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라는 에너지정책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김창섭
지금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에너지가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전력수요는 큰 틀에서 포화되어 전기산업의 먹거리가 한계에 봉착한 상태이다. 그리고 믹스의 큰 변화 역시 예상되는 상황이다. 원자력과 석탄 발전의 축소는 불가피하며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역시 기대되는 상황이다. 기후규제와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규제 그리고 안전이슈로 인하여 믹스의 변화가 촉발되고 있다. 전력망의 포화 역시 엄정한 제약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에너지 인프라 관련 사회적 갈등 역시 구조화 되어가는 중이다. 이러한 와중에서 정권이 바뀐 상태이다. 미세먼지 축소를 위한 석탄발전에 대한 공약도 현재 매우 복잡한 상황을 유발하고 있는 상태이다. 지금은 이러한 여건의 변화가 한꺼번에 발생하고 있는 특이한 상황이다. 한 마디로 에너지계는 현재 수십년 만의 새로운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우리 에너지계의 대응자세에 대하여 스스로 점검해보아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 조정능력과 환경과 안전 그리고 수급안정을 위한 기술적 기반의 고도화 등이 필요하며 새로운 먹거리의 창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는 외부성 내부화를 제도화하기 위한 에너지세제와 배출권 거래시장 등의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질적인 믹스와 사업자의 수익률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시장제도 역시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각 건설현장에서의 갈등문제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향후 파리협약 자체의 불확실성 뿐 아니라 트럼프사태로 인하여 그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상태이다. 우리 업계의 다양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는 충분한가? 불행히도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배출권 거래시장도 아직 미숙한 상황이고, 미세먼지의 원인파악도 미흡하다. 외부성 연구 역시 세제조정을 실천하기에 부족하다. 더욱이 시장제도의 개선은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다. 그리고 에너지소비에 대한 수요예측 역시 많은 변수가 존재하므로 수급계획의 불확실성을 낮추기 어렵다. 게다가 준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4차산업이라는 유행은 문제의 본질을 오히려 왜곡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많은 전문가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포화된 전력망의 기술적 대비방안에 대하여는 전문가 간에 상당한 논쟁을 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갈등조정을 위한 제도적 개선과 해결 역량 역시 부족하다.
지금은 다행히도 저유가와 충분한 발전설비로 인하여 이러한 복잡한 이슈들이 표면화되지 않고 있는 편안한 시기이다. 만약 정책적으로 급격한 믹스와 설비의 변동을 시도하는 와중에 다시 고유가로 전환되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 시장과 산업은 큰 혼선과 갈등 속으로 빠져들 소지가 크다. 여기에 원전 갈등, 송전선 갈등과 같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발생할 경우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무질서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무질서는 또다시 십 년후의 공급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에너지는 위기가 상당한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특성과 위기관리가 어려운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대응전략을 정교하게 설계하여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지금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정권의 교체는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현 상황 하에서 리더쉽의 변화는 위기이기 보다는 기회로서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정부에서 지나치게 집중한 신산업과 같은 기형적인 정책이 아니라 에너지믹스와 형평성 등의 원천적인 이슈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수급안정, 경제성, 안전 그리고 환경이라는 가장 근본적이고 교과서적인 덕목의 선택을 둘러싼 건전한 논의가 가증할 것으로 믿는다. 우리나라는 어떤 연료를 이용하여 경제와 일상을 유지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사회가 감당해야 하는 다양한 부담들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특히 그 기한이 끝나가는 사용 후 핵연료 문제, 포화되어가는 송전선 문제, 에너지세제개편, 미세먼지대책 등 다양한 갈등사안에 대한 정리가 시급하다. 이 모든 이슈들을 보다 더 민주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슈들을 어떤 과정을 통하여 정리해 나갈 것인지는 대단히 중요하다. 현재로서는 특히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눈앞에 있는 구체적인 정부의 정책수단이다. 이러한 계획의 수립과정을 통하여 수년간 방치되어온 많은 난제들을 가능한 효과적이고 원만하게 합의를 도출하여야 한다. 이제는 환경급전이 법적으로 규정되면서 그 간의 에너지정책의 접근방법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아마도 산업부와 환경부간의 업무협의 혹은 갈등구조가 더욱 강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CO2나 미세먼지에 대한 환경규제가 불가피하며 이는 에너지믹스의 조정을 요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성 내부화 역시 중요한 과제로서 세제당국과의 깊은 논의도 예상된다. 그리고 각종 에너지갈등이 지역에서 비롯되므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협의도 필요하다. 여기에 진보정권의 출현으로 시민단체의 정책개입 역시 예상된다. 이와 같이 에너지정책의 복잡성뿐 아니라 논의구조 역시 더욱 다양해진 것이다. 수요가 정체되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에너지계의 입장에서도 정책의 향방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제 새로운 정부는 이러한 여건 하에서 책임성 있는 에너지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쉽지는 않다. 당장 신고리 5,6호기 이슈, 석탄발전 진입억제 이슈 등 당면한 어려운 과제가 존재한다. 아직 새로운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도 부족하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녹색위원회 등 이러한 사회적 논의를 수행할 거버넌스도 아직은 미확정인 상태이다. 이를 가능한 빠르게 정비하여야 한다. 굿 거버넌스가 굿 정책을 생산할 것이기 때문이다. 핵심적인 에너지정책 이슈들이 너무 오래 방치되어 거의 멜트다운 수준에 이른 상태이다. 지금은 어떤 이슈를 다루어야 하는가를 명확히 체계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그래야 이에 걸 맞는 논의구조를 구상할 수 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칫 정부 내 정책논의가 산만하고 비효율적인 혹은 비공식적인 불투명한 의사결정체계로 흐를 수 있다. 특히 에너지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안정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정권이 바뀌어도 그 안정성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에너지정책의 핵심은 건전한 논의구조인 것이다. 신정부의 에너지정책은 바로 그 투명하고 의사결정체계를 고민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신정부에서 좋은 정책이 도출되어 안정적이고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시스템이 가능한 갈등없이 책임성있게 구축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