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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문화의 주옥같은 유적들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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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문화의 주옥같은 유적들을 찾아서

김도형 | 대한석유협회 정책협력팀

이집트는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여름 날씨가 45도에 육박하는 등 사막기후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며, 관광인프라는 고약하고, 서울에서 가려면 직항편도 없는 비행기를 타고 14시간 반 동안 꼼짝없이 비행기에 갇혀 있어야 한다. 쉽사리 갈 것을 결정하기 어려운, 낯선 곳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왜 이집트인가?

먼저, 이집트 유적은 초고대문명으로써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듯한 신비와 미스테리함을 간직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5,000년 전, 그러니까 기원전 3,000년 경에 나일강 유역에 통일국가가 들어섰다. 한국에서는 아직 고조선이라는 통일국가가 성립하기 전이었고, 아직 신석기시대로써 암사동 유적이 만들어질 때였다. 이때 이집트는 이미 통일국가를 건설하고 거대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더 이해되지 않는 것은, 이렇게 빛나던 문명은 후대로 전승되지 못하고 정체되다가 그대로 없어져버렸다는 것이다.

후대로 갈수록 건축물의 크기가 작아지고 모양이 조잡해지는 특성을 보여주는 것은 문명의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특성은 후대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외계인이 문명을 전파했다거나, 먼 옛날에 현대보다 더 뛰어난 초문명이 존재하였으나 후대로 전승되지 못하고 멸망당했다는 그럴듯한 설명을 지어내게 하기도 하였다.그리고 이집트는 타 고대문명보다 보존성이 더 좋다. 인류의 4대문명중에서 나일 문명을 제외한 인더스, 메소포타미아, 황하 문명은 5천년이라는 세월의 힘 아래 거의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그러나 나일문명이 발생한 이집트는 사막기후의 건조함으로 인해 그나마 많은 것이 보존되었으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래언덕이 유적을 덮어버려 인간 등에 의한 파괴를 피하여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많은 것이 살아남았다.(물론 상당수의 유적은 도굴꾼의 손길까지 피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또한 이집트는 유럽 문명의 근원이 발생한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다. 나일강에서 발생한 문명은, 페니키아와 그리스, 그리고 로마를 거쳐 전 유럽에 퍼졌고, 결국에는 미국과 전 세계에 그 영향을 미쳤다. 이집트 문명이 현재를 창조한 것이다. 결국, 현대를 지배하고 있는 문명의 근간은 이집트에서 시작한 것이며, 이집트를 보는 것이야 말로 인류의 시초를 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유럽의 건축양식을 심심치 않게 이집트의 고대 유적에서 볼 수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집트는 우리가 방문하기 쉽지 않은 사막과 (북)아프리카 지방, 이슬람지역을 같이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지구에서 대규모 사막지역은 주로 중동지역과 사하라지역, 몽골지역, 미국 서부지역에 펼쳐져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하라지역 사막의 동쪽이 바로 이집트이다. 습도가 없고 생물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인 사막은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온 것 같은 아주 이질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또한 북아프리카라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도 있는데, 중동과 흑인의 혼혈로 추정되는 나미비아인들이 이슬람교를 믿고, 간단한 농경과 유목을 주업으로 하며, 직물에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고, 홍차와 민트티를 즐겨 마시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이집트는 수많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꼭 한번쯤은 여행해봐야 할 장소임에 틀림없다. BBC에서 실시하는 “죽기전에 꼭 보아야 할 50곳”에서 이집트는 3곳이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하였다(피라미드, 룩소르, 아부심벨).

그렇다면 이집트의 어느 곳을 방문해야 할까? 이집트는 나일강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도시가 몰려있으며, 따라서 특별히 사막지역이나 시나이반도를 가지 않는 이상 나일강을 따라서 이동하게 된다. 나일강의 하구에 있는 카이로를 구경한 후 나일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룩소르와 아스완을 관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카이로는,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말 말 그대로, 역사와 전통이 숨쉬는 도시이다. AD 600년 이전부터 존재했던 이 도시는, 고대 이집트 왕국의 수도이기도 하였으며, 그 후에는 로마에게 정복당하여 영향을 받았고, 그 후에도 콥트교(초기 기독교)의 거점으로써, 또 오스만 투르크의 점령지로써 이슬람의 전파지로, 프랑스와 영국의 식민 통치지역으로써, 아랍의 맹주로써 수많은 경험을 하였고, 각각의 경험을 고스란히 도시 안에 녹였다. 따라서 여행자들은 이집트 고고학박물관에서 그 유명한 투탕카멘의 마스크를 구경할 수도 있고, 예수님이 잠시 애굽으로 피난오신 성조지성당으로 성지순례를 할 수도 있으며, 후세인 모스크에서 이슬람의 향기를 느낄 수도 있고, 카릴리 시장에서 현대 이집트인의 활기를 느껴볼 수도 있다.

카이로에서 차로 20~30분이면 도착하는 기자의 피라미드군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 중에 하나이며, 아마도 지구 바깥에서도 유명한 건물일지도 모른다.(피라미드는 인공위성에서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인공건축물 중 하나이다) 여러분이 직접 보면 그 압도적인 거대함과 풍광, 그리고 더위와 바가지상혼에 입을 다물수가 없을 것이다. 흔히 기자에는 피라미드가 3개만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9개가 있으며, 3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크기가 작거나 많이 허물어져있어서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당시의 기술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크기와 정교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때는 외계인이 만들었다거나 초문명에 의하여 지어졌다고 믿어지기도 하였으며, 지금도 피라미드의 건축공법과 건축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지금은 벽돌이 쌓인 모양을 하고 있으나 원래는 겉에 회벽을 칠하여 반듯한 흰색 사각뿔모양이었다고 하며, 아직도 그 모습의 일부가 남아있다. 피라미드의 안에서는 좁은 통로와 환풍구, 석관이 발견되었으며, 추가비용을 지불하면 들어가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통로가 워낙 좁아 몸을 웅크린 자세로 20분동안 급경사를 기어 올라가거나 내려가야 하여 매우 불편하며, 불빛도 어두운 편이어서 특히 폐쇄공포증을 가진 사람은 입장하지 않는 것이 좋다.

피라미드 옆에는 그 유명한 스핑크스가 있다. 보존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바로 옆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하며, 지금도 여기저기서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한번이라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그 주변은 북새통을 이룬다.

피라미드 근처에는 낙타를 몰고 다니면서 한번 타볼 것을 권유하는 잡상인들이 많다. 물론 피라미드와 사막과 낙타가 함께 있는 풍경은 정말 한 폭의 그림엽서같이 멋지지만, 아무쪼록 신중하게 생각하길 바란다. 낙타는 보통 한 시간 단위로 대여되는데 이는 그 한 시간 동안 낙타 등 위의 땡볕에서 시달려야 하며, 또한 그 시간동안 북아프리카 특유의 들이대는 상술로 무장한 상인의 잡동사니 구입 권유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낙타의 키가 매우 큰 탓에 낙타에서 혼자 내리기가 무척 어려워 이를 악용한 상인들이 낙타에서 내리는 것을 대가로 20달러를 요구해 오는 것도 각오해야한다.

상이집트(나일강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남쪽이 상류가 된다)의 중심지인 룩소르에서는 이집트를 대표하는 고고학의 요람과 같은 곳이다. 이 곳에는 람세스와 투탕카멘 등의 파라오들의 무덤이 있는 왕가의 계곡, 유일한 여자 파라오인 하트셉수트가 직접 지었으며 독특한 건축양식으로 유명한 하트셉수트 장제전, 고대이집트 특유의 신전양식을 집대성한 카르낙신전 등이 있다.

룩소르에서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수단 북쪽에 아스완이라는 지역이 나온다. 이곳은 흑인혈통이 섞인 누비아인들이 생활하고 있으며, 아부심벨신전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부심벨은 그 웅장한 크기와 아름다운 조각으로도 유명하지만, “세계유산”의 의미를 처음 적용하게 된 신전으로도 유명하다. 이집트에서 나일강의 범람을 방지하기 위해 아스완하이댐을 건설하여 아부심벨이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유네스코에서는 아부심벨 신전을 분해, 70미터 위에 있는 산으로 옮겨 재조립하여 아부심벨을 수몰에서 구했는데, 이 사건으로 인하여 지구촌의 유적은 그 나라의 것이 아닌 전 세계의 것이라는 개념이 확립되었고, 이로 인하여 세계유산협약이 탄생하고 세계유산이 지정되기 시작하였다. 가끔 신문에서 나오는 “종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같은 기사는 알고 보면 바로 아부심벨 때문에 생기게 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분은 사막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도 황금빛 모래언덕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그곳을 낙타 한 마리가 유유히 지나가는 광경을 상상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풍경은 사막의 일반적인 풍경이라고 보기 어렵다(이집트의 서쪽으로 리비아국경 근처까지 가면 그런 사막이 펼쳐진다) 보통은 마치 건물짓기 전의 공사장처럼 아무것도 없는 황폐한 광야. 이것이 바로 사막이다. 이집트 서쪽의 서부사막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모래사막과 함께 흑사막과 백사막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흑사막에서는 사막 위에 철광석이 잘게 흩어져 있어 그 색깔이 검게 보이기 때문에 흑사막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철광석 대신 석회암이 얇게 깔려 있는 곳은 색깔이 하얗게 보이기 때문에 백사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둘 다 그 광경이 기기묘묘하여 이국적인 풍광을 넘어서 아예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석화암 덩어리가 풍화되어 버섯의 모양을 갖춘 “머쉬룸”과, 수정이 생성되고 있는 중인 “크리스털 마운틴”, 철광석이 풍화되어 꽃처럼 모양이 바뀐 “플라워스톤”이 모두 사막에서 볼 수 있는 구경거리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멋진 풍경은 사막에서 담요한장만 깔고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이다. 주위에 높은 언덕이 없어 반구가 모두 별로 꽉 차며, 습기가 전혀 없기 때문에 구름이 없어 모든 별들이 총총하게 빛난다. 게다가 뽀얀 은하수가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광경까지...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밤에는 또한 사막여우를 만날 수도 있는데, 생떽쥐뻬리의 “어린왕자”에서 왕자와 친구가 되어 서로 길들임을 말하던 그 “여우”이다. 실제로도 매우 귀가 커서 귀엽다. 본래는 조심성 많은 성격이지만 많은 여행객을 만나면서 여행자들에게 먹이를 얻어먹는 법을 터득하여 매우 근처까지 다가와서 먹이를 먹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

이렇게 볼 거리가 많은 이집트. 하지만 낯설고 위험할 거란 선입관 때문에 왠지 여행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집트는 어떻게 여행해야 할까?
사람들이 제일 걱정하는 것은 기후와 치안이다. 먼저 기후의 경우에는 알고 있다시피 사막기후이기 때문에 특히 여름의 아스완 지방은 기온이 45도에 이를 정도로 덥다. 게다가 습도가 없기 때문에 구름도 없고, 직사광선이 관광객들에게 따갑게 내리쬔다. 경험해 본 대로 말하자면, 여름에 여행하는 것은 엄청난 체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다지 권하고 싶지는 않고, 겨울에는 20도 정도로 그나마 선선한 기온이 되기 때문에 권유할 만 하다. 치안 또한 많이 걱정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이집트정부는 관광객 보호를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으며 주요 유적지를 방문할 때, 호텔에 들어갈 때 등에는 경찰의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로 테러, 절도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사기 또는 괴롭힘은 매우 보편화되어 있다. 성품이 느긋하기 때문에 호텔 서비스 등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마음이 편할 것이다.

친구들에게는 어떤 기념품이 좋을까? 이집트 면은 괜찮은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면티, 특히 상형문자를 수놓은 티를 많이 사가는 편이다. 샌드워크라는 제품이 있는데, 유리병에다가 색색깔의 모래를 넣어 그림을 만드는 작업을 말하고, 이집트 특산은 아니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물건 자체의 특색이 있어 한번 볼만 하다. 이집트인들은 자신들이 처음으로 향수를 썼다고 주장하며 향유를 자랑하지만, 가격상의 메리트 이외에 딱히 발달된 향유제작기술은 보이지 않는다. 파피루스는 당연히 제일 유명한 이집트의 기념품인데, 요새는 파피루스를 구하기 힘들어 바나나 껍질 등을 대충 이어붙인 가짜 파피루스 제품이 대부분이다. 진짜 파피루스는 쉽게 바스러지지 않으며, 물에 젖어도 쉽게 복원된다.

개발도상국의 특성상 사회인프라가 미비된 점이 많이 교통은 좋은 편이 아니다. 기차는, 엄청 낡아보이는 외관을 제외하면, 봐줄만한 편이다. 다만 현지인에게 서비스하는 시내의 대중교통은 그야말로 지옥이라고 할 수 있다. 에어컨은 없고, 사람의 밀도는 8시 40분의 9호선 지옥철 수준이며, 게다가 말도 안통한다. 게다가 이집트인들은 아직 차선이라든지 신호등이라든지에 대한 개념이 전혀 잡혀있지 않기 때문에 도로는 항상 끔찍하게 복잡하고, 경적소리가 새벽까지 끊이질 않는다. 택시는 흥정을 해야 하는데, 보통 당신에게 바가지를 씌우거나 엉뚱한 곳으로 데려다 줄 것이다.

특별히 언급해야만 하는 것은 그 유명한 “원달러”상술이다. 상점에서 점원들이 당신에게 외치는 “원달러”는 당신에게 물건을 진짜로 1달러에 팔겠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일단 와서 한번 보라는 의미이다. 당신이 물건을 집는 순간, 그 물건은 10~20달러로 변해있을 것이고, 그때부터 가격흥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흥정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일단 한가지 물건에 대하여 여러 상점을 둘러보면서 가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팁으로 말하자면, 그들의 진짜 가격은 당신을 포기하고 더 이상 당신을 붙잡지 않고 떨어져 나가기 직전에 부른 가격이다.

솔직히 이집트에 가기 전에는 이집트에 대한 환상같은 게 있었다. 아 이집트에 가면 멋진 피라미드가 있겠지. 그 옆에는 끝없는 모래사막이 펼쳐져 있고, 낙타를 탄 캐러번들은 느긋하게 그곳을 횡단하고 있을꺼야. 나도 그곳을 횡단하다 보면 이름 모를 유적과 맞닥뜨리고...얼마나 멋질까!!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피라미드를 보러 가는 시간과 택시기사와 가격흥정하는 시간이 비슷하게 걸리고, 피라미드 입장료는 비싼데다가, 모래사막도 아니고 무슨 공사장 폐허같이 생긴 데다가, 뙤약볕이 너무 뜨거워서 서있는 것만으로도 괴로울 정도에다가, 낙타 주인과 기념품 상인들은 귀찮을 정도로 나를 쫓아다니면서 “원달라”를 외치고...

하지만 환상이 깨졌다고 해서 이집트에게 실망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불편한 점만으로 유적 관광을 포기하기에는 이집트의 문화유산들이 너무나도 크고 아름답다. 게다가 관광지가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나는 이집트인들은 또 어찌나 순박한지...까페 옆자리에 앉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홍차와 대추야자와 물담배를 나눠주는 그 넉넉함과 느긋함은 내 마음까지 따듯하게 채워줄 정도였다. 이집트는 그런 나라다. 이집트. 매력적인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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