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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정유산업, 일관성 있는 지원정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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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정유산업, 일관성 있는 지원정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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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봉균(전자신문 기자)

국내 정유산업이 위기다
국내 정유산업이 위기다. 경제 성장을 견인하던 석유제품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몇 년째 축소된 정제 마진 여파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값 싼 미국의 셰일오일·가스 공급 확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중동 지역 석유 정제 설비 확충 요인으로 국제시장에서 국내 정유사 입지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내수 시장마저 경기불황 여파로 위축된 데다, 그나마도 정부의 알뜰주유소를 내세운 경쟁촉진 정책 때문에 적정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부진에 따라 내수 수요둔화가 계속되고, 정부가 2011년 이후 추진했던 알뜰주유소, 혼합판매, 전자상거래 등 각종 시책들이 더해져 정유업계 전반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됐다.

수출과 내수 부진은 경영실적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 국내 정유 4사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을 보면 2012년에 정유부문이 -0.3%로 2010년과 2011년의 2.2%에서 급락했다. 지난해에는 -0.01%로 마이너스 폭이 다소 줄긴 했으나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은 0.6~1.6%로 나타났으나 상장사 제조업종 평균 영업이익률 5~8%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문제는 정유산업 위기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닌, 각 정유사별로 길게는 2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 수 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적 악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석유 산업 구조변화가 반영돼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셰일가스·오일 등 생산 확대에 따라 공급대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도 생산이 증가하고 있지만, 가격이 저렴해진 천연가스로 대체가 이뤄지고 있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196817(기사의 그림 참고)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 필요
세계 석유제품 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정제 산업은 공급 초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따르면 세계 정제 산업 공급능력은 2011~2016년에 일산 960만 배럴 늘어나 2016년에 1억27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에서만 증가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30만 배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 수출 전선에 다양한 복병이 존재해 시황 개선이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중국, 동남아, 중동 등 지역을 중심으로 신흥국의 정제능력이 계속 확대됨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지고,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규제 강화로 세계적인 탈석유화가 진전되면서 석유제품 수요 증가세가 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셰일혁명 영향으로 미국 석유제품 수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비전통 에너지 생산 확대가 국내 정유사 석유제품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런 대외적인 위기상황 속에서 더 뼈저리게 아픈 것이 바로 정부의 에너지 정책 일관성 실종 문제다. 기업에서는 몇 년 새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책 때문에 에너지 사업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요즘 정유사업, 발전사업 등 대표적인 에너지 산업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과거 경쟁력 있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정유산업으로 키우겠다고 정유4사 체계를 만든 것이 정부인데, 요즘에는 독과점으로 정유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석유화학회사와 석유제품 수입사 등을 끌어들여 경쟁촉진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석유시장 개입 덕분에 정유사는 내수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도 줄고 내수시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없는 정유사는 사상 최악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추진에 따른 무리한 시장개입으로 야기된 수익악화 때문에 더 이상 정유사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여력을 상실토록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정유산업이 국제경쟁 대열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석유정제시설을 증설하는 데는 수조원의 투자비가 들어간다. 대규모 투자 사업은 일관성 있는 정책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사업계획이 그려져야 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 정부가 정책을 들쭉날쭉 하지 않아도 기업이 에너지사업을 수행하는 데 충분히 어려운 변수가 많다는 얘기다.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에너지 기업이 사업을 꾸려가는 데 필요한 ‘기본 조건’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글로벌 석유산업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지나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 정유사가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다양한 정책적 배려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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