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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국제 석유시장 변화에 따른 정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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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석유시장 변화에 따른 정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

 

 

석유시장의 패러다임 변화

최근 국제 석유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저유가 현상과 가격변동성 증대를 통해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국제 석유시장에 나타날 변화도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국제 석유시장의 저유가 상황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북미지역 셰일오일로 대표되는 비전통석유와 같은 공급원의 다양화 및 생산량의 증가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경우에도 단기간에 석유생산량 증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현상은 북미지역 셰일오일 생산성 향상, OPEC의 석유시장 영향력 약화와 같은 공급측 요인들과 에너지효율의 지속적인 향상, 기후변화협상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 감소,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 중국 등 신흥국 석유수요 증가세 둔화 등의 수요측 요인들에 기인하고 있다.

두 번째 변화는 국제유가의 급격한 상승은 제한되더라도 국제유가 변동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석유거래의 금융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투기 및 차익 거래가 증가하고 국제유가 변동성이 증대되었다. 이와 같은 석유거래의 금융화 현상은 지속적으로 심화될 것이며, 석유의 생산주기가 짧은 비전통원유가 국제 석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것도 석유가격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유산업 경영환경 변화

이와 같은 국제 석유시장 패러다임 변화는 우리나라 정유산업의 경영환경을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의 에너지 연구기관에서는 향후 세계 석유수요는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이에 따라 세계 정제설비 규모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지역별(북미, 유럽, 중동, 태지역) 정제설비 규모 변화는 상이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지역 정유산업의 정제설비 규모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동과 아태지역의 경우에는 역내 석유제품 수요 증가를 바탕으로 정제설비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IHS 자료에 따르면 2025년까지 세계 정제설비는 약 970b/d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아태지역 정제설비 증가가 약 660b/d2/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태지역에서는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정제설비 확충이 진행되어 수출지향형 정유산업을 보유한 한국, 싱가포르, 대만 등과 지역내 석유제품 시장에서 경쟁을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태지역 석유제품 교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휘발유 및 경유 부문의 경쟁심화가 예상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는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제품으로 2016년 석유제품 수출에서 휘발유와 경유가 51.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석유제품은 아태지역 수출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아태지역 성장잠재력도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정유산업의 강점은 대규모 정제설비 운영에서 나타나는 규모의 경제 효과와 높은 수준의 설비가동률을 유지함으로써 얻게 되는 석유제품 생산의 효율성을 꼽을 수 있다. 일본 Mizuho은행 보고서에서는 따르면 우리나라 정유사의 정제비용이 일본 정유사보다 배럴당 2.78달러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 정유산업의 단점으로는 지리적인 불리함으로 인한 높은 수송비, 높은 수준의 원유도입 중동의존도, 정유사 총 매출의 정제부문 의존도가 높아서 정제마진 수준에 따라 수익성이 결정되는 경향 등이 지적된다.

 

정유산업 중장기 발전방향

이와 같은 우리나라 정유산업의 장점 및 단점을 고려할 때, 정유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중장기 발전방향은 핵심 사업부문인 정제부문 효율성 제고와 비석유사업부문 확대를 통한 종합에너지산업화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정제부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정유사의 강점인 정제시설 규모, 고도화비율, 설비가동률 측면에서 경쟁 정유사들에 비해 비교우위를 확보하고 석유제품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석유제품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석유제품 수요의 급격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제설비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안정적인 석유제품 수요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석유소비(238b/d)를 상회하는 정제설비(311b/d)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초과설비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안정적 수출시장 확보가 필요하다. 2016년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49.7%, 51.7% 수출되고 있기 때문에, 휘발유 및 경유의 안정적인 해외수요 확보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해외 수출시장 확보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단순한 석유제품 수출에 집중하는 것 보다는 현지 유통 및 판매시장 진출과 같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요를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유사가 저장, 유통, 판매부문에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정제설비 건설을 통해 진출하는 것보다 위험관리 측면에서 유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로 정제부문에 집중된 정유산업의 매출 및 수익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석유산업 내부 및 외부로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추진이 필요하다. 정제부문과 연관성이 높아서 시너지효과 창출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석유화학산업 부문을 강화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에 범용제품 생산뿐만이 아니라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상류(자원개발)부문의 경우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보유한 역량과 투자확대에 따른 재무적 위험을 고려하면, 상류부문 투자는 개별 정유사별 필요성에 따라 경제성을 위주로 검토하여 제한적, 보수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다.

 

타 에너지산업으로의 사업다각화 필요

우리나라 정유산업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타 에너지산업으로 사업다각화 진행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유사가 고려할 수 있는 에너지사업 분야로는 향후 석유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전력, 가스,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전기차 관련 산업을 꼽을 수 있다. 전력산업은 발전부문 이외에도 향후 판매(도매 및 소매)시장 개방이 진행되는 경우 진출을 검토할 수 있으며, 가스산업의 경우에도 시장자유화가 진행되는 경우에 천연가스의 수입에서 판매까지 수익확보가 가능한 분야에 대한 선택적 진출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전력산업 및 천연가스산업으로의 사업다각화는 우리나라에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소비의 전력화 및 천연가스화에 대한 정유산업의 효과적인 대응방안이 될 수 있다. 발전부문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하는 경우에도 기존 화력발전(석탄 및 천연가스) 이외에 신재생발전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향후 신재생발전 비중의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되며,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할 수 있고, 다양한 발전원 구성을 통해 발전부문 수익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2016년 우리나라 석유제품 소비에서 수송용 비중이 32.9%를 차지하고 있는데, 향후 수송용 에너지 정책의 방향이 친환경자동차 확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중장기적으로 수송용 석유제품 수요를 대체할 친환경자동차 보급 확산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배터리 및 충전서비스 부문으로 사업다각화를 모색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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