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와 바다(1)
21세기 신에너지자원 -메탄 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 |
유해수/한국해양연구원 해저환경·자원연구본부장 |
메탄 하이드레이트란 ?
메탄 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는 메탄분자가 물분자와 저온 고압하에서 결합하여 형성된 고체상태의 물질로 해저 퇴적물속에서 얼음과 유사한 결빙상태의 결정으로 산출된다(그림 1). 이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녹으면 물과 함께 천연가스로 사용되는 메탄이 발생한다.
[그림1]해저퇴적물속에서 회수된 얼음형태의 메탄 하이드레이트(흰색) |
[그림2]실험실에서 인공 합성된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연소 |
현재 전 세계적으로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새로운 청정에너지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대규모의 매장량과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소시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그림2). 그러나 메탄은 폭발성 가스로 해저퇴적물속에서 대규모 메탄 하이드레이트 상태로 있기 때문에 석유나 가스를 개발하기 위하여 하이드레이트 층을 시추할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가 있어 이런 지역을 피해서 개발이 이루어져 왔다. 한 예로 1990년대 초 우리나라 동해에서 시추 중에 있던 “두성호”가 해저 744m의 퇴적물속에 매장되어 있던 메탄가스가 폭발하면서 침롤 될 뻔 했던 일로 한창 뉴스에 올라 국민들을 긴장시킨바 있었다. 몇 년 전에는 브라질의 반잠수식 시추선이 메탄가스 폭발로 아주 바다속으로 침몰한 사건이 발생하여 바다의 메탄가스가 얼마나 위력적이고 위험한가를 다시 한번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로 인하여 석유업계의 보험료가 엄청나게 올라 우리나라에 많은 영향을 받은 바도 있었다. 흥미로운 일 중 하나는 일부 과학자들이 미국 동남부 해역의 버뮤다 삼각지에서 비행기나 선박이 갑자기 사라지는 세계적인 미스테리 사건의 원인 또한 해저의 메탄 하이드레이트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1890년 프랑스 과학자들에 의해 연구되기 시작하여 1934년 Hammer-schmidt가 이 물질이 천연가스의 수송관을 막는 주요 요인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산업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후 30년간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성가신 존재로만 인식되었을 뿐 별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 1964년에 러시아 북부 시베리아의 메소야하 가스전에서 발견된 거대한 해저의 고체침전물이 바로 메탄 하이드레이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메탄 하이드레이트 층을 발견하고 연구함으로써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21세기 거대 신에너지 자원으로서 새롭게 평가되고 있다.
분포 현황
지구상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메탄 하이드레이트 부존량은 약 10조톤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는 현재 우리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모든 화석연료를 합친 것의 약 2배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그림 3). 따라서 개발이 가능하다면 최대 약 7만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 거대한 자원이 될 수 있다.
[그림3]전세계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분포도 |
[그림4]심해시추선 CHIKYU(57,500톤) |
주로 러시아, 알래스카, 캐나다 등의 영구동토지대의 지표부근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탐사 및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미국의 연구개발은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수행되고 있으며 1998년에는 메탄 하이드레이트에 대한 연구촉진법안(Senate Bill S.1418)을 통과시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연구개발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은 난카이 해구와 홋까이도 등 주변해역에 대하여 종합적인 탐사를 수행하여 분포 및 매장량을 조사하고 있는데, 홋까이도에 매장된 메탄 하이드레이트 양의 10%만 개발하여도 현재 연간 사용량을 감안할 때 약 100년 동안 일본에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에서의 메탄 하이드레이트에 관한 연구는 일본 통산성의 지원하에 석유공사 및 산·학·연의 콘소시엄 형태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2010년에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상업적으로 생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하에 일본 해양과학기술센타(JAMSTEC)에서는 메탄 하이드레이트 개발 및 해저지각 연구를 위하여 시추선 CHIKYU를 완성하였으며 12,000m까지 시추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그림 4). 중국의 연구개발도 최근에 많은 발전을 가져오고 있는데 중국 수도 북경지역, 광주지역, 상해지역, 항도지역, 란저우지역, 항주지역 등 6개지역으로 구분하여 각 대학, 국가연구소, 과학원 등 집중적으로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가상반사면 (BSR)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리, 화학, 생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총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메탄 하이드레이트에 의해 나타나는 여러 특징들 중 탄성파 탐사단면도에서 나타나는 가상 반사면 (BSR, Bottom Simulating Reflectors)과 음파탐사시 검은 부분으로 나타나는 Porkmark는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부존여부 및 매장량 그리고 특성 등을 추정하는데 유용하므로 현재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BSR은 탄성파 단면도상에서 대체로 해저반사면과 평행하게 나타나는데 해저반사면과 위상이 반대이고 강한 진폭을 갖는 것이 특징으로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부존을 암시하는 대표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림5]한국해양연구원이 동해에서 획득한 탄성파탐사 단면도의 BSR(아래 화살표) |
BSR은 동해 울릉분지 및 독도 주변해역과 남극 세종기지 주변해역에도 많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림 5는 한국해양연구원이 동해에서 획득된 탄성파탐사 단면도로 메탄 하이드레이트층으로 추정되는 BSR이 수심 2,050m, 퇴적층 깊이 200m에 위치하고 있으며 BSR 상부에는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해리되어 많은 양의 메탄가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4. 천연가스 생산법
[그림6]메탄 하이드레이트로부터 천연가스 생산방법 |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주로 고체상태로 심해저에 분포하고 있으므로 메탄 하이드레이트로부터 천연가스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천연가스의 생산에서와는 달리 보다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림 6의 첫번째 그림은 압력을 저하시켜서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해리시키는 감압법을 보여주고 있으며, 두 번째 그림은 증기 및 열수를 주입하여 저류층의 온도를 증가시킴으로써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분해시키는 열수주입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열수주입법은 에너지 효율면에서 비교적 우수한 방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번째 그림은 펌프를 이용하여 메탄 하이드레이트와 퇴적물을 함께 끌어올린 후 분리시키는 수압채광법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방법은 아직 이론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감압법은 러시아 메소야하 가스전에서의 천연가스 생산에 이용된 예가 있어 메탄 하이드레이트로부터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를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메탄
약 65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에 1억 6천만년 동안 지구를 지배해 왔던 공룡이 멸종하고 말았는데 이것은 대규모의 메탄가스 방출이 지구기후를 급격히 상승시킨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7). 이와 같이 지구온난화를 메탄의 방출과 연관시키게 된 것은 심해저에서 채취한 퇴적물코아의 분석자료에 기초한 것이다.
[그림7]해수면 변화에 따라 메탄 하이드레이트에서 메탄가스의 대기방출 |
특히, 해양의 메탄순환과 관련하여 지구온난화가 발생된다는 학설이 대두되면서 메탄 하이드레이트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2001년 1월에 열린 UN산하의 정부간협의체 (IPCC) 제 3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에는 전세계 해수면이 약 1m까지 상승하여 아시아지역에서는 수천만명이 거주하는 지역이 수몰될 위기에 놓이게 되고 태풍의 다발과 열대병 증가로 개발도상국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이와 같은 상황발생의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몇년간 전 세계의 메탄의 농도는 매년 0.9%의 비율로 증가되어 왔다. 만약 특정 환경의 변화로 해저퇴적물에 분포하고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해리되어 거대한 양의 메탄이 방출된다면 대기조성과 대기 복사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어 결국 인류의 생존자체를 크게 위협할 수도 있을 것이다.
향후 전망
인류는 지금 세계의 석유매장량이 감소하고 이산화탄소에 의한 지구기후 온난화로 인하여 지구환경 파괴라는 심각한 자원과 환경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하여 세계적으로 메탄 하이드레이트에 대한 연구는 청정에너지이며 거대 신자원이라는 점과 해양과 대기에서의 메탄가스의 순환경로를 파악하여 지구온난화 연구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배경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메탄 하이드레이트 개발과정에서 이용되는 기술들은 국방을 위한 음파탐지기 개발이나 극한환경 (수십~수백기압)에서 이용 가능한 내구성 탐사장비의 개발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메탄 하이드레이트에 관한 연구의 기술적인 파급효과 또한 클 것으로 기대된다.
선진국의 메탄 하이드레이트에 대한 연구는 정부의 조직적인 지원하에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연구소나 대학을 중심으로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물성규명, 탐사법 개발, 생산기술개발, 기후 온난화 모델의 개발 등에 관한 연구가 이루지고는 있으나 아직은 시작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에서는 1997년 이래 우리나라 동해에 대하여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매장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그동안 취득된 코아 및 탄성파 탐사자료 분석 등 다양한 지질 및 지구물리 방법을 동원하여 신자원을 발견하고 평가하기 위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우리나라 동해에 대해 부존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개발을 계획하고 있어 조만간에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부존이 확인되고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약 20년 내에 상업생산이 가능하여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에너지 자원국으로 부상할 날도 멀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그림 1] 해저퇴적물속에서 회수된 얼음형태의 메탄 하이드레이트(흰색)
[그림 2] 실험실에서 인공 합성된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연소
[그림 3] 전세계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분포도
[그림 4] 심해시추선 CHIKYU(57,500톤)
[그림 5] 한국해양연구원이 동해에서 획득한 탄성파탐사 단면도의 BSR(아래 화살표)
[그림 6] 메탄 하이드레이트로부터 천연가스 생산방법
[그림 7] 해수면 변화에 따라 메탄 하이드레이트에서 메탄가스의 대기 방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