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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석유제품이 근절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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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석유제품이 근절되려면 시민의 이해와 참여가 필요하다

이은영_소비자시민모임 지속가능소비생산연구원 사무처장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는 시장경제의 위력 속에서 놀라운 발전과 체제 자체에 대한 자신감과 확산을 가져다 주었으나, 한편으로는 인간성과 도덕성을 상실한 채 금권만능사상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자발적인 시민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약 1년 전인 2007년 6월, 유사석유제품의 불법 유통을 막겠다고 시민들이 나섰다. 100여명의 시민감시단은 더 이상 불법 유사석유 제품이 생산ㆍ유통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소비자들이 불법 유사석유제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여 건전한 석유시장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겠다는 행동강령을 선언하고 유사석유제품 근절을 위한 시민감시활동을 시작하였다.

눈으로는 품질을 식별할 수 없는 유사석유는 싼 가격을 미끼로 시장 깊숙이 들어왔다. 이것은 탈세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도덕 불감증이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분명히 유사석유판매는 불법 행위이고, 범죄행위로 규정된다. 유사석유제품의 사용으로 인한 피해는 누적되는 특징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그 폐해를 인식하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계속되는 고유가와 과다한 유류세, 석유유통업계의 치열한 경쟁 등은 유사석유 판매를 증가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유사석유의 급증은 급기야 유사석유 판매자뿐만 아니라 유사석유를 사용하는 소비자까지도 처벌하는 법적 조항이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즉, 유사석유로 인해 유류업계는 물론 소비자들도 제품 사용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 이외에 구매행위 자체에 대해서도 과태료라는 추가적인 금전적 손실을 주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유사석유제품의 판매 및 사용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오히려 유사석유가 은밀하게 암거래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소비자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해결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유사석유제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의 선행이 우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선택할 권리가 있다. 이와 함께 올바른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도 있다. 소비자들은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유사석유의 경우 올바른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채 판매자나 주위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고 사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치솟는 석유가격에 대한 불만, 정유업계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는 소비자들에게 유사석유제품의 폐해를 제대로 알리지도 못한 상태에서 유사석유 사용자 처벌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강력한 처벌이 저렴한 가격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에서는 유사석유제품 사용 소비자 처벌 시행에 앞서 시행하게 된 경위와 과정에 대해 소비자들이 이해하도록 납득시키고 이런 행정조치에 대해 시민들의 협조를 구하는 과정을 과감히 생략했다. 제품 사용에 있어 소비자의 책임을 따지기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책임감 있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석유가격체계를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하려는 정부의 의지 없이 소비자들에게만 책임 있는 선택을 강요한다면 그러한 정책은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게 되고, 유사석유제품의 암거래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부에서도 유사석유 문제 해결을 위해 강력한 처벌 외에 단속 강화, 신고포상제도를 운영해 왔다. 정부의 지속적인 감시와 처벌 강화의 복합적인 효과로 인해 불법 유사석유의 길거리 판매를 없애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만으로 불법 유사석유 판매가 근절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은밀하게 유사석유 판매는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불법적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범죄를 단속으로 철저하게 적발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며 한계가 있다. 유사석유제품 판매와 유사한 범죄들은 집중단속이나 특별단속기간에 일과성 단속으로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단속을 할 인력도 부족할 뿐더러, 과다한 비용, 정확한 정보의 문제에 부딪힌다. 즉, 단속만으로는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기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유사석유제품 감시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될 수 없는 것이다.

시민의 고발을 유도하는 신고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 또한 한계는 있다. 왜냐하면 상당수의 시민들이 유사석유제품의 판매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품질에 대한 의심 없이 유사석유제품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이 예상보다 많기 때문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2008년 1월 25일~2월 10일에 성인 운전자 1,5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사석유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93%가 유사석유에 대해 들어본 적인 있는 반면 유사석유의 폐해에 대해서는 대다수 소비자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실제로 35%의 응답자는 유사석유를 사용한 경험이 있었으며, 사용 이유는 단지 가격이 싸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시민들에게 유사석유에 대한 올바른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시민들에게 시민정신에 입각하여 신고해 줄 것을 요구하지만, 이렇듯 소비자들이 신고를 할 필요성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민정신에 입각해 신고를 해 줄 것을 기대한다면 어떠한 효과도 거둘 수 없다. 문제에 대한 홍보가 선행되지 않고 단순히 시민들의 고발을 유도하는 방식은 효과적이지 않다. 또한 보상금 지급의 경우 금전적인 보상이 주된 유인책이 될 경우, 단속의 효과보다도 국민의 혈세가 불필요한 보상금으로 과다하게 지급될 우려 또한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일방적인 단속이나 신고포상제만으로는 불법 유사석유 판매의 문제를 해결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유사석유의 불법 유통의 문제해결의 출발점은 소비자들에게 유사석유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배경에서 ‘유사석유제품 시민 감시단’이 만들어졌다. 유사석유제품 시민감시단의 역할은 단순히 불법유사석유 판매를 감시하는 것만은 아니다. 시민감시단은 유사석유제품의 불법판매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활동과 더불어 이러한 행위가 불법임을 소비자에게 인지시키기 위한 소비자 교육을 실시하여 유사석유제품의 불법 판매 행위를 근절하는 데 기여하는 것, 그리고 유사석유의 문제점을 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알림으로써 불법적인 석유시장을 바로 잡고자 하는 의식 있는 시민들이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려는데 근본적인 목적이 있다. 즉, 시민감시단은 가시적인 성과를 떠나 적극적인 시장 참여를 통해 소비자들이 보다 안전한 양질의 석유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공정한 석유시장을 확립하는데 시민들이 앞장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의 유사석유제품 시민감시단은 지난 수개월간 상시 감시활동은 물론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특별 감시를 실시하는 한편, 한국석유품질관리원, 서울 경찰청 및 해당지역 구청과 합동감시활동을 전개하여 판매자 및 사용자를 적발하는 등 활발한 감시활동을 전개하였다. 또한 유사석유 불법 판매 감시활동과 함께 전국적으로 약 10,000여명을 대상으로 총 18회의 교육 및 캠페인을 전개하여 유사석유제품의 위해성 및 유사석유 사용 처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시민감시단을 통한 유사석유제품 유통 근절 활동은 기대이상의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된다. 우리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유사석유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의 변화를 보았다. 실제 유사석유제품을 사용해본 사람들을 통해 왜 유사석유제품을 사용하는지, 유사석유제품에 대한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시민감시단이 정부의 단속기관처럼 불법적인 유사석유제품 사용자를 찾아내고 감시자의 역할만을 했다면, 우리는 실제 유사석유가 왜 판매되고 사용하는지에 대한 현황을 제대로 알 수도 없었을 것이고, 당연히 해결책에 대한 접근조차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소비자시민모임 유사석유제품 시민감시단은 불법 제품의 사용을 불허하는 공정한 시장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성숙된 시민정신으로 시장에 관여한 시민참여 운동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시민들에 대한 올바른 정보제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유사석유판매 근절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시민감시가 주도적 방법이 될 수는 없다. 이는 어디까지 보조적 성격을 가진다. 정부가 아닌 시민 개인의 감시 노력이나 의지는 권력적 수단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시민감시는 정부활동의 한계에 대한 보완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시민감시는 정부감시의 한계가 드러나는 곳에 적절히 그 효과가 발휘되는 곳이 적지 않다. 시민의 눈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시민감시의 메커니즘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시민들의 신고는 비용을 따로 들이지 않고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물론 시민감시단의 경우 감시 중 유사석유의 불법 판매 현장을 목격해도 발견 시 차량 도주 등 적발대상의 증거자료 확보가 어렵고, 적발 후 증거자료를 접수하여 고발이라는 추가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시민감시단의 감시와 관련 기관과의 긴밀한 업무 협조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이 유사석유근절에 있어서 시민감시는 매우 중요하지만, 시민감시단의 주된 역할은 감시 그 자체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민부문이 특정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참여와 실천, 감시와 고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감시단은 시민들에 대한 교육을 통한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 제고, 그리고 의식 있는 시민들의 참여가 어우러질 때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우리사회는 이미 다분화된 사회에 대응하는 다양한 형태의 역동적이고 강력한 사회운동이 나타나고 있다. 시민의 권리를 되찾는 것은 정책이나 제도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우리사회의 실종된 사회윤리를 각성하고 치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민들의 윤리의식, 책임의식을 제고시켜야 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유사석유제품 판매의 근절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의 참여에 의한 유사석유제품 시민감시단에 활동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공정한 시장의 최종 수혜자는 결국 소비자 개개인이 되어야 한다. 합리적이고 공정성을 추구하는 윤리의식을 가진 소비자라면 공정한 시장을 원할 것이다. 사익을 추구하는 대상만을 탓하기 보다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가 정부정책에 반영되도록 주장하고, 이를 기업에 요구하고, 스스로 시장거래에 참여함으로써 시장의 주체로서의 역할에 충실히 해나가는 것, 같은 의식을 공유하는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나가는 것, 이것이 앞으로 유사석유제품 시민감시단의 해야 할 과제이다. 합리성과 공정성을 추구하는 윤리의식, 성숙된 책임의식을 다수의 시민들이 공유하고, 시민참여가 활성화 될 때 우리사회는 건전한 시장 질서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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