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박진영 | 작가(성신여대졸업)
'이코노미세계', '위클리경향'등 문화에디터로활동
삶의 기쁨과 만족을 주는 것도 사랑이지만 사랑처럼 인생을 파란만장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사랑을 하는 순간부터 사랑에 자신을 옭아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시작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비극을 잉태하고 있다.
비극으로 치닫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오페라가 비제의 <카르멘>이다. 남자를 유혹하는 것부터 시작되는 <카르멘>은 초연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줄거리였다. 당시에 프랑스 오페라 무대에서는 지고지순한 여인의 사랑이 유행이었지만 카르멘은 불같은 정렬로 사랑을 하고 사랑이 끝나면 얼음처럼 차가운 여자로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카르멘>의 원작은 1845년 발표한 프로스페의 소설 <카르멘>으로서 배경은 스페인 세비야다. 직업 군인 호세는 카르멘의 유혹에 넘어가 천국 같은 사랑을 경험한다. 사랑에 빠지면 빠질수록 호세는 카르멘의 사랑을 구걸하게 되고 순진한 남자에게 관심이 멀어진 카르멘은 그를 버린다. 호세는 자신을 옭아매려는 일체의 사랑을 거부한 카르멘에게 집착하게 된다. 결국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는 카르멘을 죽임으로서 사랑을 끝낸다.
총 4막으로 되어 있는 <카르멘>은 세비야의 담배 공장과 위병소 중간의 광장에서부터 시작된다. 담배 공장 휴식시간에 아름다운 집시 처녀 카르멘은 광장에 있던 모든 남자들에게 관심을 받지만 애인이 있었던 호세는 그녀에게 냉담했다. 카르멘은 냉담한 호세를 유혹하기 위해 <하바네라>를 부른다. 카르멘이 부르는 1막의 가장 유명한 아리아 하바네라는 사랑의 변덕을 스페인 특유의 강렬한 리듬에 담아 이국적인 선율을 선사하고 있다. 카르멘은 하바네라는 유혹적으로 부르면서 꽃 한 송이를 호세에게 주고 공장으로 들어간다. 꽃을 받은 호세는 마음이 흔들린다.
2막은 릴리스 바스티아 술집이 배경이다. 카르멘을 도망치게 한 죄로 감옥 생활을 한 후 출감한 호세는 릴리스 바스티아 술집을 찾는다. 카르멘은 호세를 기다리는 동안 투우사 에스카미요가 술집에 등장한다. 그의 등장과 <토레아도르-투우사의 노래>를 열창한다. 토레아도르는 투우사를 지칭하는 말로서 투우사의 노래는 2막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다.
3막은 밀수업자들과 함께 생활을 하게 된 카르멘과 호세는 바위산에 은신해 있다. 은신처에서 두 사람은 맺어졌지만 잘못된 선택 때문에 삶이 틀어져 버린 호세는 불행을 느끼고 호세의 질투 때문에 카르멘은 싫증이 나있다. 미카엘라는 아리아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네>를 부르면서 신에게 애인 호세가 집에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를 올린다. 카르멘은 투우사 에스카미요의 구혼을 받고 호세는 카르멘에게 돌아오겠다고 이야기 하면서 마카엘라를 따라 집으로 돌아간다.
4막에서 세바야 광장에서 카르멘과 호세는 만난다. 호세는 사랑을 호소하고 카르멘은 에스카미요를 사랑한다고 선언하면서 호세가 준 반지를 빼서 던진다. 서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두 사람이 부른 <카르멘과 호세의 이중창>이 유명하다. 결국 분노를 참을 수 없었던 호세는 그녀를 단도로 죽인다.
'비제'는 프랑스의 음악가 부모 밑에서 일찍부터 음악을 공부하고 파리음악원을 거쳐 로마에 유학하였다. 1863년 오페라<진주잡이>로부터 오페라 작곡을 시작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 지금은 가장 유명한 오페라 중의 하나인 <카르멘>도 초연에는 흑평을 받아 그 충격으로 3개월 뒤 그는 37세의 나이로 죽었다.
<카르멘>은 그가 죽은 뒤 비로소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밖에도 여러 유명한 노래가 있다. 독립된 노래나 연주곡으로 유명한 '투우사의 노래' 호세가 부르는 정열적인 '꽃의 노래' '제3막의 3중창' 등이 오페라 여기저기에 등장한다. 특히 제4막 마지막 부분에서 카르멘과 호세가 부르는 이중창 장면을 매력만점이다.
<카르멘>이 초연에 실패한 이유는 낭만적인 선율과 지고지순한 사랑에 익숙했던 파리의 오페라 계에 자유롭게 사랑하는 여자에게 호감을 느낄 수 없었으며 더군다나 밀수, 살인 등 가족끼리 관람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번 공연은 베세토 오페라단이 카르멘 공연을 위해 호세 쿠라, 마르티 누치 등 대가들을 지휘한 거장 마에스트로, 전 유럽을 대표로 하는 카르멘 전문 연출가등의 스템진들을 구성하여 관객들의 만족을 한층 더 해주었다.
특히 이번 카르멘 공연은 한국을 대표하는 프리마돈나 김인혜, 화려한 기교의 소프라노 김지현, 뜨거운 심장과 부드럽고 감미로운 음색을 소유한 신예 터너 김병오, 기품 있는 목소리로 열정을 노래하는 소프라노 이세진등을 이루는 무대를 선보임으로써 한국 오페라 팬에게 카르멘의 진수를 선보였다.
세계오페라 페스티벌을 서울과 인천 등 지방에도 공연하므로 서 한국 오페라문화에 인상을 깊이 심어주기도 하였으며, 카르멘 역을 800회 이상 성공시킨 체코에서 매년 최고의 성악가로 선정되고 있는 메조소프라노 '갈리아 이브라리모바'가 출연해 정열의 집시 여인 카르멘을 연기해서 박수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