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자동차와 전기자동차의 공존
연세대 기계공학과
전광민 교수
작년에 프랑스와 영국이 2040년부터 내연기관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한다고 발표하였고 중국과 인도도 비슷한 정책을 고려중이며 수력발전이 대부분인 노르웨이는 심지어 2025년부터 금지한다고 한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코펜하겐이 도심에서 내연기관자동차 운행을 내년부터 금지하는 등 여러 도시에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도심 진입을 제한하려 하며 캘리포니아에서도 전기자동차 의무 판매제 도입에 더해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금지 법안이 제출되어 있다.
이러한 정부나 지자체의 규제 움직임에 더해 전기자동차에 대한 각 국 정부의 지원이 본격화되고 업체들이 다양한 전기자동차를 시장에 내 놓아 소비자의 선택폭이 넓어지고 충전기 보급도 어느 정도 이루어짐에 따라 전기자동차 판매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제 내연기관자동차의 시대는 가고 전기자동차의 시대가 도래 했고 미래의 자동차는 전기자동차로 모두 대체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현실에 기초를 놓고 생각하면 이런 예측은 성급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현재의 전기자동차의 급속한 보급의 배경에는 각 국 정부와 시민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의 증가가 있다. 한국에서도 미세먼지가 생활과 건강에 큰 불편을 주면서 환경부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그 중에서 경유자동차를 지목한 바 있다. 게다가 전기자동차는 운행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으므로 지구 온난화 방지에도 기여하므로 환경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럼 가장 이상적인 미래는 무엇일까?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를 받아 인류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모두 충족하는 미래가 온다면 그야말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이용이 실현될 것이다. 예를 들면 태양전지나 풍력을 이용하여 인류가 필요로 하는 충분한 전기를 생산하거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인류의 에너지 수요를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미래가 언제 올지 아직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신재생에너지가 기존의 화석에너지를 대대적으로 대체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직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점차 화석에너지 특히 석유의 자원고갈로 기존 연료의 가격이 올라가고 환경정화비용이 높아지면 신재생에너지로 대체되겠지만 적어도 수십 년은 화석에너지가 경제성에서 우위에 있을 것이다. 수송 분야에서도 이상과 현실은 괴리를 보인다.
환경면에서 보면 전기자동차를 보급하는 것이 당장 운행할 때 오염물질이 거의 나오지 않으므로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경제성에서 뒤진다. 맥킨지에 의하면 2014년 kWh당 540불 하던 가격이 2020년에는 100불 정도로 떨어진다고 하니 가격경쟁력이 나아지겠지만 지금은 거의 내연기관자동차 가격의 두 배 수준인 전기자동차가 경제성까지 갖추는 시기는 2025년 이후가 될 것이다.
국내에서 전기자동차 한 대당 중앙정부에서 1200만원 지원하고 지자체에서 추가 보조금을 지원하며 개별소비세 등 세금혜택까지 주는 현 상황에서 전기자동차 보급은 정부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게다가 휘발유나 경유에 대한 세금을 전기자동차에서 걷지 못하므로
재정 수입에도 큰 부담을 준다. 다음에 아주 간단히 계산해 본다. 이 계산은 엄밀한 계산이 아니고 대략적으로 그 크기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2018년 2만대 보급에 2천 6백억 정도 배정되었는데 정부 계획대로 2022년 까지 35만대 보급하려면 년 7만대 보급에 9천억씩 필요하여 총 3조가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 세금 감소도 적지 않다. 35만대가 내연기관자동차를 대체하는 경우 내연기관 자동차가 일 년에 주행하는 거리를 2만km라고 하고 연비가 10km/ℓ 세금이 600원/ℓ라고 하면 35만대 X 2만km X 0.1ℓ/km X 600원/ℓ= 4천억 원이다. 매우 단순한 계산이지만 2019년부터 해마다 지출 9천억 증가 수입 4천억 감소 즉 1조 3천억 원이 필요하다. 이런 지원이 100만대 보급까지 계속된다면 10조가 넘는 재정 부담이 예상된다.
이같이 전기자동차보급에는 상당한 희생이 따른다. 그러면 선진국과 중국 등 여러 국가들이 전기자동차 보급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나라마다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정답이 있을 수는 없지만 상식선에서 보면 결국 환경개선과 미래기술 선점에 있다. 비록 현재는 경제성에서 불리하지만 도시의 대기개선과 화석연료 대체를 위해서 꼭 필요하기 때문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보급하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어떤 방향을 선택해야 할까?
먼저 미래 에너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전기수요와 공급에 대한 예측이 필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에너지는 국가대계라는 말이 있듯이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정부의 발표와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론에서 보았듯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환경성만이 아니라 경제성도 고려하여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하며 전기수요 예측에 전기자동차도 포함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2030년 100만대를 목표로 한 경우를 살펴본다. 한 대가 200km달리는데 50kWh를 쓴다면 일 년에 2만km 달리는 데는 5000kWh 쓸 것이고 100만대가 운행될 때 50억kWh의 전력이 필요하다. 즉 총 발전량의 1%정도 추가 전력을 확보하여야 전기자동차의 보급이 가능하다.
2030년 국내에서 운행되는 자동차 수를 2500만대로 또 전기자동차가 100만대 정도로 예상하면 전기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4% 정도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천문학적인 예산과 전기 공급이 필요하다. 그래도 나머지 96% 자동차에는 어떤 형태로든 내연기관이 탑재되어 있으니 그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내연기관이 현재보다 훨씬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소비도 작아질 수 있을까? 전기는 이론적으로는 100% 일로 바꿀 수 있지만 내연기관은 전기모터와 같이 연료의 에너지를 거의 대부분 일로 바꿀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전기는 이미 에너지변환을 통해서 만들어진 고급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연료의 에너지에서 얻어 낼 수 있는 일을 효율이라고 하는데 내연기관은 그 값이 아무리 높아도 60%를 넘지는 못할 것이다. 최근 가솔린엔진의 최고 효율이 40%에 이르고 디젤엔진은 50%에 가깝다. 그러나 보통 주행할 때는 이보다 낮은 효율에서 작동하고 있으므로 실제 도로 주행에서 아직도 개선할 여지가 많다. 엔진과 변속기의 조합을 최적화하고 차량의 질량을 감소하고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사용하면 연비를 상당히 개선할 수 있다.
자동차와 연료 관련 기술이 발전되어 온 150년과 최근의 빠른 발전을 볼 때 자동차의 배기정화기술은 극대화될 것이고 연비도 상당히 개선될 소지가 있다. 이 과정에서 후처리 장치 등에 의해 가격이 상승할 것이므로 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R&D지원은 새 분야와 기존 분야에 대해 적절히 배분되어야 한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자동차에 전력하다 보면 기존의 내연기관과 변속기 기술에서 타 회사에 뒤질 수 있고 큰 시장을 잃을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도 미래자동차가 전기자동차와 내연기관자동차가 공존할 것이라는 인식을 주고 연구를 활성화함으로써 기존의 자동차분야에 인재가 계속 유입되어야 한다.
미래를 막연하게 그릴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여 국민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사용하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미래에도 대부분의 차량이 내연기관을 장착할 것이므로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의 효율을 높이고 배기오염을 극단적으로 낮추도록 유도하면서 친환경적인 전기생산과 전기자동차 보급을 추진하는 균형 잡힌 정책을 추진하여 전기자동차와 내연기관 자동차가 공존하는 시대에 대비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