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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드링크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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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드링크와 생활

글: 이동훈(과학 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언제부터인가 우리 곁에 자리잡은 이런저런 에너지 드링크들. 일 권하고 잠 안 재우는 사회 풍조 탓에 이런 음료 좀 벌컥벌컥 마셔주지 않으면 촌놈 내지는 게으름뱅이 취급을 받는 분위기도 알게 모르게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에너지 드링크를 과용할 경우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던데... 오늘도 밤을 잊으려는 당신의 손에 들린 에너지 드링크. 과연 어떤 물건일까?


<몬스터>, <레드불>, <핫식스> 등의 제품 잘 알려진 에너지 드링크는 주로 카페인 성분의 각성제를 다량으로 함유한 음료로서, 사용자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각성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제조되었다. 커피나 차, 콜라 등 카페인을 함유한 다른 전통 음료들도 에너지 드링크와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런 것은 보통 에너지 드링크로 간주되지 않는다.
2011년 8월, <레드불>의 국내 시판이 시작된 이래 국내 에너지드링크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1년 300억 원이던 것이 올해는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1000억 원이 되었다. 업계 매출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에너지 드링크 구매자의 41%가 20대, 23%가 10대였다. 그 뒤를 30대(21%), 40대(15%)가 차지해 젊은 사람들이 주로 찾는 것으로 분석됐다. 학습과 업무로 바쁜 학생과 직장인들이 잠을 줄이고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 먹는다는 얘기다.

에너지 드링크의 주요 성분
그러한 효과를 이끌어내는 에너지 드링크의 주성분은 역시 카페인과 타우린이라고 할 수 있다. 
카페인은 각성효과를 얻기 위해 투입되며, 그 효과는 사용자의 체중, 성별, 카페인 민감도에 따라 차이가 난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카페인의 항산화제 성분을 적절히 섭취할 경우 알츠하이머병 예방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카페인은 각성작용 및 운동지구력 증대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과량복용 시 심계항진 내지는 불면증을 초래할 수 있다.
타우린은 일종의 아미노산으로, 피로회복은 물론 뇌 교감신경 억제 및 심혈관 계통 질병 예방에 좋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체내에서 필요한 양이 합성되지만 성인 중환자나 유소아의 경우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에너지 드링크에는 안전 기준치 이내인 240cc 당 1,000밀리그램의 타우린이 함유되어 있다. 일부 에너지 드링크 제조사에서는 타우린이 운동 능력을 증대시킨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검증된 바 없다.
그 외에도 에너지 드링크에는 종류에 따라 과라나(아마존에서 나는 카페인이 함유된 식물), 비타민 B, 글루쿠로노락톤, 카르니틴, 인삼, 은행잎 등의 성분이 들어 있다. 설탕 등의 감미료, 허브 추출물, 아미노산 등이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에너지 드링크의 무시못할 또 다른 주성분은 바로 칼로리라고 할 수 있다. 슈가프리 버전이 아닌 모든 에너지 드링크는 당분이 들어 있어 열량이 있다. 때문에 에너지 드링크를 즐겨 마시는 사람은 체중감량이나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대부분의 에너지 드링크는 240cc당 100칼로리 정도의 열량이 있다. 일반적인 탄산음료 수준이다.

에너지 드링크에 가해진 과학의 메스
앞서도 살펴보았듯이 에너지 드링크의 주된 수요층은 한창 나이의 청소년 및 청년층이다. 그렇다면 에너지 드링크는 이들에게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일까.
지난 2011년 사라 M. 세이퍼트 등이 공동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에너지 드링크의 주성분인 카페인을 과량 섭취할 경우 심장질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아동과 청년층에 많이 나타나는 유전성 심장병인 이온 채널병과 비후형 심장근육병증의 상태를 악화시켜 고혈압, 실신, 부정맥, 급사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에너지 드링크를 과용해 많은 칼로리를 공급받으면 혈압, 혈당, BMI(체질량지수)가 상승하고, 칼슘 결핍, 치아 문제, 우울증, 낮은 자존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에너지 드링크에 들어있는 당분과 카페인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식후 고혈당 증세를 일으키고, 이는 아동들에게 당뇨병을 초래할 수도 있다.
아울러 사춘기 초기는 뼈의 칼슘 축적이 최0대에 달하는데, 이 때 다량의 카페인을 섭취하면 뼈의 칼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에너지 드링크 중에는 알콜이 함유되어 있는 제품도 있다. 그리고 술을 마실 때 느리게 취하기 위해 에너지 드링크를 함께 마시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는 건강상 매우 위험하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알콜을 에너지 드링크와 함께 섭취할 경우 알콜과 카페인, 타우린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급성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에너지 드링크 제조사들은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면 운동 능력도 증대된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실험 결과 에너지 드링크를 투여받은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 사이에 유의미한 달리기 능력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뭐든 과용하면 좋지 않다
에너지 드링크의 안전성은 실험실 내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세계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2001년 당시 18세이던 아일랜드 운동선수 로스 쿠니가 레드불 4캔을 마시고 농구를 하다가 사망했고, 레드불 판매승인 문제는 유럽 사법 재판소에까지 올라갔다. 2012년 11월에는 체첸 공화국 대통령 람잔 카디로프가 에너지 드링크 판매 금지 법안을 만들 것을 자국 정부에 촉구했는데, 체첸에서 2012년 한 해 동안 에너지 드링크로 인해 1명이 사망하고 530명이 입원한 것이 그 이유였다.
사실 에너지 드링크는 음료수라기보다는 ‘의약품’에 더 가까운 물건이며, ‘내일의 활력을 오늘로 당겨 쓰는’ 물건이고, 제조사가 주장하는 효능도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그리고 오남용할 경우 반드시 탈이 나는 것은 모든 의약품의 숙명이다.
물론 여러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적법한 안전인증절차를 거쳐 에너지 드링크가 팔리고 있다. 그러나 제조사가 주장하는 ‘안전함’도 어디까지나 제조사와 정부가 제시한 안전기준 내에서 섭취했을 때에만 보장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 에너지 드링크 없이 살 수 없다면, 적정량만을 섭취해야 건강에 해가 없다. 특히 다른 알콜 음료나 카페인 음료와 섞어 마시는 행위, 더 나아가 속칭 <붕붕드링크> 같은 강력한 각성제로 개조해서 섭취하는 행위는 결코 섭취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또한 적정량만을 섭취하더라도, 섭취 중 이상이 생기면 반드시 섭취를 중단하고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에너지 드링크가 몸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무설탕 아이스티나 커피, 운동량의 하향조절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에너지 드링크는 가게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충분한 수면과 식사가 바로 그것이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야생동물들은 에너지 드링크를 먹지 않아도 늘 힘이 넘치지 않는가?   

<사진설명>
이동훈 증명사진
001 이런저런 에너지 드링크가 어느새 우리의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어와 있다.
002 에너지 드링크의 가장 주된 효능은 각성과 피로 회복이다. 하지만 그 외에 제조사가 주장하는 효능 중에는 검증되지 않은 것들이 상당히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003 에너지 드링크는 음료수라기보다는 의약품에 더 가까운 물건이다. 권장량만을 섭취해야 하며, 다른 음료와 섞어 마시는 행위는 건강에 대단히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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