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훈(한국조세재정연구원)
수송용 에너지원 과세에만 집중된 현행 에너지세제
조세정책은 일상생활의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며 에너지를 공급하고 소비하는 방식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만약 일부 에너지원에만 세금을 부과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부과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에너지원 소비 방식을 결정할 때 세금이 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사람들의 선택을 조세정책이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표-1>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에너지 세제는 휘발유, 경유와 같은 수송용 에너지원에 대해서는 세금을 많이 부과하고, 나머지 에너지원에 대해서는 세금을 거의 부과하지 않고 있다. 수송용이 아닌 에너지원 중에서 어느 정도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는 천연가스와 발전용 유연탄이 있지만, 그나마도 수송용 에너지원과 세율을 비교한다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주요 발전 에너지원인 원자력에 세금을 거의 부과하지 않고 있는 것은, 다른 에너지원과의 과세형평성이나 일본 및 유럽 주요국의 원자력세 과세 사례를 고려한다고 했을 때 우리나라의 에너지세제에서 매우 특징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주요 발전 에너지원인 유연탄과 원자력에 과세하는 방안과 최종 소비 단계에서의 전기 소비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여,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 세제를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표1> 에너지 세목 및 세율(2015년 10월 기준)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구분 | 단위 | 관세 | 개별소비세 | 교통 에너지 환경세 | 교육세 | 주행세 | 부가 가치세 | |||
기본 | 할당 | 기본 | 탄력 | 기본 | 탄력 | |||||
휘발유 | ℓ | 3 | - | 475 | - | 475 | 529 | 79.35 | 137.54 | 10 |
경유 | ℓ | 3 | - | 340 | - | 340 | 375 | 56.25 | 97.50 | 10 |
부탄 | kg | 3 | 2 | 252 | 275 | - | - | 41.25 | - | 10 |
프로판 | kg | 3 | 2 | 20 | 14 | - | - | - | - | 10 |
LNG | kg | 3 | 2 | 60 | 42 | - | - | - | - | 10 |
등유 | ℓ | 3 | - | 90 | 63 | - | - | 9.45 | - | 10 |
중유 | ℓ | 3 | - | 17 | - | - | - | 2.55 | - | 10 |
부생유 | ℓ | 3 | - | 90 | 63 | - | - | 9.45 | - | 10 |
무연탄 | kg | 무세 | - | - | - | - | - | - | - | 면세 |
유연탄 | kg | 무세 | - | 241) | 222) | - | - | - | - | 10 |
전력 | kWh | - | - | - | - | - | - | - | - | 10 |
주: 1) 발전용 유연탄에 한하여 과세하며, 집단에너지사업자가 사용하는 유연탄 및 발전사업 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유연탄은 면세
2) 순발열량(순발열양, 연료의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증기가 흡수한 열을 제외한 발열량을 말한다)이 킬로그램당 5천킬로칼로리 미만인 물품: 킬로그램당 22원
발전 에너지원 과세를 통해 에너지세제 조정 필요
발전 부문에 과세하는 방안으로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전기 소비세’ 방식으로 최종 소비 단계에서 전기에 직접 과세하는 것이다. 둘째는 ‘발전 연료 과세’ 방식으로 발전 단계에서 에너지원(연료)에 과세하는 것이다.
먼저 전기 소비세 방식은 가격에 소비세가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시장의 가격 조정을 통해 전기 소비자(또는 전기 소비 산업 부문)의 에너지 소비 행태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시장의 가격 신호를 이용하여 소비자들이 효율적으로 에너지 소비 방식을 결정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발전 에너지원에 관계없이 최종 단계에서 일정한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발전과정에서 발전 사업자들이 발전 효율을 제고하도록 발전소를 운영할 유인이 주지 못하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한편 발전 연료 과세 방식은 발전 에너지원에 따라 세율을 차등적으로 설정하여, 효율이 높거나 사회적으로 사용을 장려할만한 에너지원에 대해 낮은 세율을 설정하여 소비를 장려하고, 그렇지 않은 에너지원에 대해서는 높은 세율을 설정하여 소비를 자제하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에너지원 과세가 최종 전기 소비 가격에 바로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시장 가격을 통해 소비자들의 에너지 사용 행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석탄화력은 전체 발전량의 약 40%를, 원자력은 약 30%를 담당하고, 발전 에너지원 중에서 이 둘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주요 발전 에너지원에 대한 과세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의 주요국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다수의 국가에서 전기소비세, 석탄세, 원자력세를 과세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수송용 에너지원 과세에 치우친 우리나라의 세제가 얼마나 국제적으로 특징적인 것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표2> 주요국 석탄세 및 전기소비세 과세 사례
국가 | 석탄세 | 전기 소비세 |
영국 | 탄소가격하한제 세율 44.264펜스/GJ | 기후변화세 세율 5.41파운드/MWh |
일본 | 석유석탄세 (발전용 석탄) 세율 1,140엔/톤 | 전원개발촉진세 세율 0.375엔/kWh |
이스라엘 | 발전용 석탄 세율 43.3세켈/톤 | 없음 |
프랑스 | 없음 | 산업용 19.64유로/MWh 가정용 28.51유로/MWh |
자료: 홍성훈ㆍ강성훈ㆍ허경선(2014), 『에너지세제 및 공공요금체계 조정의 경제적 효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OECD(2015), 『ENERGY PRICES AND TAXES』 European Commission (2015), 『Excise Duty Tables』 |
<표3> 주요국 원자력세 및 전기소비세 과세 사례
국가 | 원자력세 | 전기 소비세 |
독일 | 핵연료세 145 유로/g | 산업용 63.4유로/MWh 가정용 106.5유로/MWh |
일본 | 핵연료세(지방세, 현 단위) 핵연료가격의 12~14.5% | 전원개발촉진세 세율 0.375엔/kWh |
스웨덴 | 용량세(생산량이 아닌 설비용량) 12,648 크로나/MW (thermal) / month | 산업용 5크로나/ MWh 가정용 277크로나/MWh |
프랑스 | 발전시설세(원자력 50MW 이상) 2.913 유로/kW | 산업용 19.64유로/MWh 가정용 28.51유로/MWh |
자료: 홍성훈ㆍ강성훈ㆍ허경선(2014), 『에너지세제 및 공공요금체계 조정의 경제적 효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
발전에너지원 과세 방안
1) 발전부문에 과세하는 방법 1: 석탄세 도입
에너지원의 열량 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발전용 유연탄에 대한 세율을 설정하면 유연탄 킬로그램당 30원 또는 50원이 된다. 이에 따른 세수입 효과는 연간 약 2조 5천억 원 또는 4조 2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약 발전용 유연탄 과세로 증가하는 조세 수입을 다른 에너지원에 대한 세금을 경감하는데 사용하면 정부의 관점에서 세수입에 변화가 없도록 세제를 조정할 수 있다. 즉 발전용 유연탄 과세로 증가한 세수입을 다른 에너지원에 대한 세율을 하향 조정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2) 발전부문에 과세하는 방법 2: 원자력세 도입
원자력세를 도입하는데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발전 연료인 우라늄에 과세하는 방법, 둘째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에 과세하는 방법, 셋째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 일정 금액으로 과세하는 방법이다. 이 중 앞의 두 가지 방법을 검토한다.
먼저 우라늄에 과세하는 경우 우라늄의 수입단가에 일정 비율로 세금을 부과한다고 가정하자. 예를 들어, 2012년 평균 수입단가에 100%로 세금을 부과하면, 세율은 그램당 약 954원이고, 세수입은 약 7천1백억 원이 된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비용에서 연료인 우라늄 구입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로 작고, 원자력 발전은 다른 종류의 발전에 비해 비용이 낮은 기저 발전이라, 발전비용 상승이 전력 거래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라늄의 그램당 세율을 상당히 높게 설정한다고 하더라도, 전기 소매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한편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에 과세하는 경우 전력량 단위인 kWh 당으로 세율을 설정한다. 천연가스의 세율을 기준으로 천연가스 열량과 전기 열량을 비교하여 설정할 수 있는 세율은 kWh당 11원이다. 그러면 2012년 원자력 발전량을 기준으로 약 1조7천억 원의 세수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합리적인 세제 검토
2014년부터 일부 유연탄에 대해 과세하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에너지세제는 수송용 에너지원에 대한 과세를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특히 발전용 에너지원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아 왔는데, 아마도 산업 부문에 전기를 싸게 공급하고자 하는 정책 목표가 그렇게 에너지세제를 운영해 오는데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정책 방향을 다시 검토하고 우리나라의 에너지 세제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더 폭넓게 사회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러한 논의에 있어, 수송용 에너지원에 대한 과세를 전반적인 에너지원에 대한 과세로 확대하고, 부문별 에너지원별로 집중된 세율 체계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아마도 에너지세제를 조정하는데 있어 거시경제정책적인 관점에서 가장 크게 우려할 만한 사항은 에너지세제 조정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일 것이다. 저자의 계산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발전 에너지원 과세 방안에 따른 물가 상승 효과가 연간 0.15~0.18%p 정도로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에너지세제 조정에 따른 세부담 변화는 산업 부문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변화도 고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