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 아듀! 2004년 석유사업 회고

글·여영래|에너지경제신문 기자 

2004년 한해가 저물고 있다. 이맘때쯤 우리가 가장 흔히 쓰는 단어가 있다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랄까. 바로 정유업계를 중심으로 한 석유산업분야의 2004년도 이에 견줄 만치 숱한 이슈와 뉴스거리가 등장했으며, 특히 예년에 비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관심을 끄는 이슈들이 유난히 많았던 한해로 기록되고 있다.

석유대체연료 품질기준·제조·판매에 관한 제반 법적 기준이 마련되는 등 ‘석유대체연료관리제도’가 오는 2006년부터 시행되며 지난 1970년 제정된 ‘석유사업법’이 ‘석유및석유대체연료사업법’으로 법률명칭이 바뀌었다.

산업자원부가 정부입법으로 국회에 상정한 석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9월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개정 절차가 마무리됐다. 산자부는 최근 기술발전으로 다양하게 개발·수입돼 석유제품을 대체해 사용되고 있는 석유대체연료에 대한 품질기준과 대체연료의 제조업 및 판매업의 시설기준 등을 정해 그 품질을 적정하게 유지하고 유통질서를 확립하며 1995년 자유화이후 석유유통시장에서 나타난 문제점 개선과 석유위기, 유통질서 혼란에 대한 정부의 대응능력 강화를 위해 ‘석유사업법’ 개정을 추진해왔던 것.

이에 따라 지난 1970년 제정된 ‘석유사업법’은 1995년 석유산업자유화를 반영한 전문개정이 한차례 이뤄진데 이어 두 번째 전문이 개정되면서 법률명칭도 변경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됐다. 산자부는 석유사업법의 개정에 따라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작업을 내년 4월까지는 완료한다는 계획 하에 현재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석유대체연료관련조항은 오는 2006년 1월 1일부터, 기타 조항은 공포 후 6개월후부터 각각 시행에 들어간다.

이와 함께 아직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현안으로는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비 재조정 문제와 함께 석유사업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 천연역청유(오리멀전)를 석유대체연료유 적용범위에 포함시키느냐 여부를 둘러싼 이해당사자간의 치열한 공방 등이 12월 초순 현재까지 미결과제로 남겨지면서 해를 넘기는 아쉬움을 남겼다.

우선,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문제의 경우 한해 동안 석유 및 LPG업계간 그 어느 현안보다 뜨거운 공방이 이어졌으나 아쉽게도 정부의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못한 채 또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특히 올해에는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재경부, 산자부, 건교부, 환경부 등 정부 4개부처가 공동 발주한 용역 결과가 나왔음에도에 불구하고 여전히 갑론을박(甲論乙駁)이 계속되고 있는 등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문제는 당장 내년부터 이뤄지는 경유승용차의 국내 시판 허용과 같은 자동차 연료유 시장의 환경 변화를 몰고 올 주된 요인이 될 것은 뻔한 이치여서 정유업계 역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논리로 무장,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입장에 처해 있음을 감안할때 이 현안에 대해서는 올해 전개된 주의주장의 실체만큼은 정리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경유자동차 문제 용역 주관사인 한국조세연구원은 지난 9월 14일 ‘경유승용차 허용에 따른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방안 공청회’를 통해 조세연구원의 권오성 연구위원은“유종별 자동차 수요전망, 에너지 수급구조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유종별 자동차 시장의 수요 및 에너지 수급구조측면에서 안정적이고 환경오염비용을 최소화시키는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비는 OECD 평균수준에 근접한 ‘100 : 85 : 50’으로 나타나 이를 채택할 것을 제안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조정(안)에 대해 석유협회는 경유에 대한 상대가격비(85)는 다소 높은 수준이기는 하나 받아들일 수 있는‘안’이지만 수송용 LPG(부탄)는 너무 낮은 수준으로 정부가 지난 2000년 9월 에너지세제개편 계획 확정 당시의 취지에 걸맞은 수준(상대가격비 60)은 유지해야할 것이라는‘조건부(?) 수용론’을 내놓고 에너지세제개편에 의해 추가국민부담이 없도록 하기 위해 휘발유세금을 인하하는 90:75:50안을 제시했다.  이에 반해 LPG산업계는 용역 결과에서 제시한 안(50 수준)도 너무 높다며 LPG의 상대가격을 OECD 수준(45, OECD 회원국 전체 상대가격비 100:86:45)으로 조정해 줄 것을 주장하고 나서기는 했으나, 다른 변수가 없는 한 대체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화물차업계 등 사용자측의 반발은 매우 거세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측은 “이러한 방향으로 세제개편이 강행되면 화물운송업계는 업권(業權) 유지조차 힘들게 된다”면서 “에너지 이중가격제 도입이나 면세유(免稅油) 공급 등 화물운송업계에 대한 보전책이 강구되지 않는 한 절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이와 같은 이해당사자간의 주의주장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세제개편의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조세연구원의 안(연구용역 결과)에 대해서는 정부관계 부처간 협의를 거쳐야 하겠지만 ‘100(휘발유):85(경유):50(LPG)’으로 제시된 결과는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나섬에 따라 정부안으로 채택할 가능성에 상당 무게를 싣는 뉘앙스를 풍겨 묘한 여운을 남겨 놓고 있다.

또 한가지 올 하반기 석유업계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였던 이슈는 바로 천연역청유(오리멀전)를 비롯한 석유대체연료유 적용범위와 관련된 석유사업법 시행령 개정령을 둘러싼 논란. 당초 산업자원부는 지난 9월 기존 석유사업법을 ‘석유및석유대체연료사업법’으로 개정하면서 석유대체연료유 개념을 ‘석유제품 연소설비의 근본적인 구조변경 없이 석유제품을 대체하여 사용할 수 있는 연료(석탄 및 천연가스를 제외한다)로서 대통령이 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이 ‘공방’의 빌미가 된 것. 물론 이 같은 석유대체연료유의 적용범위에 해당될 경우 품질검사, 등록, 비축의무, 부과금 등 기존의 석유제품과 같은 의무부과 대상에 포함토록 하고 있다.

정유업계의 경우 석유대체연료유(국회 산자위 석사법개정안 검토보고서상 예시)인 천연역청유(오리멀전)를 비롯 바이오혼합연료유, 유화연료유, 폐기물정제유, 석탄액화연료유, 알코올혼합연료유 등 석유와 동일한 용도로 사용되는 연료에 세금 차등 부과 등과 같은 형평성 문제, 중유에 비해 배기가스 배출량 증가, 중유(B-C유)의 만성적인 공급과잉으로 국내 석유수급 안정성 저해 문제 등과 같은 사유를 들어 경쟁업체간 공정경쟁 기반조성을 위해 석유및석유대체연료사업법상 석유와 동일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오리멀전을 사용해온 S정밀화학 등 관련 업계는 “오리멀전의 경우 당초 산자부의 지시로 타당성 조사를 거쳐 시설투자를 했을 뿐만 아니라 저렴한 가격에 장기도입계약을 맺어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면서 “특히 오리멀전의 경우 천연역청에 물을 혼합(약 30%정도)해 사용하기 때문에 석탄류로 분류돼야 마땅하다”고 주장으로 맞서 곧 발표될 용역 결과(한국자원경제학회 수행)와 이에 따른 산자부의 방침정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7월에는 노조파업사태가 발생, 파업초기 한때 공장가동이 전면 중단되는 정유업계 초유의 위기상황을 맞기도 했으며, 법정관리중인 인천정유가 중국 시노켐사에 매각돼 국내 정유 및 석유시장의 판도변화를 예고하는 정유업계에 있어서는‘과히 상서롭지 못한’뉴스도 한때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노조파업사태는 여러 측면에서 많은 교훈을 남겼다. 회사측의 불법적인 파업행위에 대해서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일관된 강경한 회사방침의 고수와 함께 석유대리점, 주유소, LP가스판매업계의 한결같은 업무복귀를 촉구하는 성명서 채택,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의 국내 최고 수준의 복지혜택을 받고 있다는 여론의 따가운 질책까지 복합적으로 작용, 결국 회사는 파업기간중 막대한 경영손실, 노조측은 불법파업 행위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는 등 노사 모두에게 아픈 상처만 남기게 됐다.    

지난 10월 4일부터 20일간 실시된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산업자원위원회 소속 여야의원들이 올해 1~8월 기간중 ‘고유가에 편승한 정유사의 폭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석유협회는 자료를 통해 “지난 2001년부터 국제 석유제품가 기준으로 국내가격을 산정하고 있다”면서 “같은 기간중 원유도입가격은 전년동기 대비 19.5%, 휘발유 국제제품가격은 34.1% 상승했으나, 정유사의 휘발유 세전 공장도 반출가격은 전년동기 대비 13.1%만 인상돼 원유도입가격 및 국제제품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고 해명했다. 석유협회는 또한 “정유사의 상반기 영업실적 개선의 주요 원인은 유가인상보다 석유화학사업 및 유전개발 등 정유사업 이외 부분의 이익증가가 크게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논란거리와 쟁점, 이해당사자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점철된 가운데서도 국민들의 얼굴을 밝게 하는 낭보가 석유부문에서 지난 11월 터져나와 모처럼 ‘희망 섞인 자긍심’을 선사했다. ‘동해-1 가스전의 준공과 본격적인 상업생산 돌입’소식이 바로 그것. 지난 11월 5일 울산 한국석유공사 육상기지에서 이해찬 국무총리, 오영식 국회 산업자원위원을 비롯 이희범 산자부 장관, 이억수 석유공사 사장, 안병원 석유협회 회장 등 정·관·언론·산업계 인사 및 시공회사관계자, 지역주민 등 약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준공식을 갖고 ‘산유국 진입’을 대내외에 선포한 동해-1 가스전은 우리 영토인 울산 앞바다 남동쪽 58㎞ 지점의 국내 대륙붕 제6-1광구 내에 위치하고 있는 천연가스매장 광구로 1964년 국내 대륙붕탐사 개시이래 외국계 회사들의 탐사 실패 후 한국석유공사 자체 기술로 12개공을 시추한 끝에 지난 1998년 가스층 발견에 성공, 매장량 확인 등 경제성 진단을 거쳐 지난 2002년 3월 생산시설 건설에 들어가 이날 역사적인 천연가스 상업생산을 공식 선언하게 된 것이다. 

동해-1가스전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총 2500억입방피트(LNG환산 500만톤)로 향후 15년 동안 울산·경남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40만톤의 가스를 공급할 계획으로 있어, 국민적 염원인 ‘산유국 꿈’을 실현하는 역사적인 쾌거로 기록되고 있다.

이밖에 8년 연속 세계 6위를 유지해 왔던 우리나라의 석유소비량이 모처럼 한 단계 떨어져 세계 7위를 차지했다는 소식과 6년 연속 세계 5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던 석유정제능력 또한 한 계단 하락한 세계 6위에 랭크됐다는 2004년 BP통계는 어떤 측면에서 희·비가 교차하는 시사점을 던져주기도 했다.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두 가지 사안 모두 반길 현상은 아니지만 석유소비량이 한 단계 낮아졌다는 사실만큼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석유소비국입장에서는 다행스런 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2004년을 되돌아보는 본란(本欄)의 정리를 마무리하면서 감히 개인적으로 느낀 소회를 덧붙인다면 올 한해는 전반적으로 희망과 발전 지향적인 뉴스보다는 논란·쟁점·공방·대립 등 네거티브한 단어 내지는 용어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요약한다면 지나친 비관론적인 분석일까.    

송구영신(送舊迎新)! 다가오는 2005년 을유년 새해에는 정유업계를 중심으로 한 국내 석유산업계에 올해보다는 좀더 나은 발전적이고 희망 섞인 소식과 뉴스들로 가득 채워지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