가리키는 것은 모욕적인 행동으로 인식되니 조심해야 한다. 석유, 가스 등의 시설에서 사진촬영은 불가능하다. 기도하는 사람의 앞을 지나가거나 말을 걸어서도 안 되고 담요도 밟지 않도록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