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先 이해와 後 시행
국내에서 대기 중에 존재하는 미세먼지 (PM10, PM2.5) 농도는 법적 허용치인 대기환경기준을 현재 초과하고 있으며, 2018년 3월말 강화된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이끌어내고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지도 모른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환경부의 2017년 대기환경연보를 보면 2016년 서울의 PM2.5 농도는 26 으로 새로운 기준인 15 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략 11 만큼의 미세먼지 농도 감소가 필요하다. 중국 등 국외 배출량의 영향이 감소하고는 있다지만, 아직은 그 영향이 작지 않다. 많은 국민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듯이, 국외 영향이 절반을 차지한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우리가 배출하는 모든 것을 중지시켜야 목표농도 달성이 가능할 정도다. 과연 그 누가 그러자고 선 듯 나서서 말할 수 있을까?
만일 우리가 미세먼지 농도를 개선하지 않고 그냥 방치한다면, 분명 현재의 미세먼지 수준은 이미 국민 건강에 해로운 영향이 우려되며, 조기 사망률, 유병률 등 많은 부분에서 의료비용의 발생이 급격히 증가할 우려가 있다. 반대로 너무 강한 배출 규제는 보건비용은 줄일 수 있지만, 산업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 또한 만만치가 않다. 대기오염 방지설비는 초기에는 적은 비용으로 대기오염물질의 많은 배출을 경감시킬 수 있으나, 방지설비가 고도화되면 될수록 소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이러한 비용 증가는 국민들의 부담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기환경기준은 SO2, NO2, O3, CO, PM10, PM2.5, Pb, Benzene 등 8개 대기오염물질에 대해 마련되어 있으며, 이들 물질을 소위 기준성 대기오염물질이라 부른다. SO2, NO2는 오염원에서 직접 배출되며, 그 자체가 대기오염물질로 규제를 받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미세먼지 및 오존과 같은 2차 대기오염물질을 만드는 재료 물질로 이용되기도 한다. 2016년 대기환경연보에서 SO2 농도는 연평균 및 24시간 기준에서 100% 달성율을 보이며, 1시간 기준 달성율도 98.8%로 높다. NO2 농도는 SO2 보다는 달성률 면에서는 낮지만 대기환경기준을 80% 이상 만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O2와 NO2 배출 관리는 이들 물질로부터 생성되는 소위 2차 미세먼지, 즉 황산염 (Sulfate)와 질산염 (Nitrate) 농도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실정이다. 정부의 노후 석탄화력 가동 중지와, 미세먼지 고농도 기간 동안 차량 2부제 시행 검토는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현재 PM2.5의 연평균 및 24시간 대기환경기준 달성률은 각각 46.7%, 10.9%로 미미한 수준이다. 2018년 3월에 강화된 PM2.5 대기환경기준 (연평균 15 , 일평균 35 )을 적용할 경우 이 기준을 만족하는 측정소는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2016년 한미 대기질 공동 측정 실험에서 밝혀진 사실 가운데 하나로, 5월~6월 동안 국내에서 2차 생성에 따른 미세먼지 생성기여도는 대략 75% 정도이다. 이러한 미세먼지의 특이성이 미세먼지 농도 개선 시, 배출량 관리만으로는 미세먼지 관리가 쉽지 않음은 간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1차 대기오염물질의 경우 해당 지역의 관리만으로 가시적인 해결이 가능할지 모르나, 2차 대기오염물질 특히, 미세먼지의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유입, 배출물질별 상호 작용, 계절별 변화, 생성 과정 등에서 과학적 이해를 요구한다. 이런 과학적 이해는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으며,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현재 당면하고 미세먼지 문제는 그동안 이러한 계획과 노력이 부족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 2011~2012년을 정점으로 중국의 NO2와 SO2의 농도는 감소 추세를 보이며, 2016년까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위성 자료 등 국내외 발표 자료, 환경부 자료 등에서 이러한 감소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추세가 얼마나 이어질 것인지, 혹은 다시 상승할 것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은 필요하다. 이러한 감소 추세는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 관점에서의 설명으로, 이는 배출량의 전반적 감소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실생활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한다고 느끼고 있다. 배출량 감소와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 감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미세먼지 농도 증가는 고농도 사례일 기간의 증가와 관련이 크다. 중국 베이징에서 과거 수십 년 동안 지속적인 연무 현상이 점점 더 길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Pei et al. (2018)의 논문에서 북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상승과 관계가 있으며, 이로 인해 베이징 지역에서 지속적인 연무 발생의 빈도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원인으로 국내에서도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일이 연속적으로 나타나며, 이로 인해 국민들이 인식되는 미세먼지 현황은 악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목표수준의 농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장, 자동차, 매립지, 농업 등과 같은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원별 기여도 분석을 수행하고, 가장 효과적으로 농도를 저감할 수 있는 배출원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초미세먼지를 구성하는 질산염, 황산염, 암모늄과 같은 무기성 이온의 경우 각각 자동차 배기가스, 석탄 화력 발전, 농업 분야에서 주로 배출된다. 유기탄소는 조리과정, 원소탄소는 연소과정이나 노천소각에서 발생하며, 그 외에 기타 지각성분과 중금속 등이 초미세먼지를 구성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성분으로 구성된 초미세먼지는 직접 배출된 1차 미세먼지 혹은 전구물질의 대기 중 반응을 통해 생성되는 2차 미세먼지로 구분할 수 있다. 2차 미세먼지는 여러 전구물질들의 대기 중 반응을 통해 생성되는데, 이들은 서로 매우 복잡하게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한 가지 배출물질, 즉 전구물질을 감소시킨다 하더라도 미세먼지 농도가 반드시 감소하지 않을 수 있다. 감소한 전구물질의 양만큼 다른 물질이 미세먼지 구성을 대체하거나, 기대와는 달리 배출량 감소는 오히려 미세먼지 농도 증가도 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전구물질 간의 상관성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며, 이를 고려한 정책 수립 필요하다. 현재 미세먼지 관련 개선대책은 NOx와 SO2 관리에만 집중되어 있다. 최근 VOC, NH3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으며, 강화된 기준을 만족하기 위한 관리 대상 물질의 확대가 검토될 시점이다.
실질적으로 미세먼지 관리 측면에서 국외 영향을 제외하면 국내 배출원 및 배출량 정보는 매우 중요하다. 배출원에 대한 관리와 규제에는 비용이 발생하며, 대책 마련 시에는 같은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저감되는 배출량이 많은 쪽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같은 양의 오염물질이 감소한다고 해도, 미세먼지 농도로 전환되는 비율이 높은 오염원을 우선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배출량이 같은 농도로 발현되어도 대도시와 같이 인구 밀집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오염원에 대한 규제가 우선되어야 한다. 간단히 말하면, 같은 배출량이 저감되더라도 미세먼지 농도로의 전환 정도가 다르며, 영향 범위에 따라 인구 밀집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에 대한 노출 평가, 위해도 평가, 비용-편익 분석이 선행적으로 진행되어 비용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최대의 대기질 개선 효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정량적 기여도 분석이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미세먼지 구성 성분에 대한 자료 확보도 중요하다. 미세먼지 성분 정보는 주요 배출원 파악, 미세먼지의 이동 및 생성 과정에 대한 이해, 그리고 위해도 평가 등에서 매우 중요하다. 국내의 경우 이런 자료를 국토 전반에 걸쳐 확보하기 시작된 지 오래되지 못했으며, 2016년 KORUS-AQ (한미 대기질 공동 측정 실험) 등과 같이 다각적인 현상 이해를 위한 연구 노력, 인력 양성 등이 시급하다. 결과 도출도 시급하지만, 선결적인 장기 투자 없이는 미세먼지 개선을 위한 접근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대기환경기준에서도 장기 기준과 단기 기준이 있듯이 이에 대한 대책 역시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배출량 저감 노력은 통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평균 농도의 관리수단으로 여겨지며, 겨울철 고농도 사례기간에 대한 관리는 비상저감 조치와 같이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고농도 사례기간 동안의 농도 증가는 미세먼지 또는 전구물질 배출량의 급격한 증가라기보다는 기상학적 요인이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2~3일 가량의 선제적인 조치를 통해 국민에게는 실외 활동을 자제하면서, 가급적이면 고농도에 노출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국민 입장에서는 이러한 기간 동안에는 누구의 강요가 아닌, 자발적 의미에서 미세먼지 또는 그 전구물질 배출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미세먼지 농도 감소를 위해서는 중앙 및 지방 정부에서는 배출저감 방안을 마련해야하며, 이를 위한 실태조사, 관리제도, 관련 기술 등이 준비되어야 한다. 이 때, 미세먼지 관리대책의 규정, 집행, 시행, 감시, 평가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은 세금 및 부담금 등으로 충당될 수 밖에 없으므로 국민, 기업, 정부 차원의 사회적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사회적 성숙을 통한 국민들의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한 중앙 정부, 지자체, NGO 등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과 피해의 중심에는 국민들이 있다. 즉, 미세먼지 농도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국민들의 역할이다.
끝으로 미세먼지 농도 개선대책 마련 시 다시 한 번 강조되어야 할 부분으로, 우선 중·장기적 농도 개선을 위해 시행되는 배출량 저감 대책과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에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비상조치 등의 관리정책에 대한 개념 정립을 바탕으로 관리 방향을 구분되어야 한다. 배출 부문별 정량적 기여도와 지역별 배출원 분포, 2차 생성에 따른 지역적 범위 설정이 중요하다. 이러한 원인 및 기여도 분석을 바탕으로 정책 수립에 따른 저감 대책별 비용 산출와 배출량 저감에 따른 농도 개선 정도를 고려하여 우선 관리 배출원 선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정량적 자료 확보는 결국 추후 농도 개선에 따른 노출 및 인체 위해도 개선 평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국민 건강 보호라는 기본 원칙에 가장 충실히 다가서는 방법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