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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석유업계의 당면과제와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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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업계의 당면과제와 생존전략

 

문화일보 산업부 기자  이  민  종

 

 

“저희 회장님, 요즘 언론에서 뵙기 힘들죠? 이유가 있어요.” 국내 정유업 1세대로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의 요즘 관심사는 온통 정제시설 고도화에 집중 돼 있다.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석유분해 및 탈황시설에 대한 고도화는 석유소비 구조변화에 대비하고,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다. 정유사들에게는 발등에 떨어진 불과도 같다. 높은 수익성을 보장해 주기도 하지만 천문학적인 투자비가 소요돼 회사의 명운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본사에서 기자의 인터뷰 에 응한 아리 소에마리노 페르타미나 사장. 페르타미나는 매출 400억달러 규모의 인도네시아 최대 국영석유회사다. 대통령과 언제든 독대할 수 있는, 석유산업계의 막강 실력자인 아리 사장이지만‘수심’이 가득했다. 아리 사장은 "국제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페르타미나는 지난해 1월 100% 정부 회사에서 수익을 지향하는 주식회사로 전환되는 중대한 변화를 겪었다. 이 회사가 SK.와 손잡고 윤활기유 합작 공장을 짓거나 석유개발 공동탐사에 나서는 배경이기도 하다. 현지 관계 자는 "페르타미나는‘전원의사결정합의제’로 경영된다. 따라서 스피드 경영은 꿈도 꾸기 힘들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달라지고 있다"고 귀뜸했다.

2005년 11월 취임한 황두열 한국석유공사 사장. 군(軍) 출신들이 유독 많이 내려왔던 석유공사에서 황 사장은 보기 드문 대기업 출신 최고경영자(CEO)이다. 그만큼 기업 리스크관리에 민감한 탓일까. 수시로 위기의식을 강조하면서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황사장이 보기에 석유공사가 이대로 안주해 있다가는 본연의 역할은 커녕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가 요즘 자주 쓰는 말은 "(공사가) 이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렵니까?"라고 한다.



소용돌이 치는 국내외 석유산업환경


기자가 최근 수개월사이 접한 국내외 석유업 CEO 들의 면면이다. CEO들의 고민은 한국의 석유산 업이나 국제석유업계의 현실이 간단치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상 2007년 석유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상황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먼 나라 얘기 같지만 사례 하나를 보자. 2002년 2월쯤부터 지속되고 있는 고유가 추세의 최근 배경 중에는 머나먼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가 자리 잡고 있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아이조 등의 종족이 버티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생산능력이 1일 300만배럴에 달하고 있지만 석유시설에 대한 테러 공격으로 60만배럴 규모의 시설이

 

조업을 중단하고 있다. 20만배럴 정도는 석유 수출국 기구의 감산결정을 이행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감산하고 있다고 한다. 석유생산의 과실(果實)에서 배제된 아이조 등 종족들은 무장투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그러나 무능한 정부는 갈등과 분쟁에 현명한 해법을 제시하고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오는 4월에는 대선, 총선, 지방자지단체 선거가 한꺼번에 예정돼있어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라고 한다. 아이조 종족의 소요가 국제 석유시장에 `나비효과를 불러 머나 먼 한국 소비자들의 주머니에까지 연쇄 파급효과를 안기는 셈이다.


정부가 올해 석유산업의 첫째 과제로 석유비축 등 석유업계의 당면과제와 생존전략 원유의 안정 확보를 내세운 것도 나이지리아를 비롯, 이란 핵문제, 이라크 등 산유국의 정정불안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해 있기 때문일 게다. (석유소비 세계 4위, 석유수입 세계 4위인 한국의 석유정책은 큰 틀에서 변함이 없었다. 중동수입의존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출범하고,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짜고 있지만 해외 선진국들의 발빠른 대응과는 대조적이다. 미국과 브라질이 최근 맺은`(바이오) 에탄올동맹은 중동의 석유의존도를 줄이고 반미노선을 걷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국내외적으로는 환경규제 역시 점차 강화되고 있다. 이미 2013년 이후의 온실가스배출 저감을 위한 의무부담체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나라 안에서도 석유정제과정에서의 탈황기준과 배출가스 규제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 석유산업 종사자 들에게는 대단히 민감한 현안이 아닐 수 없다.




업계의 노력과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


연내 선보일 새로운 석유 유통관련 제도적 장치역 시 석유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석유산업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는 공정 경쟁질서 보장과 유통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취지로 여러 정책방안을 모색중이다. 대표적으로 선물시장 도입, 석유제품 공급자 표시제도, 석유판매업의 종류와 영업범위 및 방법, 석유유통질서 저해행위 차단 등을 꼽을 수 있다. 빈약한 자원개발의 유일한 돌파구인데다, 참여정부 들어 최대 핵심 정책으로 부각돼온 해외석유개발 역시 올해 정점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88억배럴 규모의 원유와 가스를 추가 확보해 확보 매장량만 140억배럴이란 점을 대대적으로 알려온 점을 보면 더욱 그렇다. 전술한 CEO들의 속내와 국내외 정책적인 변화는 모두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석유업계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익히 알려진 담합(카르텔) 논란은 최종 결론이 필요한 사안이 겠지만 정유업계나 화학업계들게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고유가로 정유사들이 ` 떼돈을 번다는 막연한 인식이 깔려 있는 상황에서 곱지 않은 이미지를 추가하게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담합 여파로 안게 된 국민적 시선의 불편함과 부담을 털고 가는 것은 정유사들에게 주어진 몫일 수 밖에 없다. 신뢰도를 어떻게 높일지는 생각해 봐야 겠지만 서비스로 보답하는 길밖에 없지 않을까. (이 글을 쓰기 위해 한 지인(휘발유 소비자가운데 한 명이다)에게 “무슨 주제가 좋을까”라고 물었더니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휘발유, 싸게 넣을 수 있는 방법 없을까?”였다. 그렇다고 휘발유 값을 무턱대고 내리라는 말은 아니다) 정제시설 고도화와 유통구조 개선역시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세제 혜택 등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해외진출도 마찬가지다. 일찍부터 해외 자원개발에 역점을 두고 투자해온 회사들은 이미 몇 개 광구에서 알토란 같은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 업계 전반의 흐름은 아닌 것 같다. 보다 면밀한 준비와 현지조사를 거쳐 자원개발 거점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에너지백년대계를 위한 비젼가져야

 

 



장기적으로는 석유대체연료의 보급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상반기내 바이오디젤 혼합 비율 제고, 바이오디젤에 대한 면세지원, 관용차에 대한 BD20 보급, 바이오디젤 품질 기준 등 바이오디젤의 보급 확대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는 국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국제적인 추세이며 대안일 수 밖에 없다는 찬반론이 저변에 깔려 있는 사안이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해 BD5의 상용화 과정에서 각 업계의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부딪히면서 잡음을 낸 바 있다. 석유업계 역시 당장의 이해득실에서 탈피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국가에너지정책의 백년대계를 세운다는 관점에서 접근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정유업계는 마침 새로운 협회 수뇌부의 임기가 시작됐다. 회원사 일부 CEO들도 유임돼 자신들의 경영마인드를 중단없이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됐다. 그 풍부한 경험과 연륜, 노하우를 한국 석유산업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온 정열을 다해 쏟아주기를 현장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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