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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우문현답’식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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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우문현답’식 평가

조영탁(한밭대학교 경제학과)

전력수급 현장의 문제들
많은 논란을 거듭한 끝에 최근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7차 계획)이 확정되었다. 모든 평가가 그러하듯이 7차 계획 평가 역시 그 기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잣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7차 계획이 전력수급의 현실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의 한글판 패러디인 ‘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우리 전력계획의 문제도 현장에 답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전력수급 현장의 어떤 문제가 기준이 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의 핫이슈가 되었던 ‘수급 대란’과 ‘송전망 갈등’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 전력수급 대란은 저렴한 전력요금으로 인한 전력수요 급증 때문이며, 송전망 갈등은 원전과 석탄발전의 장거리 송전망이 유발하는 지역주민의 정신적·경제적 피해 때문이라는 진단에도 아무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원전 및 석탄발전에 대한 세제 혜택과 정책 지원을 통해 발전단가를 사실상 보조하였고, 원전과 석탄발전에 따른 송전망이 유발하는 지역주민의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제대로 보상하지 않았다. 이러한 정부 지원과 지역주민 희생으로 우리나라의 전력요금은 오랜 기간 주요 OECD국가의 거의 반값 수준을 유지하였다. 그것이 전력수요의 급증을 유발하고 이를 다시 원전 및 석탄발전 그리고 송전망 건설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송전망 갈등이 심화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최근 수년간 경험한 현실, 즉 수급 대란과 송전망 갈등은 이러한 과거의 패러다임이 이제 한계에 직면하였음을 의미한다. 이번 7차 계획도 이러한 현실을 의식하여 계획의 최우선 목표를 ‘수급 안정’에 두고 이를 위해 수요측면에서 에너지신산업에 기초한 ‘수요 관리’, 공급측면에서 송전망 건설을 회피하는 수요지 인근의 ‘분산형 전원확대’(가스 및 신재생발전 등)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뒷맛이 그리 개운치가 않다.

수급대란과 송전망 갈등
먼저, 수요관리의 경우 전력수요 급증을 유발한 전력요금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수요절약은 모든 수급계획의 단골메뉴였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가 없었다는 것 역시 사후평가의 단골내용이었다. 이는 그 동안의 수요관리가 요금제도의 개선 없이 관성적인 절약기기 보급이라는 설비·기술적 접근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다. 주요 OECD국가의 거의 반값수준인 킬로와트시당 백 원짜리 전력요금으로 소비자들의 전기 절약을 유도하고 관련기기의 보급 및 산업화를 유도하겠다는 것 차제가 너무 안이한 발상은 아니었을까?
한편, 분산형 설비확대의 경우 원론적인 확대선언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 분산형 설비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지역간 전력요금 차등과 함께 분산형 발전설비와 원격지 발전설비 간의 공정경쟁 및 평가가 전제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후자에 대한 우대와 지원이 축소되어야 한다. 하지만 7차 계획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7차 계획의 분산형 설비확대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7차 계획은 분산형 설비보급을 표방하면서도 원전 투입을 지속하고 있다. 지금도 원전과 석탄발전의 높은 비중으로 인해 분산형 전원의 시장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고 해당 사업자들이 적자를 호소하고 있다. 설상가상 원전과 석탄발전의 비중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7차 계획처럼 원전을 계속 추가하면 분산형 전원확대는 거의 불가능하다.
둘째, 송전망 건설 및 갈등 문제다. 이와 관련해서 7차 계획이 바람직한 조치를 일부 담고 있기는 하다. 지난 6차 계획에서 무리하게 추진했던 석탄설비의 일부를 송전망 문제와 온실가스 감축을 이유로 취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7차 계획은 그 대신 원전을 추가로 투입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도모한다는 것이 원전 추가의 이유다. 전력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은 우리가 반드시 달성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원전 확대가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또한 100년짜리 환경문제(온실가스 감축)를 해결하기 위해 10만년짜리 환경문제(원전 확대로 인한 방사성 폐기물 배출)를 유발하는 것이 올바른 셈법인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송전망 문제로 석탄설비를 취소하면서 송전망 건설을 유발하는 원전을 추가하는 것은 7차 계획의 가장 난해한 대목이다.
7차 계획의 원전 추가는 최우선목표인 수급안정 측면에서도 문제다.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전력수급의 가장 큰 위협요인은 송전망이다. 일례로 충남지역의 경우 조만간 준공될 석탄발전소가 송전망 문제로 인해 사실상 장기간 무용지물이 되었다. 2020년대 초에 완공될 동해안 지역의 원전도 그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할 송전망이 2021년까지 건설되지 않으면 정상가동이 어렵다. 현재 해당지역의 입지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 앞으로 6년 안에 완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7차 계획처럼 원전 및 송전망을 새롭게 추가하면 수급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전력수급의 패러다임도 변화의 기로
이상에서와 같이 7차 계획은 수급 대란과 송전망 갈등이란 올바른 문제설정에도 불구하고 그 해답은 현실에 어긋나는 ‘현문우답(賢問愚答)’의 계획에 가깝다. 그렇다면 현실에 기초한 7차 계획의 올바른 방향, 즉 한글판 ‘우문현답’은 무엇일까? 그 정답은 수요의 측면에서 전력요금 개선을 통해 수요관리에 치중하고, 공급의 측면에서는 원전의 추가 투입을 유보하고 송전망 건설이 필요 없는 저탄소 분산형 설비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는 고위험(원전), 고탄소(석탄발전), 고갈등(송전망)의 전력체제를 점차 분산형 설비에 기초한 저위험, 저탄소, 저갈등의 전력체제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21세기 세계적인 추세에도 부응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7차 계획은 우리 현실과 세계 추세와 정반대의 방향, 즉 원전 및 송전망 확대가 유발한 문제를 다시 원전 및 송전망 확대로 대응하는 과거의 패러다임을 답습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방향은 현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 경제’에 부합하는 것 같지도 않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의 사고방식이 유발한 문제는 그것을 초래한 사고방식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경구는 학문 세계를 떠나 현실 문제에서도 여러모로 곱씹어 볼 만하다. 우리가 피부로 체험하고 있는 바와 같이 한국경제는 물론 전력수급의 패러다임도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전력수급의 현실 속에서 정답을 찾아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할 것인가? 아니면 이미 현실의 벽에 부딪힌 과거의 패러다임을 계속 답습할 것인가? 이에 대한 ‘현답’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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