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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미국 석유수출 증가가 글로벌 석유시장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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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석유수출 증가가 글로벌 석유시장에 미치는 영향

이 달 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산업연구본부장)

 

미국의 석유수출량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수출량을 앞질렀다. 지난 6월 중 미국의 원유수출은 하루 3백만 배럴을 넘어섰고 원유와 석유제품을 합한 전체 석유수출은 하루 9백만 배럴에 근접했다. 셰일오일 생산 붐으로 201512월 원유수출 규제를 해제한 이후 4년이 지나지 않아 미국의 수출은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출과 맞먹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는 미국 석유수출 증가의 원인과 전망, 그리고 미국 석유수출 증가에 따른 글로벌 석유시장의 수급과 가격, 정제마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미국의 석유수출 증가는 기본적으로 자국 내 원유생산 증가에 기인한다. 미국 원유생산은 2017년에 전년 대비 하루 52만 배럴 증가한데 이어 2018년에도 전년 대비 하루 164만 배럴 증가했다. 미국에서 석유제품으로 분류되는 천연가스액(NGL) 생산을 포함하면 2017년과 2018년의 생산 증가분은 각각 하루 82만 배럴과 226만 배럴로 늘어난다. 올 상반기에도 미국 원유생산은 전년 동기 하루 155만 배럴(NGL 포함 207만 배럴) 증가했다. 미국의 원유생산 증가는 셰일오일 유전지대들 중에서 손익분기가격이 가장 낮은 곳으로 알려진 퍼미안 분지가 주도하고 있다. 신규 셰일오일 유전의 시추기당 생산도 퍼미안 분지가 이글포드와 바켄 등 여타 유전지대에 비해 높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에도 미국의 원유생산은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이상을 유지한다면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셰일오일 생산의 평균적인 손익분기가격이 그 정도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2020년에도 미국의 원유생산은 전년 대비 하루 100만 배럴(NGL 포함 16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보다 증가세는 둔화되지만 여전히 높은 증가율이다.

 

한편, 그동안 미국의 원유생산과 원유수출을 제약하는 요인이었던 송유관 등 인프라 부족은 내년 초까지 전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퍼미안 분지에서 멕시코 만 항구로 연결되는 하루 송유능력 40만 배럴의 EPIC 송유관이 완공돼 원유수송을 시작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하루 송유능력 67만 배럴의 Cactus 송유관이 가동에 들어갔다. 올 연말과 내년 1월경에는 Gray Oak 송유관(송유능력 하루 90만 배럴)Permanent 송유관(송유능력 하루 60만 배럴)이 가동될 예정이다. 8월 이후 내년 초까지 퍼미안 분지에서 수출항으로 연결되는 송유관의 추가 송유능력은 하루 약 260만 배럴에 달한다.

VLCC급 유조선이 접안할 수 있는 터미널이 LOOP(Louisiana Offshore Oil Port) 하나밖에 없다는 것도 원유수출의 제약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소규모 유조선을 이용해 VLCC로 환적하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 , 환적의 경우에는 배럴당 약 0.75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원유생산 증가와 더불어 인프라 부족 문제가 해소됨에 따라 미국의 원유수출은 지난 6월 기록한 하루 3백만 배럴에서 2020년에는 하루 4백만 배럴을 넘는 기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원유생산 및 원유수출 증가는 글로벌 석유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원유가격에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원유의 생산과 수출 증가분은 모두 세계 석유수요 증가분을 상회했다. 이런 상황은 2019년에 이어서 2020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과 비OPEC 산유국인 러시아 등(OPEC+)이 감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글로벌 석유시장의 수급 균형을 이루기에는 역부족이다. 석유시장의 공급 과잉 규모는 2018년 하루 110만 배럴이었고 2019년 상반기에도 하루 82만 배럴에 달했다. OPEC+가 감산 물량을 더 확대하기로 합의하지 않는다면 올 하반기와 내년에도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것이다. 이럴 경우 내년도 원유가격은 금년보다 다소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원유수출 증가의 또 다른 영향은 경질·저유황 원유와 중질·고유황 원유 사이의 가격 격차를 축소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셰일오일의 성상이 경질·저유황 원유이기 때문이다. 20196월 기준으로 미국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77%API 35도 이상의 경질 또는 초경질 원유다. 이런 가운데 중질·고유황 원유를 주로 생산하는 중동 OPEC 산유국들의 감산은 경질 원유 중심의 공급 과잉을 더욱 심화시켰고 경질 원유와 중질 원유의 가격차 역시 더 축소됐다. 벤치마크 원유 중 경질 원유인 브렌트유와 중질 원유인 두바이유의 배럴당 가격차는 20163.72 달러에서 20182.03달러로 축소됐고, 20191~8월에는 0.66 달러로 축소됐다. 경질, 중질 원유의 가격차 축소를 반영하여 휘발유 등 경질 석유제품과 중질 석유제품의 가격 차이도 축소됐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휘발유(RON95)와 고유황중유(유황 3.5%)의 배럴당 가격차는 201620.9 달러에서 201814.8 달러, 20191~8월에는 8.9 달러였다.

 

이렇게 미국 원유수출 증가가 원유와 석유제품의 가격 구조에 미친 영향은 당연히 정제마진에 대한 영향으로 이어졌다. 즉 분해시설과 탈황시설 등 이른바 고도화 설비의 정제마진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것이다. 중질·고유황 원유를 투입해 경질 제품이나 중간 제품을 생산하는 고도화 설비에서 중질·고유황 원유의 가격 강세는 정제마진 악화의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싱가포르 정제공장에서 고도화 설비인 유동접촉분해(FCC; Fluid catalytic Cracking)의 배럴당 정제마진은 20164.6달러에서 20183.9달러, 20191~8월에는 1.0달러로 낮아졌다. FCC는 감압잔사유 등 중질유분을 휘발유와 경유 등 경질 석유제품으로 전환하는 설비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상황은 20201월부터 시작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용 연료유(벙커유)에 대한 유황 함량 규제로 급격히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벙커유의 유황 함량 기준이 현행 최대 3.5%에서 0.5%로 강화되면 고유황 연료유(HSFO)를 대신해 저유황 연료유(LSFO)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또한 예상되는 LSFO의 부족을 충당하기 위한 선박용 경유(MDO)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20196월 보고서에서 2020년에 LSFOMDO 수요가 각각 하루 100만 배럴, 90만 배럴 증가하는 반면 HSFO 수요는 하루 16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경질·저유황 원유의 수요가 일시적으로 확대되면서 중질·고유황 원유와의 가격차가 확대되고 고도화 설비의 정제마진도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IMO 규제의 영향은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수요 감소로 공급 과잉이 발생할 HSFO의 가격이 급락하면 선박회사들은 가격이 비싼 LSFOMDO를 사용하는 대신 탈황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를 장착하고 종래의 HSFO를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글로벌 석유시장은 공급되는 원유의 성상과 정제시설 구조가 불일치하는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말해 현재의 정제시설 구조가 증가하는 미국의 경질·저유황 원유 공급을 충분히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셰일오일 붐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10년 전에 원유수입국들이 설치했거나 계획한 정제설비가 주로 중동 국가와 베네수엘라, 캐나다,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중질·고유황 원유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IMO 규제의 영향이 소멸되면, 다시 경질·저유황 원유와 중질·고유황 원유 사이의 가격 격차가 축소되고 고도화 설비의 정제마진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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