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FTA 체결동향 및 석유산업에 미치는 영향
이정은 | 지식경제부 석유산업과 사무관
지난 해 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동시에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FTA(free trade agreement : 자유무역협정)을 인식시키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 일반인들도 자연스럽게 한미 FTA의 현황이나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등 가히 범국민적 화제의 하나로 FTA가 자리매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FTA란 특정 국가 간의 상호 무역증진을 위해 물자나 서비스 이동을 자유화시키는 협정으로,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제반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하여 무역자유화를 실현하기 위한 양국간 또는 지역 사이에 체결하는 특혜무역협정이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은 그동안 대개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과 같이 인접국가나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흔히 지역무역협정(RTA:regional trade agreement)이라고도 부른다.
WTO가 모든 회원국에게 최혜국대우를 보장해 주는 다자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세계무역체제인 반면, FTA는 양자주의 및 지역주의적인 특혜무역체제로, 회원국에만 무관세나 낮은 관세를 적용한다. 시장이 크게 확대되어 비교우위에 있는 상품의 수출과 투자가 촉진되고, 동시에 무역창출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협정대상국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산업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우리나라의 FTA 추진현황 및 성과
우리나라는 1998년 11월 대외경제조정위원회에서 FTA 체결을 추진하기 시작하여 최초의 한-칠레 FTA가 2004년 4월 1일부터 발효되었다. 그뒤로 한-싱가포르 FTA(‘06.3월), 한-유럽자유무역연합(EFTA) FTA(’06.9월), 한-아세안(ASEAN) FTA(상품 ‘07.6월, 서비스 ’09.5월)가 발효되었다. 또한 미국(‘07.6월 서명), 인도(’09.8월 서명)와는 FTA 서명을 완료하고 현재 비준절차를 진행 중이고, EU의 경우 ‘09.7월 협상이 완료되어 오는 10월 가서명을 추진 중에 있다. 이뿐만 아니라 6개 경제권과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외 일부 국가와는 FTA 협상 재개 및 협상 개시를 위해 여건 조성 중이다.
발 효 | 서명 및 협상타결 | 협상 진행 | 협상준비 또는 공동연구 |
칠레, EFTA1) 싱가포르 ASEAN* | 미국(‘07.6월 서명) 인도(‘09.8.7일 서명) EU(협상완료)
| 캐나다 GCC2) 멕시코, 페루 호주, 뉴질랜드 | 터키, 콜롬비아 일본, 중국, 한·중·일 MERCOSUR3),, SACU4) 러시아, 이스라엘 |
1) EFTA(4개국) :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2) GCC(6개국) : 사우디, UAE,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3) MERCOSUR (5개국) :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베네수엘라
4) SACU(5개국) :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 레소토, 나미비아, 스와질랜드
FTA 발효 이후 관세가 철폐 혹은 인하되면서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짐에 따라 FTA 체결국에 대한 수출이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FTA 체결국으로의 수출증가율은 지난 5년간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16.8%)보다 높은 20~40% 수준을 보이며 국가경제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되었다. 또한, 우리 기업들에게 일본, 중국 등 우리의 경쟁국들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게까지 다양한 시장과 투자기회를 가져왔다.
< FTA체결국과 우리나라의 교역규모 비교(08년 기준)>(억불, %)
구분 | FTA 旣 발효국 | 타결국 | |||||
칠레 | 싱가포르 | EFTA | ASEAN1) | 미국 | 인도 | EU | |
교역액 | 71.6 | 246.5 | 66.6 | 655.5 | 847.4 | 155.6 | 983.6 |
교역액비중(%) | 0.8 | 2.9 | 0.8 | 7.6 | 9.9 | 1.8 | 11.5 |
누계 | 0.8 | 3.7 | 4.5 | 12.1 | 22.0 | 23.8 | 35.3 |
출처 : 관세청, 「무역통계」, 수출입총괄, 국가별 수출입실적 (WWW.Customs.go.kr)
주1) ASEAN은 싱가포르 제외 수치임
국내 석유산업에의 영향
현재 발효된 FTA 중 국내 석유산업에 의미있는 체결국은 싱가포르와 ASEAN이다. 특히 싱가포르와의 FTA 협상 당시에는 싱가포르의 석유제품 수입관세가 실질적으로 무관세이므로 FTA 체결로 국내 석유제품의 관세를 인하할 경우 싱가포르로부터의 수입이 급증하여 국내 석유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생존기반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싱가포르 FTA 체결로 주요 석유제품(휘·등·경·중유 등)의 관세가 철폐되었으나, 실제로 정유업계의 시설확충 및 고도화시설·탈황시설 증설로 인하여 싱가포르로부터의 석유제품 수입은 ‘05년 1,750천B에서 ’08년 5,939천B로 약3.4배 증가한 반면, 싱가포르로의 수출은 ‘05년 18,042천B에서 ’08년 91,358천B로 5배 증가하여 對 싱가포르 석유제품 무역수지 흑자가 증가하였다.
특히, 싱가포르로부터 수입된 석유제품의 대부분이 벙커C유 및 나프타로, 기존에 수입관세가 부과되던 유종으로는 벙커C유 정도만 수입이 증가되는 현상을 보여, FTA 체결 전 우려는 기우였음이 증명되었다.
* 對싱가포르 벙커C유 수입량(천B) : ('05) 485 → (‘06) 693 → (’07) 1,074 → (‘08) 2,733
현재 협상 진행 중인 FTA 중에서 국내 석유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한-GCC(걸프협력이사회) FTA이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로서, 특히 GCC 국가인 사우디, UAE,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에서 해마다 80%가 넘는 원유를 수입하고 있어 중동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석유제품의 원료가 되는 원유의 경우는 관세를 즉시 철페하는 데에 우리부와 석유업계가 의견을 같이 하고 있으나,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의 경우에는 이견이 있다. 석유업계는 중동 국가들이 고유가를 통해 얻은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앞다투어 자국내에 대규모 석유정제시설을 확충하고 있는 상황에서 석유제품에 대한 수입관세가 철폐되면 원가경쟁력을 갖춘 GCC 국가로부터의 석유제품 수입이 급증하여 국내 석유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반면에, 정부에서는 FTA 체결로 인한 국내 산업의 피해뿐만 아니라, FTA 체결로 인한 수입 증가로 국내산업과 경쟁을 촉진할 수 있고, 그로 인한 물가 하락 및 소비자에게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어느 때보다 석유가격 안정화 및 유통시장 개편 논의가 활발한 현 시점에서는 소비자 후생 증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한-GCC FTA는 현재 3차 협상까지 진행되었고, 올해 말 4차 협상이 예정되어 있으며, GCC 국가의 최대 관심분야가 우리 측 석유 및 석유화학시장의 개방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업계 간 긴밀한 의견수렴 및 FTA로 인한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하여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
석유업계의 향후 과제
현재 우리나라의 교역액(‘08년 기준) 중 FTA 특혜무역비중은 12.1%로 전 세계적으로 FTA를 통한 교역 비중이 50%를 상회하는 수준인 데 비하면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 중국, 싱가포르, 대만, 인도, 아세안(ASEAN) 등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이 FTA를 등한시 했던 태도를 버리고 앞서 있는 미국, EU, 칠레, 멕시코 등을 따라잡으려고 FTA 체결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이제 석유업계에서도 이런 세계적인 흐름과 FT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재인식하고 좀 더 적극적이고 유리한 방향으로 FTA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FTA 협상 시 FTA 체결국을 중심으로 한 수출시장 확대 노력(시설 투자 및 수출국 다변화를 통한 수출 증대) 및 전략마련이 필요하다.
세계는 점점 지역간, 국가간 관세 장벽이 철폐되는 글로벌 경제로 옮겨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FTA는 석유업계에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이다. 석유제품이 우리나라 수출품목 중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와 석유업계가 힘을 모아 기 체결된 FTA의 활용도를 높이고, 새로운 국가와의 FTA 협상에 전략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