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상반기 정유업계 경영실적 분석
대한석유협회 정책협력팀 조상범 차장
2012년 상반기 국내 정유사 경영실적 분석
올 상반기 국내 4대 정유사는 유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경영실적을 시현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11년 상반기) 대비 12% 증가한 78조2,376억원 이었으나, 영업이익은 88% 하락한 3,635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 또한 70% 감소한 7,472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의 영업활동 성과를 나타내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0.5%로 전년의 4.3%에 비해 3.8%P 하락하였다. 특히 2분기의 영업이익은 분기사상 최악인 1조52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였으며, 영업이익률은 -2.7%로 지난 2009년 2분기 영업이익율 -4.7% 이후 가장 낮은 이익률이어서, 직전 분기인 2012년 1분기의 영업이익률이 3.6%로서 호조였던 것에 비하면 불과 1분기만에 경영환경이 급변하였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표1】 2012년 상반기 정유업계 경영실적 현황
무엇보다도 상반기의 저조한 경영실적은 정유부문실적 악화영향이 가장 크다.
국내 정유사 사업구조는 석유정제 및 판매 관련한 사업주력분야인 정유부문과 석유화학, 윤활유 등의 비정유부문으로 나뉘는데, 통상 매출액 등은 정유부문이 많지만 영업이익은 정유부문과 비정유부문의 이익률이 비슷한 수준의 추이를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 상반기에는 더욱 정유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정유부문과 비정유부문의 매출액 비중은 91:9로 정유부문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은 가운데, 영업이익 비중은 -210:310으로 정유부문의 적자를 비정유부문이 보전하는 결과를 보였다.
【표2】 2011년 상반기 정유 및 비정유 부문 이익률 현황
(단위 : 억원)
【그림1】 석유산업 자유화 이후 정유사 영업이익 및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이 같은 정유부문 실적악화의 가장 큰 요인은 첫째, 국제원유가격의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이다. 두바이 원유가격은 올해 3월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다가 4월부터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하여 6월에는 배럴당 94달러를 기록하여 3월 고점 대비 23%의 하락률을 시현했다.
하지만 정유사 원유도입가격은 원유도입기간에 따른 시차발생으로 뒤늦게 가격하락이 반영되어 4월 이후에는 원유도입가격이 두바이유 가격보다 높아져 [그림2]과 같이 역전되었다. 그런데 국내 석유제품 내수가격과 수출가격은 원유도입가격이 아니라 국제제품가격에 연동되어 있으므로 이 기간에는 판매하면 할 수록 '비싼 가격에 사와서 싸게 파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 결과 2분기 국내 정유사의 매출원가가 매출액보다 높아지게 되어 매출총이익(매출액-매출원가)이 1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하게 되었으며, 1분기의 이익을 상쇄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림2】 2012년 월별 두바이유 및 국내원유도입가 추이
【표3】 2012년 분기별 사별 매출총이익 추이
이 같은 정제마진 악화는 객관적인 지표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정유부문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원유 및 석유제품간 스프레드 등의 추이는 전년동기대비 악화된지표를 시현하였으며, 특히 그 동안 정유업계 수익형성에 많은 기여를 한 석유제품 수출마저 수출채산성 악화로 정유부문 적자를 기록한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2년 상반기에 전년동기대비 원유가격은 5% 상승하였지만 국제석유제품가격은 3%로 상승폭이 적어 스프레드는 축소되었다.
그 결과 지난 상반기의 두바이유와 휘발유, 등유, 경유 등 경질유 평균가격과의 스프레드는 15.0$/B로 ‘11년 상반기의 17.4$/B에 비해 약 2.4$/B 줄어들었다.
또한, 원유-제품간 스프레드 축소로 인해 단순정제마진의 적자폭이 축소된 데에 이어 중유의 국제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경질유 대비 중질유 가격상승에 따라 크래킹 마진도 축소되어 복합정제마진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싱가포르 두바이유 복합정제마진은 지난 상반기에 0.1$/B를 기록하여 전년동기의 1.8$/B에 비해 약 1.7$ 하락하였다.
【표4】 단순/복합 정제마진 및 크래킹 마진 추이
(단위:$/배럴)
주) 1. 출처 : IEA Oil Market Trend 및 석유공사 페트로넷
2. 휘발유는 92RON, 경유는 황함량 0.5%, 고황중유는 HSFO(380cst)
* HSFO(High Sulphur Fuel Oil) : 고유황 중질유
둘째, 수출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출채산성 악화로 수출수익성이 감소되었다.
상반기에는 정유사 가동율 상승과 제품수요 확대 등으로 석유제품 수출물량이 전년동기대비 10% 증가하였고, 석유제품 수출금액 또한 수출물량 확대와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16% 증가하였다.
특히 석유제품 수출은 상반기에 약 273억원을 기록하여 같은 기간 선박, 자동차, 반도체 등을 제치고 주요 수출품목중 1위를 차지하여 불황의 그늘속에서도 놀라운 수출증가세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수출채산성은 배럴당 7달러로 ‘11년 상반기의 13.4달러에 비해 48%나 감소했다.
【표5】 수출물량 및 금액 현황
【표6】 수출채산성 비교
비정유부문 수익성 악화
셋째, 비정유부문의 수익성 또한 악화되어 법인 전체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쳤다. 통상 정유사의 주력사업부문인 정유부문의 저조한 실적과는 달리, 비정유부문의 수익성은 높게 나타났다. 올 상반기에도 이러한 양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으나, 비정유부문의 매출액이 17% 증가한데 비해 영업이익은 1조 1,27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가 감소되었다.
이는 무엇보다도 윤활유 부문의 수익성의 악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윤활유 부문은 판매물량 도 10% 증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료(벙커C유) 상승폭보다 윤활(기)유 가격상승폭 하회에 따른 스프레드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되었다. 그 결과 상반기 윤활유 부문의 매출액은 2조 1,776억원, 영업이익은 3,979억원으로 매출액영업이익률 18.1%를 기록하여 양호한 이익률을 시현하였으나, 전년동기의 이익률 27%보다는 매우 악화되었다.
【표7】 B-C유/윤활기유 국제가격 및 판매물량 비교
(단위 : US$/B)
주) B-C유는 380cst, 윤활기유는 150N 기준
석유화학부문은 고유가에 따른 BTX 석유화학제품의 판매가격 상승으로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이 17% 증가하였으며, 일부 제품의 스프레드 악화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도 18% 증가하였다.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폭이 1%에 그쳤으나, 판매물량이 증가하였고 톨루엔, 자일렌, 벤젠 등 BTX제품의 스프레드가 크게 증가하였다.
【표8】 주요 석유화학제품의 국제가격 추이
(단위 : US$/MT)
주) 자료: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이상에서 살펴본 ‘12년 상반기 정유사 경영실적은 78조원에 이르는 높은 매출액 규모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 0.5%, 순이익률 1.0%의 초라한 성적표를 기록해 국내 12월 결산법인 전체 상장사 평균 상반기 영업이익률 5.6%에 크게 못미쳤다.
정유사 경영실적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메이저와의 비교시에도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
석유메이저사인 엑슨모빌, BP, 로얄더치쉘, 쉐브론, 토탈 등은 평균 6.7%의 순수익률을 보여 국내 정유사의 6배에 달했다.
이는 해외메이저가 상류부문의 비중이 하류부문보다 높은 반면, 국내 정유사는 상류부문 보다 하류부문에 치우쳐져 있어서, 유가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과 메이저 상류부문의 수익성은 하류부문에 비해 덜 악화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표9】 해외 메이저와 국내 정유사 2012년 상반기 경영실적 비교
결어
2012년 상반기 정유업계를 둘러싼 영업환경은 정유부문과 비정유부문에서 극명하게 엇갈렸다.
정유부문에서는 2분기에 분기사상 최악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원유가격과 석유제품가격의 스프레드 축소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에 신음하였다. 지난 '11년 2분기에 정유사의 휘발유 및 경유에 대한 3개월간의 리터당 100원 할인실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 0.4%를 기록하였던 점을 감안하면 정유업계의 수익성은 국제정제마진에 좌우된다는 점을 명확히 알 수 있다.
국내 석유산업이 상류부문보다 하류부문에 치우쳐진 상황을 감안할 때, 향후 세계경제 동반침체로 유가하락 및 정제마진 악화시 국내 정유사가 받는 영향과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비정유부문에서의 영업이익 소폭 감소에도 불구, 영업이익률은 15.3%로 정유업계의 열악한 수익성을 보전하긴 했으나, 이는 주력분야가 아니라 비주력분야에서의 수익으로 산업경쟁력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우려된다. 더구나 2009년 10월 SK에너지 윤활유 부문의 물적분할, 2010년 2월 현대오일뱅크의 석유화학시설 매각, 2011년 1월 SK에너지의 화학부문 분사 및 석유개발부문의 SK이노베이션 이관 등으로 정유사의 비정유부문이 축소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할 경우, 향후 정유부문의 실적악화는 고스란히 법인 전체가 떠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제’라는 본업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긴요한 시점이다.
2012년 하반기 정유업계 경영실적은 동절기 성수기를 앞두고 무엇보다도 정제마진의 회복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중국, 미국 등이 경기부양정책을 고려하고 있고 ECB(유럽중앙은행)의 무제한 국채매입 결정으로 경기회복 등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어서 최악의 상황은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유럽 등을 중심으로 한 경기회복세의 지속 여부와 신용등급하락에 따른 실제 경기회복 여부의 불투명성 등은 정유업계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