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산업의 미래와 한국석유산업의 발전방향
서주석_아주대 에너지학과 초빙교수
서 언
금년에 들어와 국제 유가가 한 때 배럴 당 140달러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다 최근에는 120 달러 수준으로 다소 불안한 하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석유기업은 국내외적으로 경제 불황의 희생양이 되어 이에 대한 시선이 매우 따갑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이미 1980년 중반이후 90년대의 저 유가에 따른 석유 상류 부문의 투자 약화와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채택 및 1995년의 세계무역기구 (WTO)의 출범에 따라 예견된 것이다. 더욱 고유가 추세 및 불안은 1990년대 말에 배럴 당 26 달러 수준의 국제 석유가격이 1991년의 뉴욕 세계무역센터의 테러에 의한 폭파 및 이라크 전쟁 등으로 상승하기 시작하고 2005년 교토의정서의 발효로 그 시기가 앞 당겨지고 증폭되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국제 상황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석유자원 보유국과 대형 수입국의 석유자원에 대한 주도권 확보 및 전략적 협상 무기로의 활용에 따른 갈등 고조가 석유 및 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자원의 수급 불안에 따른 가격 상승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석유 메이저는 관련 기업의 인수 합병을 통한 대외 경쟁력을 강화와 자국 정부의 직접 및 간접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 등 대형 소비국에의 진출을 강화하여 왔다. 한편, 러시아 및 남미의 자원 보유국은 국가 소유 및 통제를 강화하여 고유가 추세를 국제협상 및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석유기업은 1997년 외환 위기를 맞이하여 외국 메이저 및 산유국 국영기업과의 제휴로 대외 자원개발 투자 등 장기적인 석유 및 천연가스의 확보를 위한 자주권이 약화되었다. 따라서 국내 석유기업은 주로 국내 유통시장과 중국 등 일부 인근 국가에의 제품 수출에 주력하고 세계 주요 메이저는 물론 대형 소비국에 비하여 기후변화대책 등 미래의 수익모형에 대한 투자가 극히 취약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고유가 및 경제 불황이 겹쳐 정유사의 과당이득에 대한 비판 및 정부의 통제 요구와 화물 운송업계 및 석유 소매 유통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 주요 석유 메이저의 동향과 석유산업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살펴보고, 앞으로 한국 석유산업의 발전 전략 방향과 국내 안정적인 석유의 확보 공급을 위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방향을 몇 가지 제시하여 보고자 한다.
세계 주요 석유 메이저 기업의 전략 동향
세계 주요 석유 메이저들은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말까지의 저 유가 추세의 지속에 따른 경영수익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수익창출을 위하여 다각적인 전략을 추진하여 왔다. 이러한 전략의 추진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1995년 세계무역기구 (WTO)의 출범과 1992년의 유엔기후변화협약 (UNFCCC) 및 1997년의 교토의정서의 채택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새로운 여건 변화에 대비한 주요 메이저들이 추구한 전략은 크게 두 개의 축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하나는 대내적으로는 정제 및 유통부문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합리화와 대외적으로는 관련 기업의 인수합병 (M&A) 및 전략적 제휴를 통한 대외 진출 확대이며, 둘째는 기후변화 대책에의 과감한 투자확대이다.
인수합병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는, 셸 (Shell)은 1996년 텍사코 (Texaco)의 지분을 인수하였으며, 엑손 (Exxon)은 1999년 모빌 (Mobil)과 합병하여 세계 최대 석유 메이저가 된 것이다. 또한 세브론 (Chevron)은 2001년 텍사코의 일부 지분을 인수하여 세브론텍사코가 되었으며, 코노코 (Conoco)와 필립스 (Phillips)는 2002년 코노코필립스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유럽의 최대 메이저인 네덜란드의 더치 셸은 영국의 비피 (BP)와 전략적 통합을 하고 프랑스의 토탈 (Total)은 이태리의 피나 (Fina)를 인수하여 유럽은 물론 세계적인 메이저로 급부상하였다.
한편, 주요 메이저들은 단독 또는 공동으로 기후변화 대책 및 석유이후의 시대에 대비하여 에너지효율향상, 재생에너지 및 비 통상적 (non-conventional)에너지인 유사 (tar sand) 등과 온실가스 저감 및 탄소분리 및 저장과 수소에너지의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석유 산업의 미래와 석유산업의 진로
석유산업은 적어도 21세기까지는 주종에너지로서의 역할을 지속할 것이다. 이는 기존 문명이 석유이용 체제로 구축되어 있으며,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를 단 기간 내에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 및 이용하기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석탄이 그러하듯 석유의 위치는 점차 약화될 것이며, 2050년경을 분기점으로 기존 화석에너지와 재생에너지, 4세대 원자력 에너지 및 수소에너지를 비롯한 신 에너지의 복합에너지 (poly energy) 시대가 도래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최근의 구조적인 불균형과 지정학 및 경제․사회적 요인 에 따른 석유수급 불안 및 가격 상승과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될수록 석유의 주종 에너지로서의 역할은 가속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비하여 세계 주요 석유 메이저들은 위험 분산과 아울러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한 종합 에너지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하여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러한 분야에서 셸은 단연코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셸의 지주회사인 셸 인터내셔널은 지속적으로 석유산업의 장래에 대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이에 따른 공세적인 전략을 추고하고 있다. 동 회사는 2001년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의 2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으며, 2008년에는 그간의 국제 정세를 반영하여 새로운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각 시나리오는 근본적으로 석유시대의 쇠퇴를 예견하고 있으며, 다만 그 시기는 에너지의 지속적 증가 및 인류의 청정 및 보다 편리한 에너지에 대한 욕구 증대와 시장의 치열한 경쟁 및 불연속적인 기술개발의 창조적 파괴력의 강도에 따라 차이를 두고 있으며, 2008년의 시나리오에서는 특히 재생에너지 및 원자력발전의 비중이 증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동 회사가 제시한 2001년의 미래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석유산업의 미래를 살펴보고, 향후 한국의 석유산업의 진로에 대한 전략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보수적인 전망인 제1 시나리오에 의하면, 2005년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출현에 따라 석유의 가장 확실한 시장인 수송부문의 소위 고착 수요 (captive use)가 잠식하기 시작하며, 2010년에는 가스수요가 급증하며, 2015년에는 석유생산의 정점에 달하여 타 에너지자원의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이 증대하여 2020년경에는 OECD 국가의 경우, 이의 비중이 전력의 20%에 달하하는 반면에, 천연가스의 공급도 증산한계로 확보 공급 안보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2030년경에는 이터 (ITER) 등 4세대 신형 원자력발전의 상업화 및 재생에너지의 차세대 발전방식이 상용화 되며 2040년경에는 석유자원의 희소성에 따라 생물연료가 확대 보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는 2050년경에 세계에너지 수요의 1/3을 충당하여 화석에너지의 시장을 크게 잠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 및 사용 기술의 획기적 진보에 기초한 제2의 시나리오에 의하면, 중국 및 인도 등 신흥 개도국의 재생에너지 및 석탄가스화 등 신형 화석에너지 기술의 급진전으로 수소경제에 가교적 역할을 하며 재생에너지 및 원자력 발전이 크게 증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전망에 의하면, 2005년에 연료전지의 고정 및 수송용으로의 활용 및 소비자의 높은 관심을 예측하였다. 또한 2010년경에는 가스수요 확대, 연료전지의 유통혁신과 아울러 재생에너지의 틈새시장의 확대 등을 전망하고 있다. 이어 2015년경에는 고정 및 수송 시설에 대한 연료전지 수요의 대폭적인 증대와 천연가스 수송망의 중추적 역할을 전망하고 2020년경에는 중국 및 인도에서의 석유 및 천연가스의 획기적 증대와 OECD 국가에서의 경차판매량의 중에서 연료전지 차량이 25%를 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아가 2030년경에는 고체수소의 저장과 수소 수요의 증대로 재생에너지 수요가 확대하며, 2040년경에는 수소에너지 관련 하부구조가 크게 확대되어 수소에너지 시대의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시나리오의 공통적인 특성은 천연가스가 향후 20년간 석유 이후의 시대(Post-Oil)에 가교적 역할을 담당하며 석유의 공급안보에 대한 우려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편 석유산업은 에너지의 새로운 수송기술의 확산에 따라 분열이 가중되고 전력산업도 분산형 열병합발전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재생에너지의 1차 에너지로서의 잠재력이 중요시 되고 에너지 저장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 어
석유는 앞으로 적어도 2050년 까지는 주종에너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대책의 강화로 천연가스의 수요증대와 첨단기술을 통한 에너지 효율향상 및 절약과 재생에너지 및 차세대 원자력 발전 비중이 증대되고, 특히 수송부문의 연료대체로 그 비중은 크게 감소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요인 등으로 석유는 상당기간 수급 및 가격 불안이 가중될 전망이므로 이에 대한 국내 석유기업 및 정부의 상생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한국은 유럽 및 미국에 비하여 지정학적으로 석유 및 천연가스의 안정수급이 가장 취약한 동북아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국내 석유 기업은 석유의 안정공급을 위하여 주요 메이저와의 협력은 지속적으로 유지하되, 상류부문에의 투자 확대 등을 통한 수직 및 수평 결합을 통한 수익 증대와 아울러 석유 및 천연가스의 자주공급 능력을 증강하여야 한다. 또한 미래 수익모형인 에너지 효율향상 및 절약과 재생에너지 및 탄소 분리 및 저장과 수소 에너지 개발 등에 투자를 확대하여야 한다. 한편, 관련 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유통업계는 물론 중소기업과 소비자의 비판의 합리적 수용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