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계연구원 김용래 선임연구원
최근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이라는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점은 문제의 본질이 굴지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이 저지른 조작행위 자체에 있으며, 클린디젤은 별개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의 행위는 비난 받아 마땅한 범죄행위이고 이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지도록 조치함이 당연하다. 하지만 클린디젤 기술을 사기극으로 몰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성급한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디젤엔진만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는 만큼 마녀사냥식 비난으로는 우리 자동차산업의 경쟁력과 관련 연구개발 투자의 위축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디젤엔진은 1922년 루돌프 디젤이 개발한 이래 높은 효율과 강한 힘으로 인류의 산업화에 큰 공헌을 했다. 건설기계, 농기계, 선박, 중장비 등 산업의 모든 분야에서 디젤기관을 뺀다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되었다. 1970년대 이후 유가상승에 따라 차량의 효율성이 중요하게 부각되면서 1990년대 부터 트럭 등 상용차에만 쓰이던 디젤엔진이 승용차에도 본격 도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소방식에서 비롯되는 매연과 소음 때문에 대기오염의 주원인으로 지목되어 환경규제의 중요한 대상으로 관리되었다.
이러한 취약한 환경성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커먼레일 엔진과 배기가스 후처리장치를 개발하여 획기적인 성과를 이루었다. 디젤엔진의 배출가스에서 미세한 입자상물질(PM)을 정화하기 위해 DPF(Diesel Particulate Filter; 디젤분진필터)를 개발하여 분진을 걸러주었다. 배기가스를 완전히 방출시키지 않고 기관내부의 연소실로 유입되게 하는 EGR(Exhaust Gas Recirculation; 배기가스재순환장치)로 질소산화물 배출을 저감시켰다. 추가적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을 위해 필터에 쌓인 질소산화물을 없애주는 LNT(Lean Nox Trap; 희박질소촉매장치)와 요소수를 분사하여 질소산화물을 정화하는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선택적 촉매감소장치)을 개발하여 성능을 향상시켰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었던 디젤차량이 최근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하면서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량으로 인정받았다. 이러한 노력이 거대기업의 비양심적 행위로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국제적인 연비규제 도입과 온실가스배출 저감을 위한 현실적 대안 강구가 어렵고 당장 클린디젤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는 전기차나 수소전지차를 합리적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더욱이 환경적 측면에서도 전기 생산과 배터리 생산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전기차가 무공해차라는 논리는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환경부의 조사결과 발표로 디젤승용차가 일시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는 있으나 높은 연비와 강한 힘과 같은 포기할 수 없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디젤엔진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환경성을 더욱 개선하기 위하여 완성차 기업들은 기술향상에 매진하여야 하고 그럴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한 지속적 노력과 투자도 절실하다. 사회적으로도 성급한 판단과 일방적인 비판이 아닌 객관적 시각을 견지해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