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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석유고갈 논쟁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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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고갈 논쟁에 대한 소고 

박희천 인하대학교 경제학부교수

1. 서어

유가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석유의 최대생산량 도달 여부에 관한 논쟁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에 석유고갈 자체를 논한다는 것이 부절절하다고 여기고 있다.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석유의 소비량은 상당히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석유의 확인매장량을 연간생산량으로 나눈 가채연도는 지금까지 40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석유고갈은 실체가 없는 허상에 불구하다고까지 평가절하 되고 있다. 그렇지만 석유가격이 2002년 배럴당 22∼24달러에서 현재 4배 수준으로 상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석유개발에 대한 투자가 부진하기 때문에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당연히 문제가 된다. 원유의 최대생산량이 이미 도달하였는지 아니면 멀지 않는 장래에 도달하게 될는지 관계없이, 향후에는 지금까지와 같이 값싼 석유를 공급받을 수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진다. 본고는 석유의 수급불균형 문제를 다룬 최근의 보고서/논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2. 원유의 장기수급전망

우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World Energy Outlook 2006』에서 전망한 세계 원유의 수급전망을 보면 [표 1]과 같다. IEA는 원유의 수요와 공급이 모두 2005년부터 연평균 1.3%씩 증가하여 2030년에는 일산 116.3 백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원유의 수급불균형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비전통 원유의 공급은 2005∼2030년 기간 중 연평균 7.2% 증가하여 2030년 원유공급의 7.7%를 담당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표 1] IEA 세계 원유시장의 수급전망 (일산 백만 배럴)

 

2005

2010

2020

2030

세계 원유 수요

83.6

91.3

105.9

116.3

세계 원유 공급

83.6

91.3

105.9

116.3

- 전통 원유

82.0

88.5

99.5

107.3

- 비전통 원유

1.6

2.8

6.4

9.0

공급부족

0

0

0

0

자료: IEA, World Energy Outlook 2006, 2006, Paris.

주: 비전통 원유: 바이오연료, 타르샌드 오일, 오리멀전 등

IEA가 2020년 대신 2015년 전망치만 제시함에 따라 2020년 전망치를 추산함.

Salameh 박사는 지난 11월 5∼6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개최되었던 국제에너지경제학회(IAEE)의 제1차 아시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Peak Oil: a Reality or Hype?』이라는 논문에서 [표 1]에서와 같이 원유공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전망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면서 [표 2]에서와 같이 석유의 최대생산량은 이미 2005년에 도달하였다고 주장하였다. Salameh 박사가 전망한 세계 원유 수요는 IEA의 전망치와 비교하여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원유의 공급은 2030년까지 비전통 원유의 생산증가로 인하여 감소하지는 않겠지만 증가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수급불균형이 전망되고 있다.

[표 2] Salameh 박사의 세계 원유시장의 수급전망 (일산 백만 배럴)

 

2005

2006

2010

2020

2030

세계 원유 수요

84.50

85.76

93.30

111.00

117.40

세계 원유 공급

82.70

81.66

82.60

81.58

82.90

- 전통 원유

81.10

79.94

79.80

77.38

76.90

- 비전통 원유

1.60

1.72

2.80

4.20

6.00

ο 바이오연료

 

(0.53)

(0.60)

(0.70)

(1.00)

ο 타르샌드 오일

 

(1.00)

(1.60)

(2.50)

(3.50)

ο 초중질원유

 

(0.19)

(0.60)

(1.00)

(1.50)

공급부족

-2.80

-4.10

-10.70

-29.42

-34.50

자료: Mamdouh G. Salameh, Peak Oil: A Reality or Hype?, paper presented at the

1st IAEE Asian Conference, November 5-6, 2007, Taipei, Taiwan.

주: 비전통 원유: 바이오연료, 타르샌드 오일, 초중질원유(오리멀전) 등

한편 비영리 연구단체인 Energy Watch Group(EWG)은 2006년 일산 81 백만 배럴을 정점으로 원유생산량이 줄 것으로 전망한다. 비정부기구인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Peak Oil & Gas(ASPO)는 원유의 최대생산량을 2011년(일산 90 백만 배럴)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스웨덴 Uppsala 대학교의 한 박사학위논문은 원유생산량의 정점을 일산 94 백만 배럴로 2013년을 추산한다. 

[표 3] 원유 확인매장량 추가 및 원유생산량, 1992-2005, 10억 배럴

 

확인매장량 추가분(A)

원유 생산량(B)

A/B

1992-1995

24.37

97.26

25.1%

1996-2000

44.54

131.80

33.8%

2001-2003

20.17

82.91

24.3%

2004-2005

2.31

60.94

3.8%

1992-2005

91.39

372.91

24.5%

평균

6.53

26.64

24.5%

자료: M. G. Salameh, 2007.

Salameh 박사는 EWG와 마찬가지로 각국과 각 기관에서 발표되고 있는 원유의 확인매장량 통계의 신뢰성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현재까지의 유전발견(원유의 확인매장량 추가분) 및 원유생산 패턴의 분석을 통해 향후 원유의 생산능력을 전망한다. Salameh 박사는 1992년부터 원유의 확인매장량의 추가분이 원유의 생산량을 크게 밑돌면서 확인매장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표 3]에 의하면 1992년부터 2005년까지 원유생산량의 24.5%만이 유전발견으로 충당되었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원유 매장량은 무려 2615억(3729.1-913.9) 배럴 감소하였다. 이 감소분은 현재의 확인매장량 1조 2550억 배럴과 비교하면 상당한 규모가 된다. 한편 국별 전통 원유 최대생산 시점 및 고갈 자료는 다음과 같다.

[표 4] 국별 전통 원유 최대생산 시점 및 고갈

국 가

최대유전

발견시점

최대생산

시점

발견률

(%)

누적생산률

(%)

누적매장량

(10억 배럴)

중 국

60년대

2006

93

47

57

캐나다

50년대

1973

95

76

25

이 란

60년대

1974

94

76

130

이라크

70년대

2019

87

20

135

인도네시아

50년대

1977

93

65

31

쿠웨이트

50년대

1971

93

34

90

리비아

60년대

1970

94

42

55

멕시코

50년대

2002

94

55

55

노르웨이

70년대

2001

93

48

33

러시아

40년대

1987

94

61

200

사우디

40년대

2013

96

31

300

UAE

60년대

2014

94

23

78

영 국

70년대

1999

94

63

32

미 국

30년대

1972

98

88

195

베네수엘라

50년대

1970

96

48

95

세계(합계)

1962

2005-2010

94

49

2100

자료: Salameh, Peak Oil: A Reality or Hype?, 2007.

물론 3차 복구(tertiary oil recovery) 내지 향상된 오일 복구(enhanced oil recovery, EOR)를 통해 동일한 유전에서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3차 복구를 하면 확인매장량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3차 복구 기술이 적어도 25년 전부터 적용되어 왔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 아니고 이미 확인매장량 통계에 반영되고 있으며 그 효과도 그리 크지 않다는 보고가 있다. 1929년에 생산에 들어간 미국 텍사스 소재 대형유전인 Yates는 현재까지 3차 복구를 통해 누적생산량 14억 배럴 중 [그림 1]에서와 같이 3% 미만에 해당하는 40 백만 배럴만을 더 생산할 수 있었다.

 image

원유의 생산능력이 확충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새로이 발견되는 유전의 규모가 작아지는 데 있다. EWG는 1960∼1970년 기간 중의 새로운 시굴정 당 유전규모가 5억 2700만 배럴이었던데 비하여 2000∼2005년 기간 중의 시굴정 당 유전규모는 2000만 배럴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원유의 생산능력이 확충되지 않고 있는 궁극적인 이유는 석유부문 투자가 부진한데서 찾아볼 수 있다. IEA는 석유부문에서 2005년부터 2030년까지 2005년 불변 가격으로 연간 1640억 달러 총 4조 3000억 달러의 투자가 소요된다고 밝히고 있으나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연간 약 1000억 달러 밖에 석유부문에서 투자되지 않았다. 국제적으로 자금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유전의 국유화, 자원국수주의, 정치적 불안정 등 석유부문 투자를 위한 여건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 여건이 중단기적으로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3. 비전통원유의 공급전망

원유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비전통 원유 생산의 경제성이 향상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비전통 원유가 세계 원유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EA와 Salameh 박사는 비전통 원유의 비중이 2030년까지 각각 7.7%([표 1])와 5.1%([표 2])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옥수수, 사탕수수 등과 같은 원료로 생산하는 바이오연료의 경우 현재의 생산방식은 식량생산과 대체관계에 있기 때문에 옥수수대, 볏짚 등 비식용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대량생산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까지 역청(bitumen, 아스팔트의 원료)을 함유한 캐나다의 타르샌드 오일의 경우 노천광에서 생산하여 물을 이용하여 모래로부터 bitumen을 분리하고 이를 천연가스의 수소와 혼합시켜 인조석유로 가공한다. 타르샌드로부터 석유를 생산하기 위해 1톤 생산 당 2∼4톤의 물을 사용하며 상당량의 천연가스도 투입한다. 타르샌드로부터 석유를 생산하고 이를 연료로 소비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규모는 석탄의 경우와 비슷하며 천연가스의 두 배나 된다고 보고되어 있다. 타르샌드, 오리멀전 등 중질석유의 경우 전통 석유보다 작은 생산규모도 원유의 공급능력 제고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통 석유의 유정 당 일산 생산량이 1만 배럴인데 비해 비전통 석유의 경우 일산 5∼100 배럴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비전통 석유를 개발하기 위해선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2010년에 [표 2]에서 나타나고 있는 바와 같이 일산 2.8 백만 배럴을 생산키 위해선 370∼42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한데 같은 규모의 생산시설을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라크의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선 이 투자자금의 ⅓ 미만이면 된다는 분석이다.

4. 원유 수급불균형의 영향

Salameh 박사는 석유가격의 급상승, 석유생산의 둔화, 석유공급부족의 심화, 새로운 유전발견의 감소, 투자 대비 에너지 생산율(Energy Return on Investment, EROI) 감소 등을 들어 원유생산이 정점에 도달하였다고 주장한다. [표 4]에 나타나고 있는 바와 같이 현재 석유의 누적생산이 누적매장량의 약 50%에 도달하였기 때문에 향후에는 석유공급량이 늘지 않고 서서히 줄어든다는 논리다.

석유는 전력 및 열 생산부문에서 원자력, 석탄, 천연가스로 대체될 수 있지만, 수송부문에서는 대체가 쉽지 않다. 현재 수송부문에서 석유를 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스의 액화(Gas to Liquid, GTL), 전기자동차, 수소를 이용한 연료전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산 1백만 배럴의 GTL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150∼200억 달러의 투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고유가로 인하여 GTL의 생산은 경제성을 가질 수 있으나 천연가스를 액화하는 공정에서 40%까지의 전환손실이 발생하고 있는바 이를 줄여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연료전지 자동차의 경우 효율이 45% 정도로 19% 정도인 휘발유 자동차에 비하여 에너지 효율적이지만 자동차 자체의 가격이 워낙 비싸 휘발유 및 경유자동차와 중단기적으로 경쟁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수소는 전력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매체(energy carrier)로서 대량으로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우선 개발되어야 한다. 연료전지 자동차의 대량 도입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 중에 하나는 촉매 변환기(catalytic converter)에 사용되고 있는 백금의 공급이다. 휘발유 자동차가 촉매 변환기용으로 대당 3 그램 정도의 백금을 사용하고 있는데 비해 연료전지 자동차는 대당 80∼200 그램의 백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기 위해 1000만대 단위의 연료전기 자동차를 생산해야 한다면 필요한 백금을 원활히 확보할 수 있게 될지 의문이다. 전기자동차의 경우도 가볍고 급속충전이 가능한 배터리의 개발이 관건이며 중단기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와 경쟁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5. 원유고갈 논쟁의 시사점

원유의 최대생산량이 이미 2005년 내지 2006년에 도달하였는지 아니면 2013년에 도달하게 될는지 관계없이, 향후에는 지금까지와 같이 값싼 석유를 공급받을 수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진다. 경제성 있는 유전부터 개발하였기 때문에 석유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석유생산량이 정점에 도달하였다고 해서 석유공급이 급격히 준다는 것은 아니라, 값싼 석유의 공급이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석유수요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비해 석유공급이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석유의 생산능력이 제고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석유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늘지 않고 있는 석유개발부문 투자에 있다. 석유생산국의 자원국수주의, 유전에 대한 국유화, 정책의 안정성 결여, 일부 석유생산국에서의 정치적 불안정 등 석유개발에 따른 위험부담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시급한 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에서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공업화 및 자동차 보급으로 인하여 석유수요는 향후에도 큰 폭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연료, 타르샌드, 오리멀전 등의 개발과 수송용 석유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가스의 액화(GTL), 전기자동차, 수소를 이용한 연료전지 등의 도입은 원활한 투자자금 조달의 어려움과 함께 더딘 기술개발로 인하여 중단기적으로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중단기적으로 특히 수송부문에서의 에너지 효율화가 최선의 대안이 된다. 에너지절약 및 효율적 이용은 증가하는 석유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시키고 석유제품의 연소로 인하여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배출도 저감시킬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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