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에너지, 연료인가, 식량인가?
이덕환_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결국 원유가 100달러 시대가 시작된 모양이다. 비교적 저렴했던 두바이유도 100달러를 넘었다는 소식이다. 원유가 고갈 위기에 있다는 불안감에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후발국들의 급격한 성장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제 불안으로 끝없이 하락하고 있는 달러 약세도 심각한 원인이 되고 있고, 불안한 틈을 노린 ‘사재기’도 원유가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치솟은 원유가가 다시 떨어질 가능성은 크기 않은 것이 분명하다. 무엇이든지 확실한 대책이 절실하다.
그동안 많이 소개되었던 ‘바이오 에너지’도 분명히 고려해야 할 대안이다. 현실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바이오 연료는 ‘바이오 에탄올’과 ‘바이오 디젤’이 있다. 모두가 재배가 가능한 식물을 원료로 한 것으로 석유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 연료’이고, 이미 상당한 부분 실용화가 되어 있는 상태다. 브라질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가소올’이라는 이름으로 바이오 에탄올을 대량으로 사용해왔고, 미국도 작년부터 적극적으로 바이오 에탄올을 보급하고 있다. 바이오 디젤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던 대체 연료다.
바이오 연료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소개되는 것이 ‘탄소 중립’(carbon neutral)이라는 특성이다. 바이오 연료도 연소가 되면 대기 중에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그런 점에서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화석 연료에 들어있는 탄소는 4천만 년 전에 대기에서 흡수되어 땅 속에 묻혀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연료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화석 연료는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을 땅 속에 묻혀있을 운명이다. 그런 화석 연료를 한꺼번에 대량으로 연소시켜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키는 것이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 변화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과연 화석 연료의 활용이 정말 기후 변화의 원인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온실 가스의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 화석 연료의 고갈이 예고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대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이오 연료에 들어있는 탄소는 기껏해야 한 해 전에 대기 중에서 흡수했던 것이다. 바이오 연료의 생산이 정상 궤도에 오르게 되면 바이오 연료의 생산과 소비가 함께 진행된다. 그렇게 되면 바이오 연료의 소비에 의해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대부분을 바이오 연료의 생산 과정에서 다시 흡수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땅 속에 묻혀 있던 탄소를 억지로 꺼내서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화석 연료의 경우와는 전혀 다르게 지구 온난화에 대한 걱정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탄소 중립의 의미다.
바이오 연료에는 화석 연료와는 달리 황 성분이 많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원유에 많이 들어 있는 황 성분을 충분히 제거하지 못하면 연소 과정에서 황 산화물(SOx)이 대기 중으로 배출되어 산성비의 원인이 된다. 산성비는 대리석이나 석회석으로 만들어진 문화 유산을 녹여서 흉하게 만들기도 하고, 산림을 황폐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바이오 연료가 ‘청정 그린 에너지’라는 주장도 바이오 연료의 그런 특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고 바이오 연료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정말 이상적인 대체 연료인 것은 절대 아니다. 우선 바이오 연료의 탄소 중립성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물론 바이오 연료는 녹색식물이 광합성으로 흡수한 이산화탄소의 일부를 사용한다. 다시 말해서 바이오 연료로 전환되는 탄소는 100퍼센트 대기 중에 있던 탄소에서 유래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바이오 연료의 원료 작물을 바이오 연료로 전환시키는 과정이 그렇게 단순한 것은 아니다. 상당한 양의 추가적인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런 에너지까지 고려하면 탄소 중립적 특성은 상당히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바이오 에탄올은 옥수수와 같은 곡물이나 사탕수수에 들어 있는 당(糖)을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효모와 같은 미생물로 발효시켜 얻어지는 에탄올을 연료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술을 만들 때 사용한 것과 똑같은 발효 공정으로 최대 농도가 25퍼센트 정도의 에탄올 수용액이 얻어진다. 맛이나 품질이 낮다는 점을 빼고 나면 막걸리 원액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는 수용액이다. 발효를 시키는 과정에서는 다른 미생물 공정과 마찬가지로 적당한 온도만 유지시켜주면 되기 때문에 특별히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는다. 발효 과정에서 방출되는 열을 쓸모 없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보온만 잘 해주어도 발효에 필요한 적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막걸리 제조 과정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발효를 통해 생산된 에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려면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이용해서 수분을 제거해야 한다. 발효액을 높은 온도로 가열해서 물과 에탄올을 분리하는 증류 공정을 거쳐야 한다. 전통 소주나 위스키를 만드는 것과 똑같은 과정이다. 증류 과정을 거치면 에탄올의 농도를 96퍼센트까지 높일 수 있다. 발효와 증류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의 처리에도 상당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렇게 농축한 증류 에탄올을 자동차의 연료로 직접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증류 에탄올에서 수분을 완전히 제거한 후에 원유에서 생산한 휘발유의 옥탄값을 증가시키는 첨가제로 사용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탄화수소가 주성분인 휘발유가 물과 잘 혼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증류 바이오 에탄올에서 물을 제거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물과 에탄올 혼합 용액의 화학적인 특성 때문에 단순한 증류 방법으로는 더 이상의 분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물 분자를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다공성(多孔性) 제올라이트와 같은 흡착제를 사용해야만 한다.
유럽에서 많이 보급되고 있는 바이오 디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바이오 디젤은 식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식물성이나 동물성 기름에서 생산한 지방산을 알킬 에스터로 전환시킨 것이다. 식물성 기름의 원료로는 유채나 팜을 많이 사용한다. 유채는 클로버나 콩과 식물의 경우처럼 질소 고정 박테리아와 공생하기 때문에 토양을 기름지게 만들어주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유채를 재배한 토양이 기름지게 되는 소득도 얻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방산을 에스터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는 식물의 잔해를 발효시켜서 생산한 에탄올이나 석유화학 산업에서 생산한 메탄올을 사용한다. 특히 바이오 디젤은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황 산화물이나 방향족 탄화수소가 적게 들어있고, 비교적 쉽게 연소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바이오 디젤의 경우에도 원료 자체는 탄소 중립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바이오 디젤은 연소 특성이 경유(디젤)와 비슷하기 때문이 다른 대체 연료보다 활용이 더 쉬운 것도 장점이다. 기존의 경유용 엔진에 바이오 디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저장, 운송 판매 시설까지도 별도의 개조를 하지 않은 상태로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의 경유에 바이오 디젤을 5~20퍼센트 정도 혼합하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차이를 느끼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바이오 디젤의 생산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추가 에너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바이오 에너지의 환경적 장점에 대한 반론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바이오 연료의 원료가 되는 옥수수, 유채, 팜을 대규모로 경작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소비된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앞으로 깨끗한 민물을 확보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에너지 공급을 위해 경작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자칫 식수로 사용해야 할 물까지 부족해지는 상황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더욱이 원료 작물의 경작에 사용되는 물의 상당한 부분은 자연적인 증발의 과정을 통해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물이 증발해서 만들어진 수증기도 이산화탄소에 버금가는 온실 효과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지역의 강수 패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오 연료의 원료로 사용하는 작물의 대규모 경작 자체가 환경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바이오 연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식량이나 사료와의 경쟁이다. 바이오 연료의 원료가 되는 작물은 그 자체가 우리의 식량이나 가축의 사료로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유채와 팜의 경우에는 그 자체를 식용이나 사료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그런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식용 농작물을 경작해야 할 농경지가 필요하다. 결국 바이오 연료의 소비가 늘어나면 그만큼 식량이나 사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곡물이나 그런 곡물을 재배할 수 있는 농경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바로 최근에 가시화되고 있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산물의 가격 폭등에 의해 시작되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말한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단순히 우리의 식생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옥수수를 비롯한 많은 양의 곡물들이 가축의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곡물 가격의 상승은 육류와 유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농산물의 가격 폭등은 결국 모든 공산품과 공공요금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바이오 연료는 심각한 윤리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농산물을 에너지 공급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과연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해석은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 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근원적으로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바이오 연료가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가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던 화석 연료보다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화석 연료의 고갈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오 연료의 가능성은 절대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우주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다. 바이오 연료가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 않은 문제점도 있다. 바이오 연료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시켜주는 ‘꿈의 에너지’는 아니라는 뜻이다. 더욱이 우리처럼 국토가 좁고, 기후적 특성 때문에 원료 작물의 재배가 어려운 경우에는 바이오 연료의 장점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남이 장에 간다고 무작정 거름을 지고 장에 가는 일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