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산업 자유화 10년 평가와 석유산업 발전 방향에 대한 제언
산업자원부 국장(중앙공무원교육원 파견) 한 진 현
1. 세계 석유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석유산업 자유화 추진
에너지정책의 요체는 석유정책이다. 석유시장의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이 변화하여 왔다. 그 중 큰 변화의 획은 1997년 석유산업의 자유 화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의 유가급등 소위 제 1,2차 석유파동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은 태동하였다. 이 시기의 석유정책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은「규제와 보호」의 골격하에서 석유산업을 육성하면서 석유의 안정 공급(Supply Security)이라는 정책목표를 추구하였다. 그러나 세계석유시장은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면서 안정기로 접어들었다. OPEC의 결속력이 약화되면서 국제 석유시장에는 공급과잉현상이 나타났고 이로 인해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었다. 이러한 국제 석유시장 상황에다 1980년대 후반부터 우리 정부의 경제운용기조 역시 민간주도로 전환되어 가면서 석유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가 완화되었다. 그렇지만 석유산업에 대한 핵심적인 규제라 할 수 있는 진입규제, 가격규제, 설비규제, 수출입규제 등은 1990년대 후반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들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오히려 기존 기업들의 보호장치화 되어가는 한편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 석유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석유산업의 대외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1997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석유산업에 대한 자유화를 시행하였다. 시장효율성 (Market Efficiency)이라는 정책 목표가 추가된 것이다. 석유정제업의 경쟁촉진을 위해 석유정제업에 대한 허가제를 등록제로 변경하고, 석유정제시설의 신.증설 허가제를 신고제로 변경하였다. 또한 석유 수출입업자에 대하여 매년 신고하도록 하던 것을 등록제로 변경하는 한편, 석유수출입 승인제도를 폐지 하였다. 석유판매업에 대해서는 허가제를 등록제로 변경하였고, 석유제품별.유통단계별 최고판매가격 고시제도를 폐지함으로써 가격을 자유화하였다. 또한 석유시장을 개방하여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허용하면서 국내석유시장의 경쟁을 촉진하였다.
2. 석유산업 자유화이후의 동향 및 평가
1997년부터 추진된 석유산업자유화는 시기적으로 IMF 금융위기시기와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1997년 이후 변화사항을 가지고 석유산업자유화에 의한 결과 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금융위기에 따른 석유산업의 구조조정 노력과 석유산업자유화로 인한 경쟁력 향상 노력을 구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1997년 이후 변화된 사항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크게 4가지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우선 석유제품수입업이 개방되기 전에는 정유사는 국내정제물량 중 국내에서 판매되고 남는 물량을 헐값에 수출하더라도 일정수준의 정제마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석유수입업이 자유화되면서 부터는 국제시장에서의 싼 물건이 대량으로 들어오면서 기존 정유회사 중심의 내수시장 유지체제를 위협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정유회사는 수입사의 저가제품 공세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국내석유제품가격의 결정방식전환 등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게 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국내 정유회사의 가격결정방식이「국내 도입원유가격」기준에서「국제 제품가격기준」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는 정유회사가 기존 원가주의 가격결정방식에서 탈피하여 어느 정도의 외부감시가 가능한「국제석유지표」에 의해 국내석유제품가격을 결정함으로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더욱 부합하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둘째, IMF 금융위기와 석유정제업의 직접투자 개방등으로 정유회사에 대한 외국인 지분참여 확대, M&A등 기업지배구조의 변화가 있었다. 또한, 해외사모펀드의 국내 정유회사에 대한 적대적 M&A시도로 인한 신용등급하락, 국부유출과 같은 많은 문제점도 드러냈지만, 국내기업의 경영투명성제고와 같은 긍정적인 결과물도 갖게 된다.
한편, 경영실적 측면에서도 석유산업 자유화 이후의 실적은 자유화 이전에 비해 법인기준 영업실적이 좋아지고 있는데(精油부문의 영업이익율은 자유화 이전 보다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석유화학부문 및 유전개발 등 非精油사업 부문에 대한 영업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회사들이 시장경쟁에 노출이 되고, 구조조정과정을 거치면서 외형적 성장 보다는 내실경영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셋째, 석유산업 자유화이전에만 해도 국내정유회사들은 국내 내수판매 물량을 중심으로 원유를 도입하여 정제.판매하는 대표적인 내수산업으로 특징 지워져 있었다. 수출은 국내에서 판매하고 남는 물량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정유회사들은 석유산업의 자유화를 대비하여 석유정제설비를 크게 확충하였으나, 자유화초기에는 뜻하지 않게 찾아온 IMF 금융위기로 인한 내수 침체로 고전하였다. 그러나 국제시장에서의 정제마진 개선 등에 힘입어, 정유회사들은 과잉정 제능력을 석유제품의 수출전략으로 전환함으로서 석유산업의 경영실적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특히 석유 제품의 수출액은 2004년 처음으로 100억불을 돌파하였고, 2005년에는 154억불, 2006년에는 206억불을 기록하는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산업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석유산업의 자유화로 인해 전국적으로 주유소 숫자가 증가함에 따라 유통시장의 경쟁이 촉진되면서 주유소별 소비자 가격의 차이는 물론 서비스 차별도 보편화 되어왔다. 결국 이러한 가격 및 서비스차별(예: 세차, 경품서비스, 주유포인트 적립 등)은 소비자의 석유제품 및 서비스 선택기회를 확대함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2005~2006년과 같은 新고유가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에게 안정적으로 석유를 공급하게 되었다. 특히, 석유가격이 자유화 되어 있지 않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인도네시아나 중국 등 아시 아개도국들의 자국내 석유가격 인상에 따른 민중 소요사태, 공급 중단사태 등을 보면 석유가격자유화의 공급안정 효과가 보다 분명해 진다.
3. 석유를 둘러싼 주변여건의 변화와 석유 산업의 발전방향
세계 석유시장은 지속적인 석유수요의 증대로 인해 석유공급국에 유리하게 바뀌고 있다. 고유가의 단맛을 본 OPEC이 과거의 저유가 정책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며, 고유가 시대 도래와 함께 자원보유국들의 자국 석유자원에 대한 통제 움직임이 강화 되었다.
또한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석유수입 국가들은 자원 확보를 단순히 상업적인 관점이 아니라 경제 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석유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우리와 같은 석유수입국에게는 위기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첫째, 국내석유의 안정적인 공급원 확보는 물론 국내 정유업계가 세계적인 석유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하류부문 중심의 사업영역을 상류부문으로 확대.진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① 투자리스크 분산등을 위해 해외유전의 탐사, 개발, 생산사업에 대한 균형적인 포트폴리오 투자 ② 자원확보와 SOC건설 등 연관사업의 공동진출과 같은 Package 방식의 개발진출 ③ 산유국과의 자원외교, 석유개발 인력 확충 등 석유개발 인프라의 조성과 함께 석유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및 투자자금 확충이 절실한 실정이다
둘째, 우리 석유산업은 미국이나 일본의 석유산업에 비해 R&D 투자는 미흡한 실정이며, 고도화 시설 보 유비율(한국 22.2%, 일본 38.9%, 미국 76.2%)도 낮기 때문에 국제 경쟁력의 제고에는 상당한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회사들이 ①적극적인 R&D투자는 물론 ② 정제시설의 고도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제고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셋째, 한국의 지정학적 입지요건을 십분 활용하여 국내석유산업이 갖고 있는 대규모 정제시설, 비축시설을 최대한 이용한 동북아 석유물류 허브화로의 성장, 석유개발기업과 정유회사간 해외 상.하류 부문의 공동진출 등 석유산업의 전략수출산업화 전략이 필요할 때다.
넷째, 새로운 수익사업을 창출하고, 새로운 환경체제에 대비하여 환경친화적 사업구조로 전환하여 종합 에너지서비스 산업으로 지속성장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석유산업은 정부의 재정수입 확보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석유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있는 점을 감안해 가치와 기여도에 상응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이제는 경제적 수익성, 환경적 건전성, 사회적 책임성 을 축으로 하는 지속가능경영체제(Corporate Sustainable Management)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시점이다.
또한 교토의정서가 2005년부터 발효됨에 따라 환경 보호와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고급제품의 생산을 요구받으면서도 제품가격인상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국민정서에 직면해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연간 매출액 50조원 이상을 올리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매출액의 3%이하로 경영부담을 안고 있다. 지속되는 고유가로 인하여 원유공급 시장교란과 불안정성, 상류부분 진출준비의 부재,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 적응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석유산업의 발전방향을 살펴보면 크게 5가지 방향으로 정리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