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 : 사우디 비전 2030
대외경제정책연구원 (KIEP) 아프리카중동팀장 정재욱
jwjung@kiep.go.kr
지난 6 월 ,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전략인 ‘ 사우디 비전 (Saudi Vision) 2030( 이하 비전 2030)’ 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2016 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하에 발표된 ‘ 비전 2030’ 은 포스트석유 (post-oil) 시대를 대비하여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의존 경제구조를 변화시키고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청사진이다 . 사우디아라비아는 잘 알려진 것처럼 약 3 천억 배럴의 석유 매장량 ( 세계 2 위 ) 과 약 6 조 입방미터의 천연가스 매장량 ( 세계 8 위 ) 을 보유한 천연자원 부국이다 . 또한 지리적으로 아시아 , 아프리카 , 유럽을 잇는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고 , 전세계 22 개 아랍국가와 18 억 무슬림의 정신적 중심국가라는 이점도 가지고 있다 .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 비전 2030’ 은 “ 활기찬 사회 (A Vibrant Society)”, “ 번영하는 경제 (A Thriving Economy)”, “ 진취적인 국가 (An Ambitious Nation)” 라는 3 대 주제 (pillars) 아래 다양한 분야에 걸쳐 국가적 미래 목표를 담고 있다 . 우선 “ 활기찬 사회 ” 를 건설하기 위해 이슬람교의 두 성지 , 메카와 메디나를 보유하고 있는 종주국으로서 확고한 이슬람적 기초를 다지는 한편 , 그동안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 속에서 터부시되었던 문화 · 오락 · 관광 · 스포츠 분야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 또한 , 교육과 보건의료 등 사회서비스를 향상시켜 삶의 질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 “ 번영하는 경제 ” 로 발돋움하기 위해 자국민에게 다양한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고 ,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 (PIF: Public Investment Fund) 의 자산 (2019 년 현재 약 3,200 억 달러 ) 을 활용하여 비석유부문과 민간부문 역량을 개발하고자 한다 . “ 진취적인 국가 ” 로 나아가기 위한 목표로 정부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내외 비영리 활동을 장려하여 사회책임감을 강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 비전 2030’ 추진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사우디 정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 회사인 사우디 아람코 (Saudi Aramco) 를 기업공개 (IPO) 하고 5~10% 의 지분을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 신용평가사 피치 (Fitch) 에 따르면 , 아람코의 2018 년 영업이익은 약 2240 억 달러로 세계 최고 기업 애플 ( 약 818 억 달러 ), 삼성전자 ( 약 776 억 달러 ), 알파벳 ( 약 404 억 달러 ) 의 영업이익을 합한 것보다 많다 .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의 기업가치가 2 조 달러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 IPO 를 통해 1000 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사실 사우디아라비아가 ‘ 비전 2030’ 과 같은 탈석유 산업다각화 정책을 추진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 과거 ‘ 개발비전 1970-85(Development Vision, 1970-85)’ 나 ‘2024 사우디경제를 위한 장기 계획 (Long-term Strategy for the Saudi Economy, 2024)’ 등 많은 계획이 있었으나 국제유가가 반등할 때마다 번번이 개혁의지는 사그라졌다 . 그러나 이번 ‘ 비전 2030’ 은 조금 다른 듯하다 . 2014 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저유가 기조 속에 최근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등극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석유수출국기구 (OPEC) 의 시장 지배력이 쇠퇴하고 있다 . 더 이상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정부 재정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 정부의 막대한 재정에 기댄 공공부문 일자리와 정부보조금 중심의 사우디 경제가 위협받고 있다 . 이런 배경 속에 사우디 실권자라고 할 수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전면에 나서서 탈석유 산업다각화 정책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 비전 2030’ 을 추진하고 있다 . 사우디아라비아 외에도 대부분의 중동지역 산유국이 비슷한 이유로 사우디 비전 2030 과 같은 탈석유 산업다각화 국가발전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
‘ 탈석유 ’ 를 표방하지만 ‘ 비전 2030’ 의 핵심은 사우디 국민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세금 징수와 보조금 축소를 통해 정부 재정을 안정화하여 경제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런 측면에서 ‘ 비전 2030’ 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장 큰 강점인 석유부문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석유와 비석유 부문의 균형을 찾기 위해 석유부문에서 얻은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 . 구체적으로 석유를 비롯한 광공업분야 구조개혁을 통해 9 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산화 비중을 2030 년까지 40% 에서 75% 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 올 1 월 발표된 ‘ 국가 산업 발전 및 물류 프로그램 (NIDLP: National Industrial Development and Logistics Program)’ 의 중점분야에도 에너지 부문이 포함되어있다 . 석유부문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정제설비 등 하류부문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석유화학산업이나 물류산업 등 석유 및 가스 연관 산업역량을 육성하고자 한다 . 석유부문 다각화를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 인도 등 해외 에너지 및 석유화학기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
‘ 비전 2030’ 의 성패를 좌우할 아람코 기업공개가 곧 순차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 9 월초 아람코 기업공개에 유보적인 칼리드 알 팔리 광물에너지부 장관 겸 아람코 회장이 사실상 경질되고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최측근인 야세르 알 루마이얀 사우디 국부펀드 (PIF) 회장이 아람코 회장으로 ,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왕자가 에너지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 최근 아람코 석유시설에 대한 폭격으로 인한 생산차질 때문에 연내 기업공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사우디 정부와 아람코는 이와 무관하게 기업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사우디 GDP 의 약 70%(2018 년 말 기준 매출 4655 억 달러 ) 를 차지하며 전세계 원유의 약 13% 를 공급하는 아람코의 기업공개는 글로벌 석유업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 사우디 국영기업으로서 잉여생산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석유시장에 대한 독점력을 유지했던 기존의 운영방식에도 많은 도전이 예상된다 . 기업공개를 계기로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아람코의 석유화학부문 진출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 비전 2030’ 은 우리나라 석유업계에도 기회이자 도전이다 . 우리나라는 2016 년 ‘ 비전 2030’ 발표 직후부터 ‘ 비전 2030 중점협력국 ’ 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 2017 년 신설된 양국 장관급 ‘ 비전 2030’ 협력 협의체인 ‘ 한 - 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 ’ 는 ▲ 에너지 및 제조업 ▲ 스마트 인프라 및 디지털화 ▲ 역량강화 ▲ 보건의료 및 생명과학 ▲ 중소기업 및 투자분야를 5 대 협력부문에 걸쳐 40 여개 협력 유망 프로젝트를 지정하였다 . 올 4 월 2 차 위원회에서 ‘ 비전 2030’ 협력 이행을 전담할 사무소를 양국에 교차 설치하기로 합의하고 , 6 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상생의 신경제협력 증진을 약속하였다 . 우리나라 최대 원유공급처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경제협력 다각화가 강조되면서 자동차 , ICT, 조선 등 제조업이 주목받고 있는데 , ‘ 비전 2030’ 을 계기로 기존의 한 - 사우디 협력을 고도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사우디아라비아와 에너지 및 건설 · 인프라 분야에서 협력을 진행하면서 신뢰를 쌓아왔다 . 특히 , 경쟁국가에 비해 기술력 (vs. 중국 ), 추진력 (vs. 일본 ), 정치적 이슈로부터의 자유 (vs. 미국 , 유럽 ) 측면에서 높게 평가받았다 .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주요 MOU 및 계약의 상당수도 에너지 분야에서 이루어졌다 . ( 표 2) 이렇게 양국 정부간 고위급 협력 기회를 활용하여 우리 석유업계 또한 ‘ 비전 2030’ 을 통한 사우디 석유산업 고도화와 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
사우디아라비아에 35 년 만에 상업영화관이 들어서고 여성에 대한 운전이 허용되었다 . 9 월 말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한 49 개국 외국인은 이제 관광비자를 받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 한편 지난해 재미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계기로 ‘ 비전 2030’ 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보여주기 식 개혁이라는 비판도 있고 , ‘ 비전 2030’ 의 장밋빛 청사진이 온전히 실현되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지고 있는 한계와 리스크도 분명한 것이 사실이다 . 그러나 ‘ 비전 2030’ 을 통해 지속가능한 국민경제를 구축하는 것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 청년과 여성의 창업을 중심으로 사우디 고용시장 환경이 바뀌고 있으며 , 에너지 부문을 중심으로 기술과 인적자본 개발을 위해 민간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 사우디아라비아가 변화하고 있다 .
표 1. ‘사우디 비전 2030’의 영역별 주요 목표와 추진방안
3대 영역 |
주요 목표 |
추진방안 |
활기찬 사회 (A Vibrant Society) |
- 확고한 이슬람적 기초 · 연간 수용 가능 순례객 수: 800만 → 3,000만 · UNESCO 등재 문화유산 2배로 확대 - 성취감 있는 삶 · 세계 100대 도시에 3개 도시 진입 · 문화 및 오락 활동 가계지출 비중: 2.9% → 6.0% · 주 1회 이상 운동하는 개인 비중: 13% → 40% - 견고한 사회적 기반 · 사회적 자본지수 순위: 26위 → 10위 · 평균 기대수명: 74세 → 80세 |
․ 성지 순례객 관련 서비스 및 인프라 개선 ․ 비자발급 절차 간소화 및 자동화 ․ 세계 최고의 이슬람 박물관, 도서관, 연구소 설립 ․ 사회 및 문화 클럽 설립 및 등록 절차 간소화 ․ 문화 및 오락 활동 장려 금융지원 프로그램 운용 ․ 2020년까지 450개 이상 등록 클럽 운영 ․ 2020년까지 학부모의 80%가 학교 교육 활동 참여 ․ 효율적이고 투명한 의료서비스를 위해 민영화 추진 |
번영하는 경제 (A Thriving Economy) |
- 일자리 기회 확대 · 실업률: 11.6% → 7.0% · 중소기업의 GDP 비중: 20% → 35% ·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 22% → 30% - 장기적 투자 · 세계 경제 순위: 19위 → 15위 · 석유 및 가스부문 국산화 비중: 40% → 75% · PIF 자산: 6,000억 리얄(1,600억 달러) → 7조 리얄(1조 8,665억 달러) - 열린 비즈니스 기회 · 국제경쟁력지수: 25위 → 10위 · 외국인직접투자: GDP 대비 3.8% → 5.7% · 민간부문 GDP 비중: 40% → 65% - 지리적 이점 활용 · 물류성과지수: 세계 49위 → 25위, 역내 1위 · 비석유 부문 수출 GDP 비중: 16% → 50% |
․ 2030년까지 세계 200위권 대학에 5개 이상 진입 ․ 문해력, 수리력, 기술 개발을 위한 교육 현대화 ․ 중소기업 금융지원 확대를 위한 법·제도 개편 ․ 벤처 캐피털, 기술교육기관, 인큐베이터 설립 ․ 2030년까지 방위산업 국산화율 50% 달성 ․ 2020년까지 광업 분야 9만 개의 일자리 창출, 구조개혁 추진 ․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 9.5GW 확보, 민영화 추진 ․ 킹 압둘라 금융지구 구조조정 ․ 소매업 육성을 통해 자국인 일자리 창출 ․ 2020년까지 전자상거래 비중 80%까지 확대 ․ 외국인투자자 소유권 제한 완화 ․ 디지털 인프라 개발 및 전자정부 구현 |
진취적인 국가 (An Ambitious Nation) |
- 효율적인 정부 · 비석유부문 재정수입: 1,630억 리얄(434억 달러) → 1조 리얄(2,666억 달러) · 정부 효율성 지수 순위: 80위 → 20위 · 전자정부 순위: 36위 → 5위 - 높은 책임감 · 가계 저축률: 6% → 10% · 비영리부문 GDP 비중: 0.3% → 5% · 연간 자원봉사자 수: 11,000명 → 100만 명 |
․ 2020년까지 50만 공무원 원격실무교육 프로그램 ․ 정부 효율성 향상 ․ 정부 재정지출의 효율성 증대 ․ 효율적인 전자정부 구축(지리정보, 보건의료, 교육 등으로 서비스 범위 확대, 의사소통 채널 다양화, 정부 기관의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사용 확대) ․ 각종 비영리 프로젝트 및 프로그램 지원, 정부기관과 협력 확대 |
자료: KIEP 오늘의세계경제 『‘사우디 비전 2030’ 추진 동향 및 협력 시사점. Saudi Vision 2030, Vision, Goals(http://www.vision2030.gov.sa/en/goals, 검색일: 2019. 6. 10) 재인용.
표 2. 한·사우디 정상회담 계기 주요 MOU 및 계약 체결 내용
MOU |
합의 내용 |
합의 부문 |
폴리프로필렌 컴파운딩 프로젝트 MOU (PP Compounding Project) (한) SK가스 - (사) AGIC* |
· 4천만 달러 규모의 합작투자 통해 사우디(Jubail)에 연간 10만 톤 PP 컴파운딩 생산 공장 건설 |
타당성조사 통한 사업성 검토 |
프로판 탈수소화 폴리프로필렌 프로젝트 MOU (PDH-PP Project) (한) SK가스 - (사) AGIC |
· 약 18억 달러 규모의 합작투자 통해 사우디(Jubail)에 연간 각각 75만 톤 프로필렌/폴리프로필렌 공장 건설 |
타당성조사 통한 사업성 검토 |
석유 분야 협력 (한) 한국석유공사 - (사) 아람코 |
· 국제공동비축 등 협력방안 모색 |
에너지협력 |
석유화학 협력 MOU (한) 현대오일뱅크 - (사) 아람코 |
· 석유화학 분야 R&D 검토 |
에너지협력 |
로봇산업 협력 MOU (한) 로봇산업진흥원 - (사) 왕립기술원 |
· 로봇 관련 세미나 공동 개최, 전문지식·경험 공유 등 협력 |
기술협력 |
수소차 협력 MOU (한) 현대자동차 - (사) 아람코 |
· 미래차 기술협력 등 포괄적 협력 |
기술협력 |
선박엔진공장 합작투자 계약 (한) 현대중공업 - (사) 아람코 |
· 킹살만 조선소內 선박엔진공장 설립 계약 |
4.2억 달러 투자 |
S-Oil-아람코 투자협력 MOU (한) S-Oil - (사) 아람코 |
· S-Oil – 아람코 투자협력 |
S-Oil의 60억 달러 투자 관련 협력 |
자료: KIEP 오늘의세계경제 『‘사우디 비전 2030’ 추진 동향 및 협력 시사점. 산업통상자원부(2019. 6. 26), 『사우디 왕세자 방한 계기, 제조․에너지 신산업분야 협력강화를 위한 실질적 기반 구축』, 참고자료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