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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저유가, 언제까지 지속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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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 언제까지 지속되나 ?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

구자권 센터장

 

지난 수년간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저유가 구도가 장기화내지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 특히 , 셰일혁명으로 불리는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이 무한정 계속되리라는 가정하에 , 유가의 회복은 곧 미국 셰일오일의 증산으로 인한 과잉공급 상황을 가져오기 때문에 이제 저유가 구도는 장기적으로 고착화된다는 논리다 . 더구나 , 상대적으로 생산비가 낮은 사우디 등 산유국들은 미국 셰일 산업을 고사시키기 위하여 대응 증산을 할 것이기 때문에 유가회복은 요원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 그러나 사우디 및 미국 셰일오일의 증산 경쟁을 전제로 한 이러한 저유가 구도 장기화 주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

 

먼저 , 사우디는 2014-15 년 미국 셰일오일의 증산으로 시장의 과잉공급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감산은커녕 시장 지분 (M/S) 을 방어한다는 명목으로 증산 경쟁을 벌였고 , 이로 인해 시장 재고는 크게 늘어났다 . 이것이 지난 수년간 저유가가 지속된 핵심 원인이다 . Mr.Everything 으로 불리는 사우디 왕세자는 OPEC 감산 회의에 참여한 나이미 (Ali al-Naimi) 석유상을 전격 불러들이는 파격을 부리면서 사우디를 증산 경쟁으로 내몰았었다 . 평균생산비가 훨씬 낮은 사우디가 증산으로 유가를 폭락시켜 , 상대적으로 생산비가 높은 셰일회사들을 고사시키려는 것이 그 배경이라고 주장한다 . 실제 유가 폭락으로 부분적으로 석유회사들의 파산 및 생산증대억제는 이루어 졌지만 , 사우디도 엄청난 재정적 타격을 받았다 . 석유에 재정을 의존하는 사우디의 유전생산단가는 매우 낮지만 , 재정균형유가는 셰일생산단가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 더구나 , 지속적인 기술혁신으로 셰일회사들의 손익분기유가 (BEP) 는 더욱 낮아지면서 , 유가 하락에도 오히려 셰일오일 생산량은 소폭이나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 사우디로서는 막대한 재정손실에다가 셰일산업을 고사시키기는커녕 경쟁력만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 더구나 , 왕위계승을 앞둔 무하마드 (Mohammed bin Salman) 왕세자는 야심찬 비전 2030”, “ 아람코 IPO” 등의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도 유가회복은 필수적이었다 . 마침내 Mr.Everything 이라 불리는 사우디 왕세자는 그동안의 미숙한 시장대응을 반성하면서 감산으로 돌아섰다 . “We will do whatever we can do to raise oil prices” 2017 년 초부터 사우디는 왕세자의 굳건한 의지에 따라 가장 앞장서서 감산을 실행했고 주도했다 .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다음으로 , 셰일혁명이 계속되리라는 환상이다 . 미국 타이트오일 생산량은 2010 80 B/D 에서 4 년 사이에 480 B/D 로 급증하였다 . 셰일오일 생산기술 발전과 이에 따른 코스트 하락으로 촉발된 셰일 개발 붐은 마치 서부시대의 금광개발만큼이나 치열하였다 . 셰일오일 생산회사들은 일확천금을 쫒는 중소형 회사들이 대부분이었으며 , 이 역시도 사모펀드 (Private Equity) 등에서 공급한 자금이 대부분이었다 . 광란의 개발 붐 중에는 셰일회사들의 주가가 수배나 급등하면서 개발 붐을 부추겼다 . 그러나 2014 년 이후 과잉공급으로 유가가 폭락하면서 , 셰일업체들은 엄청난 대가를 치루었다 . 향후 유가가 회복되어도 2010-2014 년에 있었던 셰일 붐이 재현될 수 있을 까는 회의적이다 .

그 이유로는 첫째 , 기술혁신의 비용효과도 둔화되리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 스트를 상대적으로 크게 인하시키는 기술혁신은 이미 구현되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며 , 오히려 저유가 시기 중 대폭 서비스비용을 낮추었던 서비스회사들은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 , 대체로 수익성과 생산성이 높은 지역 (sweet spot) 순서로 개발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시간이 갈수록 남아 있는 지역은 생산성과 수익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

둘째 , 셰일은 더 이상 금광 개발 같은 노다지가 아니다 . 셰일업체 대부분 유가 폭락으로 쓴 경험을 했다 . 특히 지난번 셰일 붐의 핵심주도세력인 사모펀드 (private equity) 자금들은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기성 자금으로 유가가 회복되어도 다른 투자효율성이 높은 분야로 이동할 수 있다 . 유가 변동의 불확실성도 높고 상대적으로 수익성도 높지 않은 셰일보다는 바이오나 4 차 산업혁명 같은 곳으로 투자자금이 집중될 수 있다 . 여기에 셰일혁명의 지속을 뒷받침해줄 인력 및 인프라 제약도 문제이다 . , 미국의 에너지정보청은 자국의 셰일오일의 TRR( 기술적으로 회수가능한 자원량으로 매장량은 아님 ) 의 기준시나리오를 약 1,000 억배럴로 추정한다 . IEA BP 사는 미국의 매장량을 500 억배럴 정도로 추정하는데 , 이중 전통원유를 제외하면 타이트오일의 매장량은 엄청난 규모는 아니라고 추정된다 . 물론 경제적 기술적 진전 상황에 따라 실제 생산량은 이보다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 공급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채워줄 수 있는 화수분은 아니라는 것이다 . 이러한 셰일자원의 제약 때문에 셰일오일 증산의 한계에 관한 주장도 확산되고 있다 . 결국 셰일 자원의 피크가 올 수밖에 없고 그것도 멀지않은 미래에 온다는 것이다 . 우드맥 , IEA OPEC 등 주요기관들은 공공연히 셰일의 피크가 2023-2025 년쯤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 최근에는 미국의 에너지정보청이 미국 셰일오일 증산에 대하여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하여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주장 (MIT 보고서 ) 도 나오고 있다 . 향후 수년간 유가회복에 따라 셰일오일 생산이 증가하기는 하겠지만 , 증가폭은 둔화되고 , 결국은 피크에 도달할 것이라는 것이다 . 또한 , 이 정도의 증산 폭 ( 연간 50-100 b/d 규모 ) 은 개도국 중심의 지속적인 수요 증대를 감안하면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산유국들의 결심 여하에 따라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다 .

세번째 , 석유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최소한 향후 20 년간은 증가할 것이라는 점 이다 . 일부에서는 전기차의 빠른 확산으로 석유수요 피크가 조기 도래하며 , 석유시대의 종료도 멀지 않았다는 황당한 주장도 한다 . 그러나 현재 보급된 전기차는 200 만대 수준에 불과한데 세계 자동차 수는 10 억대를 훨씬 넘는다 . 최근 IEA 보고서 (World Energy Outlook 2017) 는 전기차가 2040 년까지 낙관적인 시나리오 (new policy) 하에서 2.8 억대로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 이는 2040 년 자동차의 15% 에 불과하며 , 2040 년까지 수요대체효과도 250 b/d( 연평균 10 b/d 로 수요의 0.1%) 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한다 . 석유수급 구도에 영향을 미치기는 미미한 수준이다 . 한편 저유가로 E&P 투자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통상 유전의 자연 감모율을 6-7% 로 보는데 , 현재의 공급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엄청난 투자가 지속되어야 하며 더군다나 미래 수요 증대분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선행 투자가 필요하나 저유가로 매우 부진한 상황이다 . 이는 곧 중장기적으로 공급 능력 부족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 이제는 시장 환경이 바뀌었다 . 사우디는 감산으로 돌아섰고 , 재고는 감소 추세에 있다 . 셰일 증산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 셰일 피크 시점이 거론되고 있다 .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공급투자 부진으로 공급불안은 높아지고 있다 . 여기에 시장의 완충 역할을 하던 적체 재고는 감소 추세에 있고 , 여유생산능력은 역대 최저수준이다 . 시장완충역량의 약화로 사우디 , 이란 등 지정학적 불안은 이미 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 현재의 시장구도이다 . 유가는 2016 년을 바닥으로 상승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 2014 년 배럴당 100 달러 수준이던 유가는 15 년 배럴당 53 달러로 반토막이 났고 , 16 년에는 배럴당 45 달러로 바닥을 찍었다 . 그러나 이러한 시장 환경 변화를 반영하면서 17 년 유가는 전년 대비 이미 20% 상승 했고 , 18 년 유가도 이 연장선에서 17 년보다 10% 정도 상승한 배럴당 60 달러 내외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 물론 단기적으로는 유가회복에 따른 미국 셰일오일의 증산 속도 , OPEC 의 감산준수율 , 재고 감소 속도 등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 유가가 회복 싸이클에 접어든 것은 분명한 것 같다 . 또 셰일 피크에 대한 인식이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거나 , 완충역량이 낮은 상황에서 중동 등의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될 경우 수년 내 배럴당 100 달러의 고유가 시대를 다시 맞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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