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론]
에너지문제에 대한 종합적 접근이 긴요하다
글·방기열|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한국은 대부분의 에너지소요를 수입으로 충당한다. 수입에너지 의존율이 97%에 달하며, 원자력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82%에 달한다. 특히 전량 수입으로 충당하는 석유에 대한 의존율이 1990년대 중반부터 감소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도 48%에 달한다.
그러나 국제에너지시장은 그 변화가 매우 심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곡물이나 금속에 비해 에너지 가격의 변화폭이 매우 크며, 변화된 가격의 지속기간이 상당히 길다는 점이다. 이러한 에너지 가격의 불안정성은 주로 석유에 기인하고 있다. 국제 석유가격은 1차 및 2차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4배까지 급등한바 있으며, 50% 이상 가격이 급락하는 사태도 발생한바 있다. 또한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던 석탄가격도 2003년 하반기부터 시작하여 2.5배까지 급격히 상승하였다.
이러한 국제 에너지시장 특히 석유시장의 불안정성은 석유자원의 편재, 수출국 카르텔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생산조절, 주요 수출국의 정정불안, 낮은 석유의 직접생산비 수준, 석유의 안보 및 국민생활상 중요성, 석유대체의 한계 등에 주로 기인하며, 투기거래가 가격 급등락의 폭을 확대시키고 있음은 물론이다. 더구나 중동원유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우리나라를 포함, 아시아로 수입되는 원유가격은 유럽이나 미국보다도 배럴당 $1.0~$1.5 높은 ‘아시아 프리미엄(Asian Premium)’까지 존재한다.
그러면 유가급등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수입부과금, 관세, 내국세 등 세금의 조정으로 유가충격을 완화시켜 줄 수 있다. 그러나 세금인하는 에너지 절약의식을 저하시키는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고 에너지효율개선, 해외자원개발, 비축 등을 위한 에너지자원특별회계의 재원을 축소시킬 수 있어 유가충격의 완화 수단으로 도입하기에는 상당한 신중성이 요구된다.
조세정책의 부담없이 유가충격을 완화하는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은 유가의 급등락을 사전에
감지하는 조기경보시스템(EWS: Early Warning System)을 구축하는 것이다.
비록 유가의 급등락을 우리 힘으로 막을 수 없다 해도, 사전에 유가추이를 예견할 수 있다면 정부나
기업은 에너지수급을 미리 조절함으로써 큰 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가급등이 예견된다면 석유수입사는 사전구매 강화, 비축증대를 통해 유가상승 충격을 완화하게 된다.
한편 장기적으로는 석유의존도의 감축, 고유가에 견디는 산업체질 개선, 에너지 절약 및 소비효율의 개선, 해외자원개발의 확대, 거래전문가 양성을 통한 선물시장의 활용 등 여러 가지 복합적 방안을 강구해야한다.
먼저 석유의존도의 꾸준한 감축현상은 천연가스의 보급이 확산되기 때문이다. 도시가스 배관망의 확대와 함께 가정·상업부문 및 산업부문에서의 석유대체가 급속도로 진전되어, 석유화학 등 비에너지유의 사용증가에도 불구하고 석유의존도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석유의존도 감축의 지속을 위해서는 천연가스의 경제적이며 안정적인 도입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따라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러시아로부터의 파이프라인 천연가스 도입은 되도록 조속히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입선 다변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LNG와의 경쟁을 통한 천연가스 도입의 경제성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동북아 에너지협력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산업체질을 석유가격 상승에 견딜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며, 에너지부문을 뛰어넘는 경제전반과 관련된 과제이다. 에너지 저소비산업의 성장을 확대하여 산업구조를 에너지 저소비 산업구조로 전환하거나, 생산제품의 부가가치를 제고하여 에너지비용의 영향을 축소시켜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제품의 전반적인 고급화가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일본 및 서유럽 국가들이 산업체질을 선진화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수송부문 역시 도로 위주에서 철도 위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환 없이는 도로수송 분담률이 3/4에 달하는 수송부문에서의 고유가 적응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편, 에너지절약 및 소비효율의 개선정책들이 추진되고는 있으나 석유가격이 급등할 때에만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가, 일단 석유가격이 안정되면 관심에서 멀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에너지절약 및 소비효율의 개선에 대한 투자는 가격이 급등한 후보다는 급등하기 이전에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해외자원개발의 확대는 공급의 안정성 및 수입 협상력을 제고한다는 측면과 함께 가격 상승분을 이익의 형태로 환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그러나 해외자원개발에는 많은 위험부담이 따르고 있다. 정치적·경제적 위험부담은 차치하고라도 기술적 위험부담이 매우 크다. 이러한 연유로 한국의 해외 석유개발은 1981년 인도네시아의 마두라유전을 필두로 성공불 융자라고 하는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하에 추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아직 수입의 3%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우리보다 20년 이상 앞선 1958년에 처음 착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개발수입률이 10%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한국의 경우 현재 성공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베트남 및 미얀마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생산을 하게 될 경우 개발수입률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석유가격이 급등할 때에만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가, 일단 석유가격이 안정되면
관심에서 멀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에너지절약 및 소비효율의 개선에 대한 투자는 가격이
급등한 후보다는 급등하기 이전에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타 선물시장 또는 파생상품시장의 활용, 수입방식 및 소비부문에서의 융통성 제고, 비축물량의 확대, 그리고 석유수출국과의 협력관계 개선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사항이다. 특히 소비부문에서의 다중 연소장치 설치, 사용 유종의 다양화 등은 좀더 확대 추진될 필요가 있다. 즉 석유, 가스, 석탄을 필요에 따라 교체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든가 또는 석유라도 제품을 달리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중동 산유국, 러시아 등 주요 석유수출국 및 석유개발 확대가능성이 있는 국가들과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함은 물론 석유수입국과의 협력관계 추진도 필요하다. 이러한 협력관계는 정부차원뿐만 아니라 민간차원에서도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반 대책의 마련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특히 시장이 안정되어 있을 때 추진할수록 유리하며 유사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여서는 아니 된다. 예로 해외자원개발의 경우 판매자시장 상황에서는 개발참여조건이 매우 까다로워지나 구매자시장 상황에서는 참여조건이 투자자에게 매우 유리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에너지 소비효율 개선투자도 에너지가격이 높을 때보다는 낮을 때가 투자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 바람직하다. 따라서 에너지문제에 관한한 단기적 일시적 접근보다는 중장기적 종합적 접근을 일관성 있게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사회의 다원화와 함께 에너지부문의 목표와 여타부문의 목표가 서로 상충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환경부문과의 상충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반대나 밀어붙이기보다는 다각적인 논의를 통한 절충이 요구된다. 즉, 중장기적 관점을 갖고 국가적 부담능력을 감안, 상호 의견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일시적인 상황변화나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국가적인 견지에서 에너지문제를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긴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