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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전기차, 진정한 친환경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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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진정한 친환경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

 

한순구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매연을 뿜어내지 않는 전기차는 대기오염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건강에 좋다는 점과 더불어 전기차를 운전하는 또 하나의 매력은 심리적인 것이다. 인간에게 오염되어 병들어 가는 지구를 위해서 친환경적인 전기차를 운전함으로써 인류와 자연에 공헌한다는 믿음이 전기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자부심과 심리적 평안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말로 전기차가 친환경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공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확인을 했으리라 믿지만 인간 사회가 기계처럼 돌아가는 것이 아니므로 사회 인문 분야의 경제학적인 확인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학자로서 이 문제를 생각해 보았다.

 

전기차가 친환경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의문은 전기를 무엇으로 만드는가 하는 것이다. 휘발유나 경유를 사용하는 대신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환경에 좋아 보이지만 전기란 것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력 발전이나 풍력 발전 같은 방법이 아닌 화력이나 원자력을 사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경우에는 이 또한 공해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수력이나 풍력을 이용한 발전이 미미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상황에서 기존의 차량 대신 전기차를 사용한다는 것은 눈앞에서 매연을 발생시키는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발전소에서 매연을 발생시킨다는 의미뿐일 수도 있다.

 

물론 눈앞에서가 아닌 발전소와 같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매연이 발생한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인구가 조밀한 도심에서의 매연 발생은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지만, 인구가 희박한 발전소에서의 매연 발생은 아무래도 건강을 해치는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반면 지구 온난화나 산성비와 같은 측면에서 살펴보면 도심에서 발생하던 공해를 먼 바닷가의 발전소에서 발생하도록 옮기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휘발유나 경우도 사용할 수 있지만, 전기 발전이 석탄이나 원자력을 많이 이용한다고 생각해 볼 때 이런 비교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일단 석탄은 석유에 비하여 연소할 때 미세먼지 등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고 원자력은 정상적으로 가동되면 친환경적이지만 잠재적으로 대형재난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따라서 휘발유를 이용한 자동차를 줄여서 석탄 화력 발전소나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늘리는 것이 친환경적인지 아니면 반대인지는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전기차가 늘어나게 되면 결국에는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여 발전소의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또 다른 의미에서 환경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우리는 이미 방송 보도를 통하여 발전소의 건설을 둘러싸고 지역 주민들과 전력 당국과의 갈등이 얼마나 심대한 것인지 보아왔다. 이는 단순히 발전소가 건설되는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멀리 떨어진 바닷가의 발전소에서 서울이나 부산 등 의 인구밀집 지역까지 송전선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송전선 통과 지역의 주민들과의 심각한 갈등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생활의 편리성 때문에 인구가 도시로 몰리는 상황에서 도시에서 발생하는 공해를 비도시 지역으로 이전시킴으로써 도시로의 인구 집중이 가속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전기차를 쓰는 것이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연소의 효율성이다. 자동차의 내연기관을 아무리 효율적으로 만든다고 해도 발전소의 큰 보일러에서 완전에 가까운 연소를 통하여 에너지를 얻는 효율성은 결코 따라갈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같은 양의 화석연료로 더 많은 차량을 운행하도록 해 주는 역할을 전기차에 기대해 볼 수 있고 분명히 이런 점에서 전기차를 친환경적일 수 있다.

 

그런데 연소의 효율성만을 비교하는 공학적 결론과 달리 통제되기 힘든 인간적인 요소를 고려한 효율성을 생각하는 것이 경제학이다. 현재 사용되는 휘발유나 경유 차량은 연소의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큰 장점이 있는데 바로 차량이 운행될 때만 연소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현재의 차량들이 쉽게 켜고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발전소는 쉽게 켜고 끌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다. 발전소를 시운전하여 전기를 생산하기까지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이 걸린다. 발전소를 중지시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어떤 특정한 날에 전기차들이 운전을 별로 하지 않아 전기가 훨씬 덜 필요하더라도 발전량을 바로 줄일 수 없다는 뜻이다. 반대로 갑자기 전기 차량의 운행이 늘어나서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더라도 발전량을 짧은 시간에 늘릴 수 없다. 결론적으로 전기차를 사용하게 되면 발전소는 항상 최대 전기차 사용량을 충족시키고도 남도록 여유 있게 전기를 생산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전기차에 필요한 전기량이 낮을 때는 50이고 높을 때는 100이라고 한다면 발전소는 항상 100이상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어야 하고 그 결과 많은 양의 전기가 낭비되어 사라질 것이 뻔히 예상된다. 물론 전력의 여유가 있는 시간대에 전기차를 충전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면 이런 문제가 해소되겠지만, 정부가 원하는 시간대에만 전기차를 충전하도록 국민들이 따라줄 리가 없기에 상당한 양의 전력 낭비는 피하기 어렵다. 전기차의 보급을 대비하여 정부의 준비가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문제가 있는데 바로 엄청난 세금으로 인하여 비싸진 휘발유와 경유에 비해 너무도 저렴한 우리의 전기 가격이다. 현재 휘발유나 경유 가격의 반 이상이 세금이다. 반면 전기는 원가 수준으로 공급되고 있다. 따라서 같은 거리를 주행함에 있어 전기차의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문제는 인간은 가격이 저렴한 물건은 훨씬 더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즉 운행 가격이 저렴한 전기차를 운행하면 주행거리가 늘어나게 된다. 그러면 당연히 발전소는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해야 하고 그 결과 이산화탄소 등 공해 발생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의 휘발유와 같은 수준의 세금을 전기에 부과하면 이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그러면 에어컨이나 냉장고, 더 나아가 공장에서 사용되는 전기 가격이 모두 상승할 텐데 이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이겨낼 정치인이나 관료는 대한민국에 없을 것이다. 지난 더웠던 여름에 전기요금 누진 제도가 국민의 엄청난 분노를 일으켰는데 전기차 사용으로 인한 공해 발생을 막기 위해서 전기 요금이 두 배로 오른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깊은 고민과 준비가 없는 전기차의 보급이 오히려 지구의 환경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빨리 인식하고 대비하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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