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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디젤, 여전히 대세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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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여전히 대세인 이유

 

 

오토타임즈

권용주 편집장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것은 그만큼 위험 분산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에너지 또한 마찬가지다. 특정 에너지 의존도를 높이다 공급 문제가 발생하면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 단순히 환경적 시각만으로 연료사용을 유도하는 것은 연료 다변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국내에서 벌어지는 디젤차 논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7, 세계 최초로 디젤 승용차를 상용화했던 메르세데스-벤츠가 중요한 발표를 했다. 독일 내에서조차 디젤에 대한 시각이 싸늘해진 가운데 오히려 디젤엔진 개발에 더욱 나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벤츠의 수석 엔지니어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디젤 엔진의 미래는 충분하고, 향후 오랜 시간동안 디젤 엔진이 활용될 것으로 믿는다""새 디젤 엔진을 개발하는 데 30억 유로를 투자한 이유는 그 만큼 디젤 엔진 기술의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전기와 수소, 가솔린, 천연가스, LPG, 디젤 엔진 등을 모두 보유한 벤츠가 디젤의 미래를 낙관한 배경은 가까운 미래에도 디젤을 대체할 만한 효율 높은 에너지가 나올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설령 있다 해도 대체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지금 당장 디젤 엔진 개발을 멈추는 것은 미래 생존력을 스스로 줄이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산화탄소 vs 미세먼지

하지만 벤츠의 미래예측과 달리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곳곳에서 수송 부문의 디젤 사용을 줄이자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미세먼지를 포함해 디젤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의 위해성 때문이다. 선택적촉매환원장치 등의 활용으로 질소산화물 배출을 크게 줄인 점은 간과한 채 맹목적인(?) ‘디젤 죽이기에 매달리는 모습마저 포착된다.

그렇다면 2000년대 초반 디젤이 주목받았을 때는 질소산화물이 없었을까. 물론 지금보다 배출이 많았고, 당시 또한 질소산화물이 위해성 물질임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럼에도 디젤이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온실가스 저감 때문이다. 지구의 온도 상승이 재앙을 가져올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해 산업현장을 포함해 화석연료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모든 이동수단의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그 결과 이동거리 기준으로 탄소배출이 적은 디젤이 유럽을 중심으로 퍼져나갔고, 한국도 2004년부터 디젤 세단 판매를 허용했다. 나아가 당시 기후변화를 정치적 논리로 활용한다는 비판은 지난해 제5차 파리기후변화회의(IPCC)에서 종지부를 찍었다. 세계의 과학자들이 탄소배출로 지구가 따뜻해진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이후 디젤은 이산화탄소 저감 연료로 승승장구했다. 서유럽의 디젤차 비중은 50%를 넘었고, 한국에서도 2005년부터 10년 동안 디젤 세단만 70만대가 판매됐다. 나아가 디젤 승용에 인색했던 미국도 디젤을 받아들였다.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의 진원 국가임에도 디젤 승용 판매를 지속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디젤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실제 GM은 향후 미국 시장 내 디젤승용차 점유율을 10%로 전망하면서 소형 디젤차를 쏟아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이산화탄소 저감을 앞세워 2025년까지 맞추도록 한 23의 기업평균연비제도(CAFE)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규제 기준이 이산화탄소여서 상대적으로 해당 물질의 배출이 적은 디젤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게 GM의 판단이다. 그 결과 2018년까지 쉐보레 이퀴녹스, 실버라도, 임프레스, GMC 터레인 및 시에라, 사바나 등에 디젤 엔진을 탑재하며, 포드와 FCA 등도 디젤에 동참하면 20161% 미만인 디젤 비중이 5년 안에 10%170만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디젤을 장려해왔던 유럽의 모습이 미국에서 재현된다는 표현을 써가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게 보면 배출가스는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가 관건이다.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주목하면 디젤이 유리한 반면 질소산화물과 매연 등을 주목하면 불리해지기 마련이다. 디젤의 본고장인 유럽이 최근 이산화탄소 대신 매연과 질소산화물 감축에 집중하는 반면 미국이 이산화탄소를 주목해 오히려 디젤을 늘리려는 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따라서 제조사 및 각 국이 말하는 '친환경'이란 지역마다, 그리고 어떤 칼날을 들이대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한국의 선택은

그런데 한국은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발생 이후 다소 엉뚱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디젤을 줄여야만 미세먼지 감축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정작 문제로 지적된 미세먼지는 산업현장 배출과 중국의 영향이 많지만 규제의 칼날은 디젤에만 맞추는 식이다. 이런 이유로 디젤=미세먼지공식이 확산되면서 디젤차의 도심 운행 제한, 나아가 디젤에 대한 세율 인상까지 검토됐다. 또한 디젤 대체재로 LPG를 늘리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2018년부터 5인승 SUV에도 LPG 엔진 사용이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정말 디젤은 없어져야 할 수송 에너지일까? BMW그룹 하랄드 크루거 회장은 올초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 국제 디젤 포럼에서 "전기가 유일한 지속 가능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미래 이동성은 첨단 디젤도 의존할 것"이라고 확언했다. 이와 함께 최신 디젤은 오히려 가솔린 대비 미세먼지와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대기질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과학적 논리로 객관적인 토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말을 입증하듯 환경부 주행 시험 결과 BMW 520d는 거뜬히 까다로운 배출 기준을 통과하기도 했다.

물론 화석연료 사용을 전체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디젤의 역할이 여전히 명확하고, 배출가스 정화기술 발전도 빠르게 전개되는 만큼 지금과 같은 대안 없는 공격(?)은 한국의 에너지 상황을 감안할 때 올바른 방향은 아니다.

그래서 제기되는 방안이 연료 다변화에 따른 소비자 선택권 보장이다. 무조건적인 억제보다 연료 선택을 소비자에게 맡기되 정부가 세율 등의 정책으로 수요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전제는 디젤 뿐 아니라 휘발유와 LPG 등 각 에너지들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소비자들에게 균형 잡힌 정보를 줘야 한다는 점이다. 이후 연료 선택을 강제하지 말고 소비자에게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현재 국내 수송 부문의 연료 선택은 철저히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가솔린과 디젤, LPG, 압축천연가스 등의 수송 연료 가격이 모두 제각각인 것도 정부가 세율로 수요를 조절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연료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넘기려면 기본적으로 연료 경쟁의 공정성 확보가 우선이다. 또한 동시에 선택 장벽도 제거해야 한다. 다시 말해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배출량, 그리고 효율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새로운 유류세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이산화탄소 직격탄을 맞을 지도 모른다. 계란을 하나의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교훈처럼 수송 연료도 분산 투자가 필요한 시기다. , 선택은 소비자에게 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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