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총장 방한의 의미와 성과
글·이민영 | 산업자원부 석유산업과 사무관 |
금년 들어국제유가는 세계경제 회복세에 따른 석유수요 증가 등으로 2005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31.4% 증가한 44.6$/b(Dubai油)을 기록하는 등 고유가를 유지하고 있으며, 2005. 8~9월 한 때에는 중동 정정불안요인 등으로 사상 최고수준인 59$/b대 까지 상승하였다.
이러한 고유가 원인을 지난 30년간 석유소비와 공급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해 보기로 하자.
2004년 평균 | 2005년 상반기평균 | 1월 | 3월 | 5월 | 7월 | 9월 | 11월~ | |
Dubai油($/b) | 33.6 | 44.57 | 37.9 | 45.9 | 45.4 | 52.8 | 56.8 | 51.6 |
WTI油($/b) | 41.4 | 51.38 | 46.8 | 54.3 | 49.9 | 58.7 | 65.6 | 55.4 |
Brent油($/b) | 38.2 | 49.43 | 44.4 | 52.9 | 48.3 | 57.7 | 62.8 | 58.4 |
’70년대 이후 세계 에너지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아시아지역의 에너지소비는 1970년에 비해 16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러 에너지원 중에서도 세계석유소비는 1973년에 비해 2003년 현재 45% 증가하였으며, 최근 중국·인도 등 역동적인 아시아 경제권의 석유수요 급증은 국제원유가 상승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국제투기자금도 지속적으로 석유시장 유입되어 유가상승에 일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산유국의 공급능력은 세계석유수요 증가에 비해 정체되어 세계석유시장은 구조적 수급불안을 나타나고 있다. 그 단적인 예는 OPEC의 여유공급능력이 2003년 300~350만B/D에서 2005년 7월 100~125만B/D로 감소하였으며, 2003년 이후 세계석유수요는 540만B/D 증가한 반면, 정제능력은 240만B/D 증가한 데서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전쟁 등 우발적이고 비경제적 요인에 의하여 단기간에 급상승 후 곧 하향 안정되었던 과거 석유위기와 달리 현재의 고유가 현상은 경제적·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다.
이러한 고유가는 소비국뿐만 아니라 산유국에게도 장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속되는 고유가는 소비국으로 하여금 가스, 수소전지, 태양력 등 대체에너지를 개발하여 전체 에너지믹스 중 석유의 비중을 더욱 낮추려는 노력을 하게 하고, 이는 산유국의 오일달러의 감소로 귀결되어 산유국의 경제성장도 침체되는 상호 패-패(lose-lose)현상으로 귀결되게 된다.
따라서, 석유시장의 안정은 산유국과 소비국이 협력하여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소비국의 성장이 저해되지 않으며, 산유국의 상류부문투자가 촉진될 수 있는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석유가스가격이 달성되는 것이 산유국·소비국 모두에게 중요하며, 상호 win-win할 수 있는 길이다.
그동안 산유국은 산유국끼리, 소비국은 소비국끼리 협력을 위한 노력은 다양하게 전개되어 왔다. 산유국의 석유정책 통일 및 이해증진을 위하여 1960년 9월 결성된 OPEC을 비롯하여 IEF가 산유국 협력의 중심에 있다.
반면, 소비국들도 제1차 석유파동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공급 삭감에 대항하기 위하여 OECD산하에 IEA를 만들었다. 국제석유시장에 대한 정보 공유를 통해 석유공급 위기에 대비하고, 대체에너지 개발 및 석유수급 비상시 회원국간 공동대처 방안 등을 마련하는 것을 주요 기능으로 하고 있다.
가까운 예로 지난 9월,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석유시장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IEA 26개 회원국이 공동으로 비축유를 방출한 것은 석유시장의 불확실성을 상당히 해소하였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OPEC 역시 9월 총회를 통해 시장이 필요한 만큼 잉여 생산능력(200만 b/d)를 총동원하여 증산하겠다는 결정을 내려 시장 안정에 기여한 바가 있다.
그러나, 소비국 중심 또는 산유국 중심의 협력은 반쪽짜리 협력이기 때문에 산유국-소비국이 공통 관심사를 논의하고 상호 win-win할 수 있는 채널 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산유국과 소비국간의 대화 채널을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이 다방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미 유렵에서는 EU-OPEC간 장관급 대화채널이 구축되어 금년 6월에 개최된 바 있으며, 시장기능과 정책, 석유관련 기술협력 등이 논의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지난 1월 인도 주최로 중동 산유국-아시아 소비국회의가 개최되어 산유국-소비국간 대화 채널 정례화의 계기가 되었으며, 11월에 북·중앙아시아 산유국-아시아 소비국회의가 개최되었다.
이러한 대화채널에서 공동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원유공급 및 가격의 안정을 위한 산유국-소비국간의 상호정보 교환 등을 통한 이해 증진을 도모할 수 있는 협력채널 구축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의 수입의존도는 97%에 달하는데, 특히 원유도입에서 OPEC은 7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OPEC과의 협력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를 포함한 에너지 대소비국인 중국·일본 등은 중동의 원유의존도가 60%가 넘기 때문에 OPEC-APEC간 협력 채널 구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지난 10월 APEC광업장관회의를 계기로 Eldin사무총장-산자부장관간 OPEC-APEC 대화채널 구축방안이 논의된 것은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양자는 OPEC-APEC 주요 소비국간 장관급 회의 및 에너지 연구기관간 포럼 등 정례적 대화채널 추진에 합의하였으며, 한국은 APEC내에서 실무 역할을 주도적으로 담당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와 같은 한국의 제안에 대해 Eldin OPEC 총장은 그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였으며, 오는 12월 쿠웨이트 시티에서 열리는 OPEC정기 총회에서 동 사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협력채널 구축시 OPEC측은 동북아의 석유 大소비국인 중, 일 및 아국 등의 에너지정책이나 석유수급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됨으로써 OPEC의 동북아 석유시장전략 수립을 위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고, APEC측은 OPEC의 장기 석유공급정책 이해 및 소비국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산유국 소비국간 협력 채널이 활성화될수록 세계석유수급과 원유가격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금번 OPEC Eldin총장의 방한 성과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겠다. 첫째, OPEC-APEC간 대화채널 구축의 필요성과 기본 운용방안에 대하여 양자가 합의하여 상호 이해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둘째, APEC내 실무역할을 한국이 담당할 것을 제안하여 석유관련 주요이슈에 대한 아시아 지역내 한국의 역할과 위상을 제고하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