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정책 바로알기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 홍창의
획일화 정책의 오류
시내버스란 대도시나 주요도시의 지역 내에서, 도시권 내부 주요 지점들을 서로 연결해서 운행하는 버스이다. 주로 운행노선을 보면 도심과 부도심, 도심과 외곽, 시내와 인접 시군끼리 서로 연결해서 운행하게 되며, 종류는 간선, 지선, 급행, 순환, 마을버스 등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시내버스정책은 너무도 외골수적인 면이 강하다. 차종만 해도, 시내버스의 연료 종류가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일색으로 전부 바뀌고 있다. 연료선택의 다양성이 사라진 것이다. 물론 과거에는 CNG 버스의 장점도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상대적 장점은 퇴색된 지 이미 오래다. CNG 버스의 과거 장점에 대한 추억 때문에 지하철을 제외한 시내 대중교통이 100% CNG 버스로 돼야 한다는 명제에는 동의할 수 없다. 지금에 와서 보면,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로의 획일화 정책은 매우 편협한 결정이었다고 생각된다.
국가 에너지 수급 효율화 차원에서 보더라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버스 CNG의 경우 천연가스 생산국의 가격유도에 끌려 다니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국제가격 등락의 영향을 국내에서 완충시킬 여지가 많지 않다는 게 향후 큰 약점으로 작용할 수가 있다. 더 큰 문제는 불특정 다수의 승객을 수송하는 대중교통 차량이 달리는 폭발물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이다.
혹자는 버스의 CNG화가 서울 공기를 맑게 한 일등공신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식의 논리라면 선진국은 벌써부터 모든 자동차가 기체연료로 바뀌었어야 하지 않을까? 선진국의 대기가 맑아진 이유가 모두 수송에 사용되는 기체연료 때문일까? 아닐 것이다. 고체, 액체, 기체 연료가 사용되는 난방, 전력, 산업, 수송 등 전반적인 대기오염원에 대한 법규제 강화의 영향이 더 클 것이다.
분명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정책에 있어서, 기체연료 지상주의 프로퍼갠더에는 논리비약이 있다. 그리고 기체연료를 운반하거나 저장하는 과정에서 액체연료보다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는 점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동차 배출가스는 연비와 상관성이 높은데, 휘발유와 경유보다 훨씬 연비가 떨어지는 기체연료를 대중교통 차량에 강요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그리고 대량교통 수단인 버스의 경우, 가스차량 위험성 문제는 심도 있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시내버스에 천연가스라고 써 붙인 것도 잘못된 표기다. 압축천연가스라 표기해야 맞다. 천연가스와 압축천연가스가 뿌리는 같아도 위험성은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NGV’라든지 ‘천연가스’라고 잘못 표기된 부분은 위험성을 항시 인식해야 할 시민을 속이는 일이기에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버스의 차종은 클린디젤 버스와 압축천연가스(CNG) 버스가 주요 대안으로 되어 있으며, 다수의 승객을 수송하는 시내버스 차종을 선택할 때,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를 무조건 채택하기 보다는 안전성, 경제성, 정부의 재정 부담성, 환경성 순으로 평가해야 한다.
2008년 이후 계속해서 증가하는 국가의 부채와 점점 악화일로에 있는 지방의 재정적자에 비추어, 최근 10년 넘게 이루어진 막대한 압축천연가스(CNG) 차량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은 정도를 지나치고 있다. 이제는 그 지원에 대한 타당성과 정부예산의 규모, 그리고 장래 건전한 국가경제 운용을 위해서라도 심각하게 문제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도시의 구조를 고려하여 버스 차종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고, 도시의 구조만을 변수로 정한다면, 경사도가 높은 지역이나 터널이나 교량이 있는 도시에는 클린디젤 버스가 유리하고 평지에서는 압축천연가스(CNG) 버스가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은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는 낮은 토크와 약한 출력 때문에 평지에서 유리하고 경사지에서는 클린디젤 버스가 우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 밀도가 매우 높은 지역이나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는, 가스차량과 같은 폭발위험이 있는 차량은 최근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의 빈번한 폭발 사고이력에 비추어, 시민안전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기에 또 다른 제약조건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버스노선의 길이와 굴곡도 등은 1회 주유 또는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최대거리와도 상관성이 있기 때문에 도시나 지역의 여러 특성이 버스연료의 종류 선택에 우선권을 부여할 수도 있다.
시내버스 정책에는 안전성이 없다.
대중교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전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형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더 슬픈 사실은 ‘세월호’ 사건이 비극의 끝이 아니라는 얘기다. 아직도 대한민국은 사고공화국이다. 앞으로도 대형사고가 터질 곳은 도처에 널려 있고 진행형이다. 그중에서도 지하공간이 위험하다는 지적이 늘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구조 와중에도 서울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가 발생했고, 고양종합터미널 지하에서는 화재사고까지 발생했다. 또한 한 남성이 전동차 객차 내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해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의 악몽이 재연될 뻔했다. 그러나 지하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공간은 전국의 도로터널이다.
우리나라는 토목기술의 발달로 터널이 늘어나고, 터널 내 차량통행도 많아지고 있다. 터널 내의 화재나 폭발사고는 자칫 대형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제로 국내외 터널 내에서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터널화재의 대부분은 단순한 교통사고로부터 비롯된다. 차량 단독의 교통사고나 차량 간의 충돌 내지는 추돌의 교통사고가 터널화재로 이어진다. 터널에서 화재가 시작되면 연기와 정전 때문에 출입구를 찾지 못해 인명피해가 발생하기 쉽다.
폭발성이 강한 가스차량이 터널 내 정중앙에서 화재가 나고 폭발한다면, 그 사고 피해는 보통 차량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 될 개연성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주된 대중교통수단인 시내버스를 CNG 버스 차량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고, 거의 모든 택시가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인 상황에서 터널 위험성 문제는 언제나 시한폭탄이다.
2010년 8월, 서울 행당동에서 CNG 시내버스의 가스통 폭발사고가 일어났고, 연이어 서울 숭인동에서 버스 타이어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잦은 CNG 버스 사고에 시민들은 점점 불안해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CNG 사고의 원인은 용기불량, 가스누출, 밸브문제, 타이어 폭발, 안전불감증, 정부의 관리 소홀,... 등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아직도 정확한 원인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때그때 추정하여 임시방편에 해당하는 조치만 내릴 뿐이다.
예를 들어, 최근 관계당국에서 내린 임시조치 중 “가스를 충전할 때 가득 채우지 말라”는 것이 있다. 즉, 압력을 낮추라는 것이다. 이것이 정확한 원인을 모르고 있다는 것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이다. 그러나 가득 충전시키지 않는 전략은 그리 효율적인 대책이라 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충전을 제대로 하지 않은 버스는 1회 주행거리가 짧아지고 추가 충전을 위한 공차거리가 늘어나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결국 정부가 취한 조치는 CNG 사고의 주된 원인이 고압가스 때문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여러 나라들이 밀폐된 도로 공간에 가스차량이 통행하는 것에 대해 많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밀폐된 도로 공간에 대한 가스의 취급 및 보관에 대해 서로 다른 규정을 가지고 있다. 가스의 종류와 도로의 밀폐된 공간의 구조에 대한 정의는 각 나라의 규정에 따라 각기 다르며,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있으며, 법규 개정도 계속 진행 중이다.
도로시설과 차량특성을 고려할 때, 최악의 조합은 다수의 승객을 수송하는 압축천연가스(CNG) 버스가 터널 내에서 폭발하여 화재사고를 야기하는 것이다. 이 경우, 버스 내의 많은 승객의 안전은 물론이고, 버스의 폭발력과 화재강도 및 연기 발생량으로 인하여 주변 차량에게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다.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의 터널 내 사고란 예고 없이 찾아오기에, 선진국의 사례에 비추어, 우리나라에도 이에 대한 시나리오와 제도적 대비책이 절실하다. 시내버스 정책은 환경보다는 안전이 더 우선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참고문헌
1. http://www.inews365.com/news/article.html?no=364759, 201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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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내버스의 국제 추세에 부응하는 보급지원 정책 제안”
보고서,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