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점]
에너지 상대가격 비율 조정시
경유 세금 올린 만큼 휘발유세 하향 조정 필요
글·여영래|에너지경제신문 편집국장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국제 원유가의 강세는 휘발유를 비롯한 등유, 경유 등 국내 주요 석유제품 가격을 사상 유례 없는 ‘고공행진’의 요인이 되고 있는가하면 수습국면을 보이고 있기는 하나 최근 노조파업으로 정유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빚는 등 정유산업이 잇따른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경유승용차의 국내 시판 허용과 관련 환경부와 환경단체가 중심이된 ‘경유차 환경위원회’가 오는 2006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세율이 상향조정되는 에너지세제개편 프로그램을 전면 재조정, 수송용 경유 가격의 상대비율을 휘발유 대비 75에서 85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LPG(부탄)는 60에서 50수준으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나서 업계간 첨예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라 있다.
이 같은 이해(利害)가 갈려 있는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문제는 현재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환경부 등 정부 4개부처가 공동으로 추진중인 제2차 에너지세제개편 연구용역 결과가 8월중에는 발표될 예정이어서 또 다른 관심사항이 되고 있다.
2차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세수중립적인 개편 필요
지난 2000년 9월부터 시행된 휘발유, 경유, LPG 등 수송용 에너지를 대상으로한 에너지세제 개편(1차) 6개년 계획의 근본 취지는 당시 상대적으로 낮은 수송용 LPG(부탄) 세금으로 인해 LPG차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사회문제 해소를 위해 공청회 등 제반 절차를 거쳐오는 2006년 7월까지 상대가격 비율을 휘발유(100):경유(75):LPG(60) 등의 수준으로 연차적으로 조정키로 확정, 시행돼 왔던 것.
그러나 변수가 된 것이 바로 지난해 정부가 2005년부터 경유승용차 국내 시판 허용문제가 불거지면서부터. 에너지세제 개편 당시 전혀 고려되지 못했던 새 변수가 도출되면서 ‘전면적인 재조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 문제를 둘러싼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 정유업계, LPG업계 등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간의 불꽃튀는(?) 논쟁은 한마디로 경유와 수송용 LPG간의 상대 가격비에 초점이 맞춰졌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테면 경유를 (당초 75에서) 85수준으로 상향조정 해야한다거나 수송용 LPG를 (당초 60에서) 50수준으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등등…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는 것은 핵심사항이라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논쟁의 대상에서 비켜져 있는 부문이 바로 고정화돼 있는 휘발유 세금문제. 현재 진행되고 있는 (1차) 에너지세제개편 계획에서만 휘발유 세금은 고정시킨 채 경유와 LPG 세금을 연차적으로 상향조정할 경우에도 연간 1조8000억원의 세수가 자동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더욱이 올해 7월 세금 인상분을 반영한 석유류 전체 세수는 약 21조원으로 국내 총 세수의 17.8%를 차지할 정도로 과도한 실정이다.
즉 정부는 의도가 어떠하든 간에 에너지세제개편을 정부의 세수증대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따라서 우리의 경제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국민들이 부담하고 있는 비합리적인 제도는‘전면적인 재조정’의 틀 안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것이다. 경유승용차 허용에 따라 경유 수요가 증가되는 만큼 비례적으로 늘어나는 세수만큼 현행 휘발유 부과되는 과도한 세금을 낮추는 세수중립적인 개편이 요구되고 있다.
서울시내 일부 주유소 휘발유값 1ℓ에 1697원
국제 유가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국석유공사가 모니터링한 6월 현재 국내 기름값 동향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일선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소비자가격이 전국 평균으로는 1ℓ당 1361.64원으로 조사됐으며, 에너지시민연대와 서울환경운동연합이 공동으로 서울시내 전체 주유소 720여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주간단위로 발표하고 휘발유가격 실태에서는 서울의 일부 주유소의 경우 1ℓ당 무려 1697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예사롭지 않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휘발유 가격은 가뜩이나 어려운 실물경기 속에서 엎친 데 덮친격으로 물가불안 가중과 함께 시민들의 가계에 주름살을 한층 깊게 하는 원인자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이렇듯 서민경제 및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휘발유 가격의 급등은 국제 유가의 가파른 상승세에 따른 불가피한 수준이라고 마냥 치부하기에는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다. 이는 고유가를 이유로 내건 정부당국의 물가조절 기능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통상적으로 국제 원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게 되면 우리나라는 총 8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요인이 발생하고, 국내유가는 0.7%, 생산원가와 물가는 각각 0.3%와 0.17%가 오르는 반면 경제성장률은 0.1%p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국제 유가의 등락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영향은 그만큼 ‘직접적’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휘발유를 중심으로한 기름값 인상폭이 이처럼 천정부지격으로 치솟고 있는데도 정부는 관세, 석유수입부과금은 물론이거니와 교통세와 같은 내국세의 조정을 통한 가격을 인하하려는 노력 내지는 움직임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문제인 것이다.
휘발유 1ℓ당 교통세 등 제세금만 861원 달해
6월 현재 일선 주유소에서 판매되고 있는 휘발유와 경유의 소비자가격(석유공사 모니터링 평균치)은 각각 ℓ당 1361.64원과 924.92원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석유제품의 정유사 세전 공장도가격은 ℓ당 433.51원, 423.58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휘발유의 경우 교통세 559원, 주행세 100.62원, 교육세 83.85원, 부가세 117.70원 등 모두 861.17원의 세금이 붙어 ℓ당 1294.80원이란 세후 공장도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경유 역시 이 같은 세목 합계가 1ℓ에 415.42원이 포함돼 세후 가격은 839.04원에 이른다. 소위‘배보다 배꼽이 더 큰 가격구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OECD가입국의 휘발유 소비자가격(2004년 4월 기준)은 미국 552원, 영국 1657원, 프랑스 1467원, 일본 1157원 등으로 단순 이들 선진 4개국 평균가격만 살펴보더라도 ℓ당 1208원으로 우리나라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음을 쉽게 엿볼 수 있다. 특히 국민소득이 우리나라 보다 3배 가량 높을 뿐만 아니라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이웃 일본도 휘발유 가격이 1157원/ℓ 수준이라는 것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하여 이러한 휘발유 소비자가격 추이를 각국의 국민소득(GNI) 수준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이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휘발유값 세계 최고수준 자랑(?)
더욱이 국내 휘발유에 부과되는 교통세 등 각종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의 경우도 64%에 달해 OECD 평균치인 61.1% 보다도 높은 수준인 현실정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온 문제점들로 분명 우리나라 조세제도가 안고 있는 모순의 일단면이며, 개선의 소지가 다분한 정책과제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공감이 되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잘 알려진바와 같이 현행 교통세법상에는 국민경제 여건상 필요할 경우 30%범위 내에서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미-이라크전 발발 당시에도 정부는 국내유가에 미치는 파급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시적이나마 교통세율 등을 인하한 전례도 있다.
물론 휘발유를 중심으로한 국내 기름값의 인하 조치는 고유가 상황에 따른 강력한 에너지소비절약 시책과 상충(相衝)되는 사안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경제 전반적인 사정이 어떠한가.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사정은 정부가 제시하는 제반 경제 지표와는 상당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나돌 정도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더욱이 이젠 현대 생활인의 필수품이 되어버린지 오래인 승용차의 연료에 ‘특별소비세(또는 교통세)’를 부과하는 것도 한마디로 구시대적인 유물이거니와 우리나라가 경제분야에 있어 추구하는 패러다임의 모델(?)인 OECD 각국의 세금 비중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준의 세부담을 요구하고 있는 정책당국의 ‘옹고집’을 어떻게 풀이해야 할 것인가.
시민들의 허리띠만 졸라맬 것을 요구하는 무늬만 OECD 가입국으로써 마냥 머물러 있을 것인가.
소비자부담 경감 위한 전향적 조치 시급
따라서 현재와 같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국제 유가 상황 하에서는 소비자부담을 다소 나마 경감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면 이처럼 휘발유, 경유 등에 정부가 부과하고 있는 내국세(특별소비세, 교통세, 주행세 등)를 하향 조정하는 인하 조치만이 소비자 부담을 현재보다는 좀더 들어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소비자부담분의 일정부분을 정부가 탄력세율 적용 등을 통해 세금으로 흡수하는 방안 등 국민들의 주름진 얼굴을 펼 수 있도록 보듬어 주고 다독여 줄수 있는 전향적인 자세의 정책입안이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경유승용차 허용에 따라 경유 수요가 증가되는 만큼 비례적으로 늘어나는 세수만큼 현행 휘발유 부과되는 과도한 세금을 낮추는 세수중립적인 개편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국제 유가 상황 하에서는 소비자부담을 다소나마 경감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면 이처럼 휘발유, 경유 등에 정부가 부과하고 있는 내국세(특별소비세, 교통세, 주행세 등)를 하향 조정하는 인하 조치만이 소비자 부담을 현재보다는 좀더 들어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