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변 해역에서의 해저자원 부존 가능성
글·허식|한국해양연구원 해저환경·자원연구본부 책임연구원
지구표면의 약 70%를 차지하는 해양은 무진장한 자원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최근 육상 자원의 고갈로 인해 해양자원에 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육상광물이 급속한 한계성이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해양자원의 이용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세계 각국의 해양에 대한 광물자원의 활용은 주로 탐사 및 개발이 용이한 대륙붕 주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탐사자원의 종류로는 석유, 석탄, 가스, 황, 인산염 등의 비금속 자원과 다이아몬드, 금 등의 귀금속, 모래, 자갈, 석회 등의 표사광물, 사철, 구리, 철, 아연, 니켈, 주석 등의 금속광물과 중광물 등이다. 최근에는 심해분지내의 망간단괴와 아연, 구리, 니켈, 코발트 등으로 대표되는 다금속 유화광상 등에 대한 성인, 분포현황, 개발 및 상업적 가치에 대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륙붕은 홀로세(Holocene Epoch) 해수면 상승과 밀접하게 연관된 해역으로 수심이 낮으며 해수의 이동이나 해안선의 후퇴 또는 전진 변화시 가벼운 모래입자들은 해양 쪽으로 이동되고 상대적으로 무거운 중광물 입자들은 해안 부근에 남아 광상을 형성하게 된다. 이때 생긴 광상을 표사광상(placer deposits)이라고 한다. 이들은 거의 경제적으로 유용한 광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요한 표사광물로는 금, 백금, 다이아몬드 등의 보석류와 금홍석, 자철석, 석석, 일메나이트, 저어콘, 모나자이트 등이 있다.
세계 각국에서 현재 해양을 대상으로 이용되는 유용한 광물 자원의 종류와 상업적 활용 현황을 보면, 석석은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볼리비아 등 4개국이 세계 총 생산량의 66%를 생산해 내고 있다. 채광 지역은 수심 30 m 이내의 천해와 조간대이다. 해저 사철은 철광석 성분을 많이 포함하는 모래로 육지의 철광산에 비하여 품위가 낮으나 세계의 많은 대륙붕과 대부분의 화산대지역에서 부존되어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매장량이 많고 품위가 높은 것으로 주목되고 있는 곳은, 필리핀과 뉴질랜드의 서해안이다. 다이아몬드는 남서 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에서 앙골라 국경에 이르는 대서양 해안의 융기 해안 퇴적층 속에서 활발하게 채취되는데, 세계 최초로 오렌지강의 하구, 즉 수심 30 m 해저에서 다이아몬드 채광에 착수했다. 모나자이트는 연안 표사 광물 자원 중 가장 유망한 광물의 하나로 호주의 동해안, 인도, 브라질 및 미국의 알라스카 연안 등이 유망한 부존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사금광은 미국의 알라스카 연안 및 대륙붕상의 해저 사금 광상이 유망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의 서·남해안은 심히 굴곡되어 있어 그 해안선은 8,600 km에 달한다. 또 동해의 울릉도와 독도를 제외한 모든 섬들이 서·남해안에 산재해 있어서 그 수는 3,579개에 달하고 그 섬들의 해안선만 960km가 된다. 황해는 평균수심 44m, 최대수심 103m이고, 남해는 평균수심 101m, 최대수심 227m 정도로 바다 전체가 거의 대륙붕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 두 바다는 해수면이 하강한 지난 빙하기 동안에 거의 대부분이 대기에 노출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들 대륙붕은 수산 자원이 풍부하고, 해저 지하자원의 매장 가능성이 높다. 국내의 경우 연안 및 대륙붕에 대한 자원의 활용은 거의 대부분 모래나 자갈 등의 골재자원을 중심으로 상업적인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외 이용 가능한 광물자원에 대한 정밀조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 주변 해역에서는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모래 퇴적물 속에 함유되어 있는 중광물의 분석결과를 고찰하여 광물자원의 개발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에서 수행된 해저 퇴적물속에 함유된 중광물의 분석결과를 보면 대체적으로 중광물의 함량은 0.2~10%의 범위를 나타내며 평균 3% 정도가 퇴적물내의 중광물 함유량을 보인다. 광물종의 구분은 편광 현미경하에서 불투명하게 분류되는 광물은 주로 자철석, 일메나이트, 적철석, 백연석 등으로 이루어진 불투명 광물군(opaque minerals)으로 분류되었으며 이들은 함량은 0~50%의 범위로 고함량을 보인다. 분류된 투명 광물에서는 각섬석, 녹염석, 휘석, 장미석이 많은 양으로 분포하며, 그 외에 저어콘, 십자석, 금홍석, 감람석 등의 광물이 출현한다.
한국의 대륙붕 지역은 지질학상 육상자원의 보고라 할 만큼 230여종에 달하는 광물자원이 분포할 것으로 예상되나 매장량 규모는 크지 않으며 아직까지 이에 대한 조사는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한국 주변해역 광물자원의 조사결과는 한국해양연구원의 “한국 근해 해양 자원도 작성 연구”와 “배타적 경제수역 해양광물자원 조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연근해 지질 연구” 보고서에 보고되어 있으며 그 외에는 뚜렷한 조사 또는 탐사결과가 없다. 국내의 경우 해양광물에 대한 조사는 1971년 동해 남부해안에 해빈 퇴적물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으며, 같은 해 서해 해저퇴적물의 조사에서는 광종이 저어콘, 모나자이트, 일메나이트, 가네트 순으로 나타났다. 중부 서해 퇴적물 조사결과 홈블랜드 및 모나자이트의 함유량은 전체 광물중 1/3을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1971년의 아산근해 해상물리탐사 결과 율도 서남방에서는 강력한 자기이상이 존재하므로 상당량의 자철을 함유하고 있을 것으로 판명되었다. 1972년 자월도와 대이작도 육상 자력탐사 결과 해빈이 넓게 발달한 자월도 해빈사의 철분 함유량은 평균 3%에 지나지 않으나 해빈의 발달이 좁은 지역에서는 평균 15%의 철분 함유량을 보였지만, 모래의 양이 적어 경제성이 적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최근 한국해양연구원에서 수행중인 배타적 경제수역(EEZ)내의 해저자원 탐사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자원이 인산염이다. 인산염(Phosphorite)은 오래전부터 농작물의 생육을 돕는데 필수적인 인산비료, 화학약품에 필요한 인산염의 주원료로 이용되어 왔으며 해저에서는 1961년부터 채광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170만톤 가량을 톤당 59~60달러에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해에 위치한 한국대지에서 수심 600~1,500m의 신생대 제3기 기반암중에서 암석준설기를 이용해 해성층 규조석이 채취되었는데, 이 규조석은 대부분이 속성기원의 인회석화 되어 있다. 총 P2O5 함량은 최대 40~60%에 달하는 고품질로 경제적인 가치가 충분하다. 동해에서의 인산염은 경사가 있는 해저화산 등의 고지대에 존재한다. 이 인산염은 강력한 용승(upwelling) 이 일어난 대륙붕과 대륙사면 환경에서 형성되었으리라 추정된다. 이 인산염 광물은 북한과의 접경해역인 한국대지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추후 남북한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동해의 오키 뱅크 및 키타-야마토 뱅크 사면의 해저화산에도 인산염 광상이 대량으로 부존되어 있을 가망성이 높다.
석탄은 원래 비해성(non-marine) 퇴적분지에서 생성된 것이나, 연안을 포함해서 전세계의 대륙붕 지역에 널리 분포한다. 현재 해저에서 산출되는 대부분의 석탄은 육지의 석탄맥이 연장된 곳에서 채굴되고 있다. 해저 석탄의 생산은 16세기에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어 현재는 일본, 캐나다, 터어키, 대만, 칠레 등에서 채광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생산량은 연간 3,000만톤 이상에 달한다. 한국 주변해역에도 해저 석탄층이 상당량 부존되어 있으며, 특히 동해 6-1광구 주변 해역에 부존되어 있는 대규모 제3기 석탄층은 탄성파 단면도 상에서 강한 진폭으로 나타나며, 연속성이 매우 좋다. 이 석탄층은 해저면하 약 1,350m 깊이에서 50m의 두께를 보여 석탄층은 울릉분지 남서쪽 대륙붕 하부 약 1km 깊이에 대규모로 부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석탄층은 삼각주 환경하에서 이암과 탄층이 교호하거나 삼각주 평원 환경하에서 국부적인 박층의 탄층이 협재하며, 플라이오세 및 플라이스토세에 형성된 갈탄은 점토암에서 식물체 파편과 섞여서 산출되기도 한다.
해저면에는 침몰한 선박이나 천재지변에 의해 물 속에 잠긴 많은 유적들이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보전되어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해양 탐사 및 스쿠버 다이빙 등의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해저면에 보존되어 있던 가치 있는 고고학적 유물들이 발굴·인양되기 시작하였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형적 특성 때문에 우리나라도 많은 해저 유물을 가지고 있으며, 1976년 신안 앞바다에서 원대 유물선을 해저지형 탐사 등을 통하여 발굴했다. 이후 한국해양연구원은 잠수정, 자력탐사기, 고해상 지층탐사기, 해저면 음향 영상기 등 최첨단 해양탐사 장비 및 기술을 동원하여 울릉도 부근 해역에서 러시아 침몰선인 돈스코이호를 찾아냈다.
국내의 해안에 따른 지역적인 차이를 볼 때 서해안 지역은 조석의 변화가 심하여 유용광물을 분리시키는 선별작용이 크게 일어날 것으로 판단되며, 한강과 금강을 비롯한 하천 유역 또는 고하천 해역은 사금 형성의 호조건을 갖추고 있다. 육상의 지질로 판단해 볼 때 금, 모나자이트, 저어콘, 사금 및 중사철이 부존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남해나 동해 해역은 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석작용 및 유입 하천의 영향이 적으며 또한 남해안 일대의 구성 암석은 중생대 퇴적암으로 유용광물의 부존 가능성이 적다. 그러나 동해의 좁은 대륙붕에서는 해안이 화강암, 변성암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사철, 티탄철, 중석, 주석, 모나자이트 등의 유용광물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에서는 1990년 이래 지속적으로 해양광물자원에 대한 국내외 연구동향과 탐사방법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해양자원조사에서 취득된 코아, 드렛지 및 탄성파 탐사자료 분석 등의 다양한 지질 및 지구물리 방법을 동원하여 우리나라 EEZ 해역에서 해양광물자원을 발견하고 평가하기 위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