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협약 현황과 향후 전망
- Bali 총회 결과와 향후 전망 -
한화진_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 Bali 총회 주요 내용 및 성과
지난 12월 3-14일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되었던 제13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13)에서는 190여 개국 1만여 명이 참가하여 종료일을 하루 넘긴 논의의 진통 끝에 2012년 이후의 기후변화 대응 로드맵을 채택하는 중요한 성과를 낳았다. 특히 금번회의에서는 처음으로 주요국의 통상장관과 재무장관 회의가 별도로 개최되어 기후변화와 무역,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재정 및 금융의 역할 등을 논의한 것이 큰 특징인데 통상장관들은 다음 폴란드에서 개최될 제14차 회의에도 참석하기로 하였다. 이는 환경문제에서 출발한 기후변화가 경제, 통상 문제로 까지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기후변화는 환경, 경제, 사회의 지속가능발전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어 인류의 삶과 직결되는 모든 문제를 포함하게 된 것이다.
발리 회의에서 진통 끝에 채택된 Bali 로드맵을 통해 기후변화협약이 포괄적 협상 과정으로서 2012년 이후에는 모든 선진국 및 개도국이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전지구적인 주요 이슈임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회의 주요 결과로는 미국이 어떤 형태로든 Post-2012 기후변화체제에 참여를 확정했다는 것과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개도국을 Post-2012 기후변화체제에 참여시키기 위한 협상의 틀을 마련하고,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을 위한 수단(적응기금 운영체제 마련, 기술이전에 대한 재정지원 검토, 산림보전 및 전용방지에 대한 지원체계)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IPCC 제4차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가장 낮은 수준으로 안정화를 위해서는 21세기 중반까지 2000년 대비 절반이상 감축이 필요하다. 발리 로드맵은 협상분야를 감축, 적응, 기술, 재원으로 크게 구분하고 2009년 제15차 당사국총회에서 보고할 수 있도록 협상종료 시한을 정해놓고 있다. 아울러 IPCC 4차 보고서에 근거하여 전 지구적으로 1990년 대비 2020년에 25%~40%까지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감축 목표에 합의(shard vision)하려는데 있으며 선진국의 감축과 관련해서는 특히 유럽이나 미국의 모범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조항에 선진국간 상응(comparability)하는 노력을 명시함으로써 미국으로 하여금 교토의정서 의무감축 국가와 상응하는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으로 해석된다. 금번 회의의 최대 쟁점은 개발도상국 참여 문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측정, 보고, 검증 가능한(measurable, reportable and verifiable) 방법으로 기술, 재정 및 능력형성 지원에 의한 지속가능한 발전 차원에서 국내 감축 행동”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선진국의 추가 감축 부분을 위해서는 추가감축 작업반(AWG)에서 2008년 감축수단, 감축목표 범위 분석, 2009년 추가 감축공약 및 공약기간에 합의를 위한 논의가 있게 된다. 따라서 자국의 감축에 대한 입장 마련에 노력할 것으로 보이는 2008년과 2009년은 2012년 이후의 기후변화협약 논의를 위해 가장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쟁점별 협의된 사항 중에서 추가 재원조성을 위한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 또한 중요한 성과이다.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해 현행 청정개발체제 사업 크레딧에 부과하는 2% 적응 기금 요율을 상향 조정하고 공동이행제도 및 배출권 거래에도 부과금을 징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하였다. 기금의 운영과 관련하여 지구환경금융(GEF)이 사무국 역할을 수행하고 세계은행은 기금 수탁처로(trustee)로 결정되었다.
2. 향후 전망과 우리의 대응
발리 로드맵 채택을 통해 2012년 이후에는 기후변화협약 논의에 모든 선진국과 개도국이 광범위하게 참여하게 될 것이다. 발리 로드맵 상에 명시된 선진국과 개도국은 기존 협약상의 부속서 I 및 비비속서 I 의미가 아닌 일반적인 개념이며 아직 구체적으로 선진국의 범위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 경제 및 세계경쟁력과 온실가스 배출량 수준으로 볼 때 선진국으로 분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며 어떤 형태로든 감축에 참여를 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미국 및 개발도상국 참여방안은 향후 2년간의 협상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결정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의 취약성에 대한 적응문제는 기후변화의 위험관리의 차원에서 접근하기 시작하였다. 즉 적응을 하지 않았을 경우의 피해가 적응비용(adaptation cost)보다 더 클 것이라는 전망 하에 기후변화 대응의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되는 것이다. 따라서 피해를 직접 줄이기 위한 기술적 대책과 함께 태풍이나 홍수, 가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보험 제도의 변화 등 재정 금융의 지원 등이 급증할 것이다. 기후변화 영향이 지역적, 국지적으로 나타난다 하여도 그 피해는 전 지구의 식량, 에너지, 수자원 안보문제로까지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후변화의 위험관리와 연계하여 기후변화협약의 협상에서 항상 답보 상태였던 기술이전 문제가 적응기술의 시급성으로 진전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온실가스 감축분야에서의 기술이전에도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이후에는 심각한 지구온난화 문제의 핵심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하여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전 세계가 움직일 것이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사용에서 신재생에너지 등의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강화하고 탄소배출 회수 및 저장, 연료전지 등의 미래 신기술의 개발에 주력할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지속되어 왔던 생산, 소비 등의 전반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 틀림없으며, 새로운 탄소산업 또는 기후산업의 등장을 초래할 것이다. 동시에 국가별로 혁신적인 기후정책의 수립과 함께 이를 위한 경제적 수단이 도입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원자력 부분이 부상하고 있는 것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각국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 본다.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기 위해 최근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호주를 비롯하여 EU, 일본 등은 2020년과 2050년 중장기 목표를 정해놓고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에 주력하고 있다. EU는 2020년까지 30% 감축을, 2050년까지는 전지구적으로 50% 감축을, 호주는 2050년까지 2000년 대비하여 60% 감축을, 그리고 일본은 2050년까지 현재 수준대비 50%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 내지는 주장하고 있다. 특히 EU는 온실가스 배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수송부문(20% 이상)의 자동차에서의 배출저감을 위해 일본, 한국 등 자동차 수출국과의 자율협정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목표를 이미 정해놓고 있다. 이러한 자동차에서의 배출기준은 통상문제, 한·EU FTA 협상에도 영향을 줄 것임을 알 수 있다.
2009년은 온실가스 배출감축의 행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참여방안은 2008년과 2009년 2년간의 협상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결정될 것으로 우리나라는 우리와 입장이 유사한 국가들과의 공조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전지구적인 이슈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에도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 방식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이 향후 국가의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통한 감축에 눈을 돌리고 세계 시장형성 강화에도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임하는 자세는 보다 적극적이고 거시적으로 보아야 하며 신재생에너지와 미래 신기술에의 연구개발에 국가적으로 집중 투자해야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라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