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호에 이어서>
구한말시대의 석유수입과 유통(2)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 개발지원2팀
여영섭 팀장

석유의 도입국

조선에 수입되는 석유는 미국, 러시아, 수마트라 등에서 생산된 제품이었는데 초기에는 주로 중국과 일본을 통한 중계무역으로 수입되었다. 미국의 석유도 처음에는 이같은 형태로 수입되었으나 1897년에는 타운젠트상회가 인천 월미도에, 1901년에는 부산 절영도에도 석유저장탱크를 짓고 미국의 스탠다드 오일을 직접 수입하여 판매하였다.
조선에 수입되는 석유는 원산지 통계가 있으나 상대 수출국에 대한 통계가 나타나 있지 않아 주 수입국이었던 일본과 중국의 수출통계를 통해 확인해 보았다.
일본의 수출기록은 『일본외국무역연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이 통계는 수출입 상품별, 국가별 내역을 기록하고 있어 조선과의 수출입품 내역 등을 통해 조선에 대한 석유수출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 조선에 대한 무역통계와 석유수출기록은 1884년부터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조선과 일본의 교역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1877년부터 석유를 수입한 기록이 있고, 이 때는 다른 나라와는 통상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석유는 전량 일본에서 수입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의 수출기록은 중국해관에서 발행한 『중국해관연보』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데 조선과의 무역통계는 1882.8월 「조청상민수륙무역장정」체결 후 통상이 이루어진 1883년부터 나타나고 있다. 국가별 교역물품별 수출입 상황은 1905년부터 자세히 기록하고 있어 1904년까지는 조선에 대한 석유의 수출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나, 1883년에서 1904년까지의 기간중 중국이 외국에서 수입한 물품을 다시 수출하는 재수출액 총규모중 조선에 대한 재수출액의 규모가 16.9% 수준이고, 같은 기간의 재수출 액중 석유 재수출액이 약 6.0%인 점을 감안하면 조선에 대한 재수출에 석유가 상당부분 포함되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1889년 인천항의 무역상황을 보고한 일본 영사보고에서도 중국에서의 석유수입량이 1888년 1,950갤런에서 1889년 41,900갤런으로 크게 증가하였다고 보고하는 내용이 나타나 있다.
조선의 석유수입량은 [그림 1]에서 보듯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도입국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1888년까지 100%수준을 보이다 1889년 이후에는 큰 폭으로 떨어졌고 1899년 이후는 거의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 
일본의 수입점유율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한 1889년은 러시아의 석유수입이 시작되는 때였고, 1897년 타운젠트 상회가 석유저장고를 짓고 미국의 스탠다드 석유를 직수입 하면서 석유수입시장에서 일본의 역할이 거의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림 1] 조선의 석유수입과 일본에서의 수입량 비중

자료 : 조선의 수입량 ; 표1의 자료,
       조선에 대한 일본의 대조선 석유수출량 비율 : 『일본외국무역 연표』 각년도 자료의 조선에 대한 일본의 석유수출향을 표1의 조선의 석유수입량과 비교하여 비율 산정

수입석유의 원산지

초기에는 미국산만 조선에 수입되었으나 1889년 러시아산, 1896년 일본산, 1897년부터는 수마트라산이 조선에 수입되면서 경쟁이 벌어졌다.
러시아 석유는 카스피해의 바쿠지역에서 생산되었는데 이 지역과 흑해의 바툼항을 1883년 철도로 연결하면서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1891.1월 러시아 대장성의 자료에서는 러시아는 1887년 6월이후 동양에 석유를 수출하기 시작하였고, 1887.10월 중국에, 1888.4월 일본에 처음 수출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일본의 석유는 에치고 지역(오늘날의 니이가타현)에 고대부터 석유가 발견되었는데 메이지유신 이후 미국에서 굴착 및 정제방법을 도입하였고, 1888년에는 일본석유회사가 설립되어 근대적 방법으로 석유를 생산하였다. 일본산 석유는 생산량이 많지 않고 품질도 좋지 않아 일본에서도 사용량이 많지 않았으나 1896년부터 조선에서 일본석유를 수입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수마트라 석유는 1890년 네델란드의 로열더치가 설립된 후 사업을 시작하였으며 1892년 석유제품을 생산하여 시장에 등장하였다. 1894년부터 중국에 수입된 기록이 있고, 일본에는 1897년부터 수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에도 1897년부터 수입된 것으로 나타난다.
1889년 러시아 석유의 수입이 시작된 이후 1910년까지의 수입 원산지를 비교하면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미국석유의 비중이 매우 높은데 전 기간 동안 평균 89.4%로 나타난다. 같은 시기 일본과 중국에서의 미국석유 비중은 일본 67.2%, 중국 54.3%로 나타나 조선에서의 미국석유 비중이 특히 높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의 자료에서는 미국석유의 비중이 높았던 이유를 미국석유의 품질이 좋았다는 점, 포장이 단단하여 누설이 적었던 것에 비해 러시아 석유, 일본석유, 수마트라 석유는 품질이 좋지 않고 포장도 불완전하여 유실되는 양이 많았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품질이나 포장은 조선에서만의 문제는 아니고 일본이나 중국시장에서도 같은 조건이었을 것이라는 점을 보면 그 외의 다른 요인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성급한 결론이 될 수도 있겠으나 나타난 자료만 가지고 판단해 본다면 조선시장에서 스탠다드 제품을 판매하였던 타운젠트 상회가 시장에서 트러스트를 결성하고 타 제품의 침투를 막았다는 점을 들 수 있고, 또 하나는 스탠다드 제품이 유통망을 장악한 시장에 러시아 및 수마트라 석유가 무리한 경쟁을 하면서까지 들어올 만큼 조선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았던 것도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림 2]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조선의 시장 규모는 러시아석유가 처음 수입된 1889년에 일본의 1.1%, 중국의 1.9%수준에 불과했고 1900년에는 각각 3.0%, 2.4%, 1910년에도 10.4%, 4.5%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그 규모가 작았다. 타운젠트 상회가 운영했던 석유의 트러스트 문제는 뒤의 ‘석유의 유통’에서 짚어 보기로 한다.

[그림 2] 조선․일본․중국의 석유수입량과 미국제품의 비중

자료 : 조선 ; 표1, 일본 ; 『일본외국무역연표』(각년도), 중국 ; 『중국해관연보』(각년도)

석유의 유통

1904년의「요코하마세관 출장보고서」에는 ‘석유상 준트러스트’라는 제목으로 조선에서의 석유유통에 대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에 의하면 미국상인 타운젠트상회가 스탠다드와 특약을 맺고 1897년에 단독수입을 하면서 인천, 부산, 원산지역에 판매인들로 조합을 구성하여 판매를 하였다고 하고, 판매 일정량마다 일정 이득을 공제하여 공유하고 이들 조합의 판매활동을 통해 미국산 석유가 조선의 시장을 장악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자료에서는 원산지역 석유동업조합의 조합규약 전문을 게재하고 있어 당시의 석유트러스트 내용과 방법을 알 수 있도록 이를 소개한다.

원산석유동업조합규약

제1장 총칙

제1조  본 조합은 원산 솔표 석유특약조합이라 칭하며 미국 스탠다드 석유회사와 특약을 맺고 미국산 솔표석유의 독점판매를 행한다.
제2조  본 조합의 사무소는 당분간 마쓰모토 석유부 지점에 두고 조합의 사무를 취급한다. 단, 도소매 모두 석유의 판매를 위한 것으로 한다.
제3조  본 조합에 가입한 자는 특약조합원으로 한다.
제4조  본 조합에 가입하여 석유판매영업을 하려는 자는 갑호 서식에 보증금 50엔을 제출하고 통장을 교부받아야 한다.
제5조  본 조합을 탈퇴하고자 하는 자는 을호 서식으로 특약해제를 청구하고 보관금을 환불받아야 한다. 사무소에서 교부받은 통장은 이 때 반환한다.
제6조  본 조합 각자의 특약권을 타인에게 양도하려고 하는 자는 병호 서식을 제출하고 본 조합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제7조  본 조합이 사용하는 인감은 다음과 같다. 단, 필요에 따라 새로 제작한 때는 이를 조합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組合事
務所印

一割印

組長
之印
(인감형태
생략)

제8조  본 조합원은 28명으로 제한하고 만일 부족이 발생하거나 새로운 희망자가 있을 때에는 임원회의의 결의를 거쳐 증감할 수 있다.
제9조  본 조합에 다음과 같은 임원을 두고 그 임기는 만 1년으로 한다. 만기후 재임하는 것은 가능하다.
   1. 조장 1명,  1. 부조장 1명,  1. 회계 1명,  1. 평의원 4명
제10조  제9조의 임원은 조합원중에서 평의원 7명을 마스모토 모리타로가 지명선거를 하고 正副조장 및 회계원은 평의원의 호선으로 정한다. 단, 1명이 두 개의 역을 겸임할 수 없다.
제11조  임원의 의제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1. 조장은 조합을 대표하고 총 감독하며 회의의 의장이 된다.
  1. 부조장은 조장을 보좌하며 조장 유고시 모든 의무와 권리를 행한다.
  1. 회계는 조장의 지휘를 받아 금전출납을 담당한다.
  1. 평의원은 사업상황의 조사 및 조합원중 규약위반자의 유무를 조사한다.
제12조  임원은 여행하고자 하는 경우는 서면 또는 구두로 조합사무소에 보고하여야 한다.

제2장  회의

제13조  본조합의 정기총회를 매년 6월에 개최하며 임원진의 개편을 한다. 또한,  간친회를 연다.
제14조  임시총회는 긴급사건 또는 조합원 10명이상의 청구에 의해 개최할 수 있다.
제15조  임원회는 임원 2명의 청구 또는 필요한 경우에 개최한다. 단 때에 따라서는 서면으로 할 수 있다.
제16조  임원회 의결사항은 총회 또는 서면을 통해 조합원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제17조  의사에 관한 세칙을 별도로 정한다.

제3장  적립금

제18조  본 조합은 조합 각원에 대하여 출고수의 다소에 관계없이 한 상자에 10전씩을 적립한다.
제19조  제18조의 적립금은 조합사무소에 보관하고 매년 3,6,9,12월의 4분기 누계를 산정하여 각자 출고수에 대해 1상자당 5전씩을 적립주에게 교부하고 잔액은 다음 용도에 충당한다.
  1. 각자 출고수에 대해 1상자당 5전씩을 적립금으로서 적절한 방법으로 증식한다. 단, 증식방법은 임원에게 위임한다.
제20조  적립주가 제5조에 해당하는 경우는 적립금의 환불을 하며 제4조의 경우에는 양수인으로 명의변경을 한다.

제4장  조합원의 책임 및 영업상 권리구속

제21조  조합원은 특약을 한 미국산 솔표 석유외 일절 다른 석유를 판매할 수 없음은 물론 규약을 준수하여야 한다.
제22조  조합원은 조합이 정한 간판을 만들어 영업장소에 게시하여야 한다.
제23조  조합원은 타 석유가 해당지역에 입항한 것을 알게 된 때는 그 종류 및 가격 개수 등을 조사하여 사무소에 알려야 한다.
제24조  조합원특약의 빈 상자라 하더라도 조합 소정의 소인 즉 빨간색 또는 검정색의 것으로 빈상자의 상표를 지운 것과 관계없이 일절 판매하여서는 아니된다.
제25조  조합원은 석유를 출고할 때 상당 대가와 통장을 같이 지참하고 출고전표와 함께 적립금 및 석유상자수를 기입하여야 한다. 대금은 모두 일본화폐로 한다.
제26조  조합원은 사무소에서 교부한 석유판매 표준가격표를 보기 쉬운 곳에 게시하여야 하며 이 가격표를 절대 변경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27조  조합원은 석유출고시 각자의 상용기호를 석유상자에 표시한 후 수령하여야 한다.
제28조  조합원은 조합외의 자에게는 가령 솔표석유라 하더라도 구입하여서는 아니된다.
제29조  조합원은 자기 사정에 따라 하나의 석유 점포를 개설하는 경우에는 조합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제30조  조합원은 다음 각호의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1. 조합원은 석유판매에 있어서는 반드시 정해진 시세에 따라야 하며 적어도 경쟁을 유발해서는 아니 된다.
  2. 일부러 1통의 용량을 줄이거나 물을 혼입하는 행위, 일본 석유나 러시아 석유를 미국 석유로 위장하는 행위, 기타 타 상표의 석유를 바꾸어서 판매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3. 자기의 상황 기타 어떠한 명목으로도 위탁판매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제31조  조합원의 석유출고 개수는 1회에 반드시 10상자 이상이어야 한다.
제32조  조합원의 1기간중 출고개수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1. (1월, 2월, 3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의 3기간은 100상자 이상
  1. (4월, 5월, 6월)의 1기간은 50상자 이상
제33조  제32조에 규정한 출고수를 달성하지 못한 조합원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적용한다.
  1. 출고수 정수의 반에 미달하는 자는 보증금 및 전기기간의 적립금을 환부하고 특약을 취소한다.
  1. 출고수 규정수의 반액이상으로 규정수에 미달한 자는 자기 출고수와 당해기간 규정수에 달성한 조합원의 출고평균개수와의 차이에 대하여 1상자당 5전을 현금으로 징수한다.
  1. 사무소에서 추징의 통지를 받은 자는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이를 지참해야 한다. 만일 기일을 지키지 못한 경우는 규정수의 반수에 미달한 것과 같이 보증금 및 전기 적립금을 환부하여 특약을 취소한다.

제5장 벌칙

제34조  조합원으로 제21조, 제22조, 제24조, 제26조, 제28조, 제30조의 각 조에 위배하거나 조합에 대해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행위를 한 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범위내에서 처벌한다.
  1. 위약금 징수
  2. 위약금은 100원 이하
  3. 출고정지
  4. 제명
제35조  제34조외의 위배사고가 중대하거나 경미한 경우에도 3회 이상을 한 경우는 승인금 및 적립금의 몰수를 부가한다.
제36조  제33조제2항 및 제34조, 제35조에 규정한 징수금 또는 몰수금은 별도적립금으로 지출은 임원의 의결에 따른다.
제37조  처벌의 방법은 제36조의 규정에 따라 임원회의를 거쳐 집행한다.
제38조  임원회에서 결정한 처벌법은 위배자의 이의는 물론 후일 어떤 사정이 있어도 작량 정상을 참작하여 그 벌을 경감하지 않는다.
제39조  임원으로서 벌칙에 저촉 또는 규약위배 혐의가 있는 자는 임원회에 참석할 수 없다.
제40조  본 규약은 영사의 인가를 받아 시행한다. 가제수정을 한 경우도 같다.
(부칙의 의사세칙 및 갑을병호 서식 생략, 현 조합원 28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