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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유, 특별소비세 인상,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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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유, 특별소비세 인상, 그러나 가격불변


 - 경쟁연료간 형평 여전히 왜곡· 추가 인하 절실 - 



글·김신|석유가스신문 편집국장



서민난방연료비 부담이 가중되고 석유유통업계의 경영난이 심각해진다는 여론이 결국 정부의 등유 세금 인상을 막아냈다.

당초 7월 1일을 기해 등유 특별소비세를 인상할 예정이었던 정부는 그 계획을 철회하고 동결하는 쪽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사실 재정경제부는 불과 1~2개월 전까지만 해도 등유 세금 인상을 기정사실화 해왔다.

2차 에너지세제개편과 관련해 7월 세금조정이 예정됐던 경유나 LPG 관련 법안은 개정안을 마련해 6월 임시국회에 상정시켰지만 등유와 관련해서는 단 한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등유는 1차 에너지세제개편의 영향으로 지난 2001년 이후 해마다 세금이 인상되도록 특별소비세법에 못 박혀 있는 상태다.

때가 되면 자연스레 세금은 올라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번 7월 역시 법에 근거해 등유 특소세가 리터당 154원에서 178원으로 인상될 예정이었고 재경부는 굳이 그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석유업계는 달랐다.

그렇지 않아도 도시가스나 심야전력, 부생연료유 등에 밀려 소비가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세금이 오를 경우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때로는 논리적으로 또 때로는 대규모 집회로 강경한 색채를 띄며 석유업계는 등유 세금 인상을 저지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여 왔다.

특히 석유일반판매소 사업자들은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의 종묘공원에 집결해 등유 특소세 폐지 등을 요구하는 관련업계 최초의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1. 특소세법에는 등유세금 인상일정 확정


다양한 정부 정책중 세금과 관련된 부분은 대기업이던 또는 그 사업자단체든 드러내놓고 반대하거나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쉽지 많은 않다.

세금 문제는 그만큼 정부 입장에서 민감한 사안이다.

하지만 대한석유협회는 유독 등유 세금 인상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수송용 연료 중심의 에너지세제개편이 처음 논의됐던 2000년대 초반도 그랬고 비 수송용 연료인 등유 세금 인상 스케줄이 확정된 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등유 세금 인하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만큼 명분이 충분했다.

일단 수송용연료중심의 세제개편에 비수송용연료인 등유가 포함돼 세금이 동반 인상된다는 것 자체가 논란의 소지를 크게 안고 있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에너지 세금을 조정하겠다고 칼을 든 데는 수송용 연료간 세금 형평성을 맞춰 소비가 왜곡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즉 수송용 연료 자체의 원가경쟁력과는 상관없이 정부가 얼마의 세금을 부과하느냐에 따라 소비가 결정되고 그 결과가 시장 왜곡으로 나타나면서 인위적인 세제개편에 나서게 됐는데 엉뚱하게 비 수송용연료인 등유 세금까지 건드린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수송용연료인 경유 세금이 오르는데 등유세금을 그대로 놔둘 경우 두 유종간 세금차이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불법 혼·전용이 늘어난다는게 정부의 논리였다. 이 같은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제개편으로 경유세금인상이 추진되면서 실제로 유사경유 유통이 크게 늘어 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품질검사소에 따르면 석유유통단계에서 유사 경유를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는 세제개편이 처음 시작됐던 2001년 124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598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먹을 떡이 커지면서(세금 탈루액이 많아지면서) 유사경유 유통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사경유 유통을 막겠다며 정부가 등유세금을 인상시키는 것은 결국 ‘벼룩 잡자고 초가 삼간 태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게 석유업계의 시각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난방 연료로 등유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동절기에 총 21만9130원의 연료비를 지출하는데 반해 도시가스 사용자들은 13만438원만으로 동절기 난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대도시에 거주하는 중상층 이상의 소득계층은 집안에 편안이 앉아서 도시가스를 사용하면서도 적은 비용을 부담하는 반면 도시가스 보급이 되지 않아 주유소나 석유일반판매소에서 등유를 사다 써야 하는 농촌이나 도시서민들은 오히려 더 비싼 연료비를 지출하는 불평등과 소득역진성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94만을 기록했던 반면 농가소득은 224만원에 그쳤다.

예년에 비해서는 크게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등유가 경유로 불법 전용되다 적발된 사례가 300여 건에 불과한 상황에서 유사경유 유통을 막겠다고 전국적으로 40.3%에 달하는 등유사용가구의 연료비 부담을 가중시켜왔다는 점은 어떤 이유로도 명쾌한 설명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등유 소비자들의 연료비 부담이 얼마나 컸던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연탄 소비급증이다.

산자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12월까지의 연탄소비는 77만5285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7.7%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등유소비는 1360만배럴이 소비되며 22.1%가 줄어 들었다.

등유에 비해 구입이나 사용이 훨씬 불편한데도 소비자들이 굳이 연탄으로 난방연료를 전환하는 데는 등유 사용 비용이 그만큼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2. 등유세 인상은 벼룩잡자고 집 태우는 격


등유 세금 인상조치는 연료간 형평성에도 위배된다.

수송용 연료에 대한 정부의 왜곡된 세제정책으로 특정 연료의 소비가 지나치게 늘어난다는 지적때문에 에너지세제개편이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등유 세금인상은 더 더욱 설득력이 없게 된다.

세제개편으로 유독 등유 세금만 오르면서 난방연료 시장 연료간의 세제형평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등유세금은 2000년 리터당 60원에서 현재 154원으로 리터당 94원이 인상된 반면 LNG는 kg당 40원으로 동일한 수준을 유지중이다.

석유화학부산물인 부생연료유는 등유에 비해 현저히 낮은 리터당 112원의 세금만이 부과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석유협회를 비롯한 석유사업자단체들은 “동일시장에서 동일용도로 경쟁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인위적인 세제정책을 펼치며 시장경쟁원리에 따른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경쟁업체간의 공정 경쟁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석유협회는 등유가 경유로 혼전용될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를 해소시키기 위해 스스로 비용을 들여가며 해외 사례를 연구했고 그 해법을 제시해왔다.

석유협회에 따르면 일본 지자체들은 유사 경유 유통으로 세수가 감소할 것을 우려해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의 강력한 단속기법을 동원하고 있다.

경유 판매 사업장에 대한 품질검사는 물론이고 운행중인 차량을 세워 놓고 경유 품질을 조사하는 노상검사(路上檢査)까지 시행중이다.

그 과정에서 유사경유 사용이 확인될 경우 탈세액 추징과 벌금을 같이 부과하고 악질적인 위법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도 병과하고 있다,

경유에 국세를 부과중인 영국 역시 노상검사는 물론이고 연료의 품질이 불합격됐을 경우 탈세액추징과 벌금, 심지어는 차량몰수와 운송회사의 영업정지처분까지 내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석유협회는 등유에 착색제나 식별제를 첨가하거나 주요 외국의 사례처럼 사용자단계의 전용방지대책을 수립하면 등유의 혼전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재경부에 건의하고 있다.



3. 비수송용 에너지간 형평성도 문제


결국 명분과 논리에 밀리고 여론에 외면당한 재경부는 7월 인상예정이던 등유 세금을 동결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적지 않다.

등유 세금을 동결시키는 과정이 일단 매끄럽지 못했다.

등유 세금은 특소세법에 근거해 내년 7월까지 인상되는 일정이 확정되어 있다.

재경부가 등유 세금을 더 이상 인상하지 않고 동결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하다면 법을 고쳐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열린우리당측 간사인 박병석의원은 등유 세금을 에너지세제개편 이전 수준인 리터당 60원으로 인하해야 한다는 특소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6월 임시국회에서 세수 감소를 우려한 재경부의 반대로 심사보류된 상태다.

이후 재경부는 시행령에 근거한 탄력세율을 적용해 등유세금을 동결하는 방안을 선택했지만 사실상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 관계자들조차 문제를 삼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재경부가 탄력세율을 조정해 등유 세금을 동결하겠다는 것은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행령에 근거한 탄력세율은 굳이 국회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개정이 되는 만큼 재경부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쉽게 조정이 가능하고 특히 현재의 고유가 상황이 안정화되면 정부는 등유 세금을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등유 세금 동결 조치가 소비자들의 불만과 석유업계의 요구를 만족시킬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을 받고 있다.

석유협회와 석유유통협회, 주유소협회는 지난 5월 공동으로 제출한 대정부 건의문에서 등유세금을 경쟁연료인 도시가스와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등유 배달을 주업으로 삼고 있는 석유일반판매소 사업자들은 등유세금 폐지를 요구중이다.

사실 등유 세금을 도시가스보다 낮춘다고 해서 소비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전형적인 네트워크 산업인 도시가스의 경우 가격경쟁력과는 무관하게 갈수록 보급지역이 확대되고 있고 그만큼 등유 소비는 잠식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심야전력이나 부생연료유 역시 태생적인 원가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등유 세금 여부와는 크게 상관없이 안정적인 소비층을 확보중에 있다.

반면 등유소비는 빠르게 감소중으로 지난해 하루 평균 약 10만9000여배럴이 소비되며 불과 5년전의 21만1000여 배럴에 비해 절반수준으로 줄어 들었다.

이와 관련해 석유업계는 자연스러운 시장 경쟁 안에서 등유 소비가 감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과정에서  최소한의 원칙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그렇게도 강조하는 에너지간 형평성이 그 원칙이다.

정부가 인위적인 등유세금 조정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시장의 외면을 받는 것과 동등한 경쟁조건에서 자연스러운 소비자선택과정을 거쳐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분명히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다행히 등유 세금을 세제개편 이전 수준까지 내려야 한다는 박병석의원의 대표발의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고 석유유통업계 역시 세금 인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재경부가 향후 어떤 선택을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생연료유와의 형평성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재경부는 이번 등유 세금 동결 조치를 취하면서 석유화학사들의 부산물로 생산하는 부생연료유에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특소세법에 따르면 부생연료유에 부과되는 특소세는 7월 1일을 기해 리터당 112원에서 130원으로 18원 인상돼야 한다.

등유세금이 동결되고 부생유 세금만 오른다고 해도 등유 특소세는 여전히 리터당 24원 정도가 높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데도 재경부는 부생유 세금 역시 등유처럼 동결시켰다.

등유와 도시가스간의 세제형평성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던 정부가 유독 석유화학사가 생산하는 부생연료유에 대해서는 관대해 등유와 동일한 세금 동결조치를 취한 것을 두고 석유업계는 또 다른 연료간 형평성 왜곡현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등유와 경쟁관계인 부생유는 삼성토탈에서만 유일하게 생산되는 독점품목으로 재경부의 이번 세금 동결조치는 특정 업체의 이익을 지나치게 보호하려는 의도가 짙다는 목소리도 높다.

당연히 올라야 할 등유 세금을 재경부가 어렵사리 동결시켜 놓고도 정작 큰 인심을 얻지 못하는 것은 조세행정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인 듯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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