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그린카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정책 제언
글 | 조원진_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대구 달서·병 국회의원
세계는 바야흐로 ‘녹색(Green)’이 중심이 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기후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자, 저(低)탄소·친환경 산업은 생존의 문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향후 기후협약이 본격적으로 발효하게 되면 기업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경제 질서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21세기 한국경제의 생존 역시 얼마나 친환경적인 기술을 상용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경제 질서하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이 전세계 그린카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최근 미국의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이어지면서 전(全) 세계 자동차 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사(社) 빅3는 미 정부에 긴급 지원자금을 요청하였지만 여전히 생존이 불투명한 실정이고, 일본의 미쓰비시나 도요타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자동차업계의 불황은 타 업체에 비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 자동차 업계 역시 불황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어 향후 대규모 감산과 공장폐쇄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자동차사(社) 역시 생존이 불투명하게 되었다. 향후 몇 년안에 저탄소·친환경 자동차를 양산하지 못한다면 어떤 자동차사(社)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이런 추세를 반영하여 향후 한국을 ‘그린카 4대 강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쏟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하였고, 그에 따라 LPG 차량과 CNG 차량에 대한 보급 확대, 전기자동차 상용화 추진, LPG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올바른 목표설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부 정책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 같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중 하나가 바로 LPG 하이브리드 자동차 생산이다. 정부는 당장 LPG 하이브리드 자동차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작년에는 173억원을, 올해에는 234억원의 예산을 편성하였다. 이에 현대자동차는 내년부터 LPG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LPG 하이브리드자동차가 경제성이나, 성장가능성 측면에서 과연 전망이 있는지 의문이다. 현대는 LPG 가격이 다른 에너지에 비해 싸고, 우리나라의 LPG 엔진기술 부문에 대한 기술력이 세계 최고수준이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유류가(遺留價)는 국제적인 가격 추세가 반영되어 형성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자의적인 조세정책에 의해 왜곡된 것으로 LPG 가격은 결코 저렴한 에너지가 아니다. 지금도 국내에서 소비되는 LPG 중 절반이 국내에서 정제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수입하고 있는 실정인데, 에너지 수급 문제를 감안하지 않고 성급하게 LPG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도입하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의존도만 더욱 높여 외부 충격에 대한 내성은 더욱 약화될 뿐이다. 게다가 과연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기존에 알려져 있는 것처럼 다른 자동차에 비해 연비가 훨씬 뛰어난지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 양산 단계에 들어갔다는 LPG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여름철 저속주행 전환시 엔진이 정지되는 등 심각한 기술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어 소비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또한 대당 300만원 가까이를 정부가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LPG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판매 가격은 일반 차량보다 훨씬 비싸 LPG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생산된다고 하더라도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할 것인지 의문이다. 더욱이 LPG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사용하는 국가는 현재 한국밖에 없어 유럽이나 미국은 물론, 제3국에도 수출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국내용 자동차이다. 글로벌화 된 시장경제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게다가 자동차와 같은 거대 장치 산업은 규모가 곧 경쟁력이고, 저비용 판매가 가능케 한다.
그런데 해외에서 판매 가능성이 거의 없고, 협소한 국내시장에서 그것도 가격경쟁력에 안전성까지 떨어지는 자동차가 과연 정부 수혈 없이 생존할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정부 지원이 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하겠지만, 경제성을 확보할 수 없다면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막대만 부담만 안기고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 뻔하다.
단기적으로 차세대 그린카로 기술력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디젤(경유)차라 할 수 있다. 사실 오랫동안 경유 자동차는 휘발유 엔진보다 대기오염에 더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며, 그 때문에 환경 부담금 부과 등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 그러나 경유자동차는 휘발유나 LPG 차량에 비해 연비가 20~30% 우수하기 때문에 그만큼 에너지도 절약되고 대기오염물질도 저감되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매연저감장치(DPF: Diesel Particulate Filter)를 부착한 경유자동차의 경우 미세 먼지 등이 휘발유 자동차나 LPG 자동차와 동등한 수준으로 저감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휘발유 차량이 전자제어방식(Fuel injection type)으로 연료소모 감소와 탄소의 배출량이 획기적으로 감소하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경유 차량이 친환경적인 차량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친환경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고 싶다면, 경유에 대한 과도한 부담과 제약보다는 매연저감장치 차량과 기술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경유차량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CO2 배출량이 휘발유나 LPG 차량에 비해 20% 이상 적어 기후 협약 발효에 따라 새롭게 재편되는 경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유 차량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며, 대량 생산체계도 갖추어져 있어 약간의 기술만 더해진다면 곧바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시장 확대 가능성이나 경제성이 불투명한 차량을 신규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는 기존 경유차를 발전시켜 연비를 더욱 향상시키고 유해배출가스도 줄일 수 있도록 각종 규제와 부담을 과감하게 풀고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다음으로 집중해야 할 것은 CNG 차량에 대한 지원 확대이다. LPG가 휘발유에 비해 저렴하다고 하지만, LNG는 그보다 훨씬 더 저렴하다. 게다가 국제시장에서 LNG는 LPG에 비해 공급이 풍부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폭이 적고 수급에 유리하다. 일부에서는 CNG 차량의 폭발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CNG 차량이 도입된 99년 이후 폭발 사고는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고 있어 안전성은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CNG 차량 보급이 지체되고 있는 이유는 LPG를 생산하는 업체가 CNG 판매를 독점하고 있어 CNG 판매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친환경 CNG 차량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LPG 생산업체와 CNG 도입업체를 분리시켜 서로 경쟁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고, LPG 저유소에서 CNG도 저장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수송원료가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효율성과 경제성 등을 갖추어야 하지만, 동시에 원료 수급 및 접근성의 용이함도 갖추어야 한다. 현재는 CNG 충전소가 지극히 한정되어 있어 CNG 차량의 보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 정책 역시 시장을 왜곡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인프라 확대에 초점을 맞추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린카분야에서의 장기적인 전략은 전기자동차를 상용화하는 것이다. 그 동안 전기자동차는 유해 배출가스가 없고 소음도 적다는 점에서 차세대 그린카로 선호되어 왔다. 그러나 효율적인 배터리가 아직 개발되지 않아 차량에서 배터리가 너무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한 번 충전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주행거리는 짧다는 점 때문에 실용화에 한계를 보여 왔었다. 그러나 최근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 고유가가 대두되면서 전기 자동차가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게다가 전지분야에 대한 기술력이 나날이 진보하고 있어 전기 자동차의 미래는 더욱 밝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일본에 핵심기술을 빼앗겨 버린 (가솔린)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선례를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기자동차에 대한 지원과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전기자동차의 상용화는 결국 배터리 성능 향상과 함께 배터리 원료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자동차 배터리 원료의 핵심은 리툼과 망간이며, 이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바로 ‘중국’이다. 따라서 전기 자동차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중국과의 공동개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은 배터리 원료의 안정적인 공급처로서 뿐만 아니라 향후 새롭게 부상할 중국의 전기자동차 시장 진출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경제위기와 자동차업계의 불황은 분명 한국 자동차 업계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위기가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다른 나라를 ‘따라가는 식’에 그쳐서는 안 된다. 먼저 우리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적극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차세대 자동차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경제성과 우수한 연비를 가져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친환경적이어야 한다. 친환경적이라면 CO2와 미세먼지 등 유해물질 배출이 적어야 하지만, 동시에 원료 수급의 용이성과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당장은 경유차와 CNG 차량이 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전기자동차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 정책도 이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LPG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을 당장 중지하고, 경유자동차에 대한 규제 철폐와 CNG 차량 보급 확대에 필요한 지원책 마련, 전기자동차 상용화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