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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엔진차 vs. 전기차? 이제 산수가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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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전병역 기자>

자동차와 사회적 비용

 만약 100㎞를 운행해야 한다면 어떤 차를 타는 게 가장 사회적 비용이 적게 들까. 연료 값이 가장 적게 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환경오염 등이 적은 것도 동시에 따져봐야 하는 시대가 됐다. 과거 더 큰 배기량에 더 힘 좋고 빠른 차가 멋진 차로 통하던 선배 세대에 비해 우리는 확실히 더 피곤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어쩌랴. 세상이 바뀌었다.

 시간을 2008년 금융위기 때로 돌려보자. 당시 국제 유가가 급등락을 하던 와중에도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경쟁이 가열되기 시작했다. GM, 닛산의 전기차,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등이 중장기 대안으로 떠올랐다. 문제는 전기차, 수소차가 현실화될 때까지는 어떻게 할 것인가는 의문이 남았다. 토요타 같은 하이브리드차도 한 방편이지만 절대적 신뢰는 주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 때 주목한 것이 바로 독일 브랜드가 앞세워온 이른바 ‘클린디젤’ 자동차다.

 개인적으로 자동차 담당을 하면서 현실의 대안으로서 디젤승용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니나 다를까, 당시 본격적으로 폭스바겐은 물론 BMW 등이 환경성을 강화했다는 디젤승용차로 수입차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국내 현대기아차도 디젤 승용차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기차, 수소차의 시대가 오기 전에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거나 억제하는 데 디젤차가 중요한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연료의 특성상 디젤은 가솔린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 더불어 디젤의 연료효율이 좋아 자동차 연비도 높다. 쉽게 말해 같은 거리를 달리는 데 연료 소모가 적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더 적다.

 이런 디젤차가 지금 세계적 위험에 처했다. 폭스바겐 발 디젤게이트다. 개인적으로 디젤승용차의 가치를 피력해온 입장에서 폭스바겐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은 기분이 든다. 다만 이제 다시 우리는 냉정해져야 한다. 폭스바겐의 사기 사건에는 서릿발과 같은 비판과 배상을 요구하더라도 앞으로 수송 에너지를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면밀히 검토할 때가 됐다.

 디젤게이트 이후 지금 디젤차 운전자는 몰상식한 소비자라는 누명을 쓰게 됐다.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NOx) 영향이 크다. 그런데 냉정히 보자면 그동안 디젤 연료에서 이런 부분은 익히 알려져왔다. 폭스바겐 사태로 더 도드라졌을 뿐이다. 그러면 그 동안은 왜 별 말이 없었을까. 이 때문에 디젤엔진을 앞세운 독일 브랜드가 자국에 파고들자 위협을 느낀 미국 당국의 음모론까지 유럽에서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 대안과 미래시장

 자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서, 이제 디젤차를 정리하고 전기차로 갈아타면 될지를 짚어봐야 할 때다. 물론 강력한 현실적 대안으로서 가솔린차는 여전히 유효하다. 또한 하이브리드차(거의 다 가솔린 기반)도 있고, 장차 수소연료전지차도 미래 시장의 무대를 기웃거린다.

 디젤차와 전기차를 비교하는 건 사실 현재로서는 넌센스에 가깝다. 전기차는 여전히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비현실적이라고 봐야 한다. 그럼 수년 안에 전기차 시대가 열릴지가 관건이다. 배터리 성능 개선과 가격 하락, 충전소 확대 같은 숙제가 남아 있다.

 더 본질적으로 파고 들면 복잡한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과연 디젤을 포함해 원유를 정제한 석유를 차에 넣어 굴리는 것과, 여러 에너지로 발전을 한 뒤 전기차에 충전해서 운행하는 것 사이에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이고, 환경적으로도 유리할지 냉정히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디젤게이트를 계기로 전기차, 수소차 시대를 열자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이런 근본 질문에 해답을 찾지 않고 무턱대고 덥썩 달려들어선 안된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친환경 에너지 수급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이상 전기차 시대로 급선회는 섣부르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전기차와 내연기관차(가솔린차·디젤차) 사이에 성능을 비교한 실증자료가 별로 없다. 마땅한 근거로 없이 막연하게 비교하고 다투는 중이다. 지금은 전기차를 내세우는 환경론자와 전통의 엔진차를 미는 쪽이 각자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기 바쁘다. 한쪽에선 마치 디젤차는 종말을 고할 것처럼 말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전혀 그럴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건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안다. 중요한 건 ‘디젤차 마녀사냥’이 아니다. 전기차와 석유차의 장단점을 냉정히 평가해 서로 고개를 끄덕일 모범답안을 내는 일이 시급하다.

 

 

장점과 단점의 냉정한 판단

 일단 디젤차의 단점은 폭스바겐 사태로 더 부각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암물질로 분류한 질소산화물(NOx)과 일반 미세먼지 배출이 문제다. 장점은 알려진대로 휘발유, LPG보다 열효율이 높은 경유를 쓰는 데 있다. 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적은 연료가 들고,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더 적다.

 한마디로 건강이냐, 환경이냐 문제다. 즉 배기가스를 잡아주는 장치로 건강 걱정은 줄이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면 디젤차도 적어도 상당 기간은 현실적 대안이 된다. 이것이 바로 폭스바겐·아우디와 BMW, 벤츠 등 유럽 브랜드들이 키워온 이른바 ‘클린디젤’ 자동차다.

 이는 여느 사회보다 도덕적일 것이란 유럽사회에 대한 믿음에 기초해 세계 시장에 파고들었다. 그러나 폭스바겐의 사기가 들통나자 모든 디젤차들에 도매금으로 족쇄가 채워진 꼴이 됐다.

 전기차는 무엇보다 운행단계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는다고 알려져 ‘무공해차’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하지만 냉정히 전기차가 완전 무공해차는 아니라는 사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전기 생산 방식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만약에 전기를 완전히 태양광, 풍력, 수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로만 얻는다면 전기차는 무공해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반면 우리처럼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석탄에 가장 많이 의존하고, 이어 논란의 원자력 발전 기여도가 높은 사회에서 전기차의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또한 에너지 효율도 면밀히 짚어야 할 대목이다. 화석연료 등으로 만든 전기를 송전, 충전한 뒤 차로 운행했을 때와, 원유를 정제한 뒤 휘발유나 경유로 만들어 운송, 주유한 뒤 운행한 경우 에너지 효율을 비교, 분석해 봐야 한다. 이른바 ‘WTW(well to wheel·유정에서 바퀴까지) 분석’이다.

 환경 영향도 마찬가지다. 전기 생산과 배터리 생산(폐기) 과정을 종합 고려해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가 과연 얼마나 배출되는지 업계, 정부, 학자가 참여하는 합의가 필요하다. 석유엔진 차의 경우도 원유 정제부터 수송, 주유, 운행까지 과정에 환경성을 분석, 비교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정부나 학계나 기업 모두 정작 이처럼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부분에 답은 못 내놓고 서로 유리한 입장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최근 제주도 전기차 실험을 취재하던 중에 WTW 효과를 비교, 분석한 자료를 구할 수 있었다. 하나의 연구이지만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오크리지연구소(ORL)는 “오일은 엔진까지 전달되는 열량이 90%이지만 실제 엔진에서 구동축까지는 19% 수준으로 전달된다”고 밝혔다. 종합해 내연기관 에너지 효율성은 17%로 계산했다. 반면 “배터리는 발전해서 엔진(모터)까지 전달되는 열량이 44%였고, 구동축까지는 85% 수준으로 전달됐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배터리차(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성은 37%라고 계산해 내연기관보다 크게 높게 나왔다.

 또한 환경 측면에서도 가솔린과 디젤은 생산 단계 때는 1㎞당 20g, 19g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으나, 내연기관 구동 중에는 각각 151g, 140g 정도를 발생한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반면 배터리차는 “생산 단계에서는 1㎞당 92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나 구동 중에는 배출량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연구가 합리적이고 믿을 만하다면 전기차 시대를 앞당겨야 할 명분이 커지게 된다.

 다만 한 국책연구원의 전문가는 “다른 WTW 연구를 보면 전기차와 엔진차 사이에 에너지 효율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결과도 있더라”고 말했다. 적어도 충전한 뒤에 전기차의 구동 단계에서 에너지 효율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발전을 하는 단계에서 효율이나 환경성 부분은 각국의 처지에 맞게 더 엄격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전기차의 경우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 개선과 가격 인하가 급선무다. 배터리 수명이 약 10년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국책연구원의 차량 전문가는 “현재 배터리로는 5년 정도 쓰면 효율이 떨어지며, 중고차 가격 부담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 측면에서 다른 견해도 있다. 독일의 현행 원자력, 석탄, 중유, 천연가스를 고려한 발전 전력을 사용할 경우 전기차가 오히려 디젤차보다 이산화탄소 발생이 33% 증가한다는 보쉬의 2010년 연구 결과도 있다. 디젤 엔진 기술을 강조하는 보쉬 측의 연구를 곧이 곧대로 믿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보쉬는 신재생 에너지와 원전으로 발전한 전력으로 충전한 전기차는 디젤차보다 이산화탄소를 약 4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사회적 합의와 정정당당한 경쟁

 냄비 끓듯이 들끓은 디젤게이트가 얼마나 후폭풍을 미칠지는 더 봐야 안다. 디젤차 전부를 터부시하는 방향으로 갈지, 가솔린차와 선의의 경쟁 여지를 남길지 두고 볼 일이다.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 같은 차세대 차량으로 넘어간다는 보장은 아직 없다. 그렇게 가더라도 현실의 대안으로서 디젤차나 가솔린차는 피해갈 수 없는 선택 대상이다.

디젤차는 실제 운행단계에서 연비는 물론 배기가스 검사를 엄격히 한 뒤 경제성과 환경성을 면밀히 평가해야 할 때다. 오염물질 배출을 줄인 댓가로 떨어진 연비가 휘발유차와 큰 차이가 없게 된다면 디젤차는 밀려날 공산이 크다. 반대로 여전히 연비가 높고,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더 적은 차로 체면을 살린다면 적어도 당분간은 현실로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달리 보면, 디젤차의 수명은 전기차 시대를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잘 준비해나가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한국의 에너지 수급체계, 발전 역량, 원자력 이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전기차를 어느 만큼, 어떤 속도로 늘려가야 할지 정부는 물론 산업계와 학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그렇지 못하고 폭스바겐 사태처럼 일이 터질 때마다 이쪽 저쪽으로 쏠린다면 피해는 소비자들이 지게 될 것이다. 이제 각자에 유리한 얘기부터 하기 전에 계산기를 꺼내들고 꼼꼼히 산수부터 해야 할 때다. 이를 토대로 누구처럼 꼼수부리지 않는 정정당당한 경쟁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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