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산업의 발전방향과 정책과제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세계 자동차산업의 변화방향으로서 친환경화 및 스마트화
세계 자동차업계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 키워드는 친환경과 스마트이다. 환경문제 등으로 인해 세계는 강력한 환경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2012년 12월 12일 체결한 파리 협약에 따라 각국은 온실가스배출량을 줄여나가는데 합의했다. 이로 인해 가장 중요한 온실가스 배출원의 하나인 자동차에 대한 규제도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업체당 판매차량의 평균 대당 온실가스 배출(연비) 규제이다. EU가 가장 높은 수준의 규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2021년까지 95g/km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있다. 다소 수준은 낮지만 미국과 일본도 연비나 배출 규제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심지어 중국이나 인도 같은 신흥국,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산유국도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렇게 강화되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업체들은 기존 내연기관차량의 효율화를 통해 연비 향상 및 배출가스 저감을 추진할 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자동차, 수소연료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자동차를 투입하고 있다. 수소연료전기자동차는 아직 상용화에 성공한 업체가 현대, 도요타, 혼다 등 소수여서 도입의 초기 단계에 있다. 전기자동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자동차는 대부분의 자동차업체들이 생산하고 있고, 특히 중국업체들이 거대한 내수시장 및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무공해 친환경자동차의 도입을 의무화하려는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뿐만 아니라 중국도 내년부터 친환경자동차 판매 의무비율을 설정하여 시행할 예정이고,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서도 정부나 의회차원에서 온실가스 배출 차량의 판매금지를 논의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친환경자동차 보급의 제약 요소로 작용했던 배터리의 가격 하락과 성능 개선이 큰 폭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친환경자동차의 생산 및 판매는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친환경자동차라 하더라도 기존 자동차업체에게 유리하겠지만 테슬라와 같은 새로운 업체가 진입하기에는 기존 내연기관자동차에 비해 크게 쉬운 편이다. 전기자동차시대가 되면 자동차산업의 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초래될 것이다. 엔진과 변속기가 중심이 되는 내연기관자동차에서는 자동차업체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2차 전지, 모터 등이 중심이 되는 전기자동차시대에는 관련 부품업체들의 발언권이 강화될 것이다.
차량의 스마트화는 크게 완전자율주행 및 초연결이라는 2가지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 자율주행은 자동차의 안전 및 운전편의와 관련 있고, 초연결은 외부와의 연결을 통한 자동차의 오락 및 사무공간화를 실현하는 측면이 크다. 현재 완전자율주행 차량이 개발되어 시험주행을 하고 있고, 부분자율주행시스템은 차량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완전자율주행의 경우도 2025년 이후 빠르게 보급되어 2030년에는 판매차량의 40% 이상이 완전자율주행차량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초연결은 현재 차량에 인포테인먼트시스템이 적용되고 있고, 단순한 정보수집 및 처리뿐만 아니라 향후 5G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능들이 부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중국이 급부상하여 세계 자동차 생산 및 판매의 30%를 점하고 있다. 최근 인도 및 멕시코 등도 자동차 생산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친환경자동차 생산 및 판매를 주도하고 있다. 2017년 중국은 세계 전기자동차 생산 및 판매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80만대가량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중국의 친환경자동차 생산 및 판매에 대한 지원은 친환경적 목적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산업 육성 정책적 의미가 더 강하다. 자동차 판매에서 세계 최대 시장이고 최대 생산국이지만 외국 기업 및 기술이 지배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산업에서는 세계 선두주자로 나가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친환경자동차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자동차시장 및 생산을 주도하는 중국의 움직임에 자동차업체들도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생산 위축 및 친환경화․스마트화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국내 자동차업계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11년 466만대로 최대 수준을 기록하였지만 2017년 411만대로 2011년에 비해 55만대나 줄어들었다. 이는 30만대 공장 2개가 사라진 것과 같은 효과이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지켜오던 세계 5위 자동차생산국 자리도 2016년 인도에게 내어주고 말았다. 국내 자동차시장은 이미 성숙화되어 내수규모는 170~180만대 수준에서 큰 변화가 없고, 최근 수입자동차의 비중이 상승하면서 국내 기업의 내수시장 판매는 160만대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생산의 2/3 이상을 수출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한국 자동차산업의 현실이다. 그렇지만 노동시간 단축, 고비용․저생산성 등으로 앞으로도 국내 자동차 생산 및 수출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국내 생산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해외 생산은 확대되어 국내 자동차업체는 세계 5위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사드문제 및 중국 로컬기업의 경쟁력 상승 등으로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65만대나 줄어들었고,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도 13만대나 줄어들어 전체 해외생산은 61만대가 줄어들었다.
친환경자동차 부문에서 국내 자동차업계도 비교적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자동차 부문은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현대기아자동차도 2017년 12만대를 생산하여 도요타, 혼다에 이어 세계 3위 하이브리드자동차 생산업체이고, 6만대를 내수 판매하고 6만대를 수출하였다. 현재 생산 및 판매 대수에 있어 도요타에 비해 크게 뒤져 있기는 하지만 수소연료전기자동차는 현대가 처음으로 상용화했고, 2018년에 수소연료전기자동차 전용 신모델 넥쏘가 출시됨에 따라 도요타와 본격적인 경쟁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기자동차도 2017년 1만 9천대를 생산하여 9천대 정도 수출했으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2천 5백대 정도 생산하여 2천 2백대를 수출하여 생산의 거의 대부분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생산은 테슬라 및 일부 중국업체들이 앞서 나가고는 있지만 하이브리드자동차와 같이 특정업체가 시장을 주도하지는 못하고 있고, 대체적으로 대부분의 자동차업체들과 신규진입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이어서 한국업체도 이러한 경쟁에서 크게 뒤지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스마트자동차부분에 있어서는 국내기업이 자율주행자동차를 여타 기업보다 빨리 2017년 CES 기간 중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야간 시범주행에 성공했으며, 중간단계인 각종 자율주행관련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초연결관련 각종 시스템의 적용도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들과 비교해 크게 뒤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국이 IT강국이지만 스마트자동차에 적용되는 자동차용 반도체, 센서, 라이더, 레이더 등 각종 핵심부품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고비용․저생산성문제 해결과 더불어 적절한 친환경 및 고급화 전략 추진
국내 자동차 생산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한국 자동차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자동차산업은 그 자체로서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뿐만 아니라 파급효과가 매우 커 일자리 문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중국, 인도 등 인구대국으로 자체 수요가 매우 커 자동차생산이 많은 국가를 제외하면 일본, 미국, 독일 등은 우리보다 선진국이면서 자동차산업이 국가경제에 여전히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도 완성차부문의 고비용․저생산성 구조를 해결할 수 있다면, 자동차산업의 지속적인 발전도 가능하다. 특히 노동부문의 경직성 및 이중구조 등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완성차부문은 고임금․저생산성구조로 인해 고용을 기피하고, 중소부품부문은 저임금 및 열악한 노동환경 등으로 취업을 기피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세계적인 발전 추세 중 하나인 친환경자동차의 문제는 환경규제정책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가 친환경자동차의 판매를 견인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러한 환경규제 강화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자동차업체당 국내 판매차량의 평균 CO2 배출이 97g/km로 책정되어 있는데, 이는 2020년 시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한 수준이다. 의무판매제도 등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환경규제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은 친환경자동차의 판매를 보다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차원에서 환경개선이 목표라면 이와 같은 규제만으로 충분하고, 자동차업체들의 선택을 제약하는 특정 차량의 의무판매제도는 오히려 환경개선에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친환경자동차인 전기자동차의 경우도 완전 무공해차량은 아니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나은 수준이지만 의무판매제도를 통해 규제할 경우 배출규제를 맞추는 방법으로 친환경차의 보급을 늘리는 한편 기존 내연기관에 대한 개선 노력을 소홀히 하여 전체적으로 보면 공해를 더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자동차 내에서도 어떤 부분에 지원의 중점을 둘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한정된 예산으로 전기자동차 보급에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이다. 오히려 전기자동차산업을 발전시키고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전기자동차의 가격을 낮추고, 성능을 높일 수 있는 핵심부품소재의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또한 보급사업에 있어서도 우리나라의 에너지구조 등을 생각할 때 수소연료전기자동차의 보급에 현재보다 더 많은 자원이 배분될 필요가 있다. 제한된 수소연료의 공급으로 인해 수소연료전기자동차가 대세를 이루기는 힘들겠지만 적절한 수준에서 에너지 믹스가 이루어지는 것은 필요하다. 최근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수소에너지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의 고비용 구조를 바꾸기 쉽지 않은 가운데 자동차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생산차량의 고급화를 추진하는 수밖에는 없다. 자동차의 고급화를 위해서는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시킬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자동차 및 초연결 관련 시스템을 선행적으로 장착하여 다양한 기능의 고급자동차를 개발․생산하여야 할 것이다. 향후 자동차의 패션화 등으로 디자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개발 노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저비용으로 비교적 높은 연구 성과를 거두었지만 앞으로 보다 많은 R&D 투자가 요구된다 하겠다.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업체는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2%를 약간 상회하고 대표적인 부품업체들은 2%에도 크게 미달하고 있다. 이는 여타 자동차 및 부품업체들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자동차부문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친환경화 및 스마트화에 필요한 핵심부품소재의 개발에도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