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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8차 전력 수급기본계획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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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바란다.

 

최호(전자신문 산업경제부 기자)

 

우리나라 전력정책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올해 수립된다. 지난해 말 정부 회의를 시작으로 수립 작업이 본격 시작됐고 오는 7월경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기간은 2017년부터 2031년까지다. 중장기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한 전력설비 시설 계획을 담는다. 전력 수급 장기 전망과 전력 수요 관리, 발전 및 송변전설비 계획을 모두 아우른다.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 전력 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어떤 발전원을 얼마나 지을지를 결정하는 전력산업의 대계라 할 수 있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엔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파리기후협약을 비준했고 미세먼지 관리 특별 대책으로 친환경 발전원 비중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거대한 산을 어떻게 넘을지가 관건이다. 최근 우리나라 전력수요도 예상치를 밑돌고 있어 수요예측도 원점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등 녹록치 않은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어느 때보다 변수 많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과거 경제성장에 맞춰 전력공급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정확한 수요예측과 더불어 발전원별 최적화된 믹스를 찾는 것이 숙제다.

외부 환경도 하늘과 땅차이다. 지난해 파리협약 비준으로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 목표를 이행해야 한다. 미세먼지 저감 후속대책에 따라 노후 석탄발전소도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다. 온실가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발전설비 계획 조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원자력, 석탄발전을 배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초 계획했던 원자력, 석탄 발전소가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5~6차 계획에 반영된 200kw급 삼척 포스파워, 110kw급 당진에코파워는 인허가가 불투명하다. 당진 9,10호기(204kw)와 태안 9호기(105kw)는 준공했지만 송전선로 부족으로 제약발전에 들어갔다. 7차 계획에 반영된 총 880kw에 달하는 원전 6기도 지자체 반대에 부딪혀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원자력, 석탄 비중을 낮추고 신재생, 액화천연가스(LNG)발전 비중을 높여야한다는 안팎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상황은 반대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수요예측은 이번에도 난제다. 정부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2029년까지 전력수요 증가율을 연평균 2.2%로 잡았다. 하지만 2015년 전력소비는 전년 대비 1.3% 증가했고 지난해 1~2월은 전년동기대비 1.1% 늘어나는데 그쳤다. 조선·철강 등 전력다소비 업종 구조조정 등 전력소비의 구조적 변화로 수요정체가 발생해 예측은 더욱 쉽지 않아 보인다. 만약, 6~7차 기본계획에 반영된 대규모 발전설비가 일정대로 건설·가동되고, 현재와 같은 전력수요 둔화, 재생에너지 확대 등이 계속되면 예비율이 30%에 달할 수 있어 제8차 기본계획에 신규 반영설비는 ‘0’에 수렴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 제언은?

 

한국에너지공단은 최근 발행한 에너지이슈 리포트에서 수요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이 경제성장률 등 불확실한 인자를 대입해서 시뮬레이션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질 수요변화 추이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한전이 기준전망과 고수요, 저수요 등 다각도의 시나리오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 성패가 사실상 수요예측에 달렸다고 보고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자는 의미다.

지금까지 경제성 중심 전원믹스와 이에 따른 설비계획(MW) 위주로 이뤄진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탄소믹스와 이에 따른 발전량계획(MWh)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변동비반영(CBP) 시장 매커니즘은 발전원가가 저렴한 원자력과 석탄화력에 집중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발전량계획으로 전환해 전원별로 할당량을 부여하고 배출량이 높은 전원의 총 발전량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LNG발전, 신재생 등 친환경 전원 이용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불규칙한 재생에너지의 출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15년간 신규설비 계획이 없는 양수발전 등 비상전원 확충계획을 과거 대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 국민 함께 만드는 계획 나와야

 

환경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과 파리협약, 미세먼지 이슈를 감안하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재생, LNG발전 비중은 과거 대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경제성과 함께 안전과 환경요인을 고려한 계획 수립을 공언한 상태다.

계획대로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립된다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원자력과 석탄발전 대신 LNG와 신재생에너지로 발전원 중심축이 바뀌면 전기요금은 갑절 이상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15년 발전원별 정산단가는 원자력 62.69/kWh, 유연탄

70.99/kWh인 반면, LNG126.34/kWh, 신재생에너지는 이보다 더 높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요구가 거셌던 지난해 상황을 되돌아보면 친환경발전원 비중 증가로 전기요금이 대폭 오를 경우 국민들이 이를 오롯이 수용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전, 전력거래소 주도 과거 계획 수립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과의 소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전력 현실을 정확하게 알리고 국민수용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민 인식전환도 필요하다. 친환경발전원 비중 확대를 원한다면 그에 따른 비용 상승을 받아들이는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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