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시장의 구조변화와 시사점
조 철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
□ 150만대 수준의 내수와 보유대수의 증가세 지속
과거 우리나라는 국내 자동차제작사들의 판매를 자동차 내수시장 규모로 사용해 왔었다. 이는 자동차수입규모가 미미하여 고려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들은 대체적으로 내수를 자동차신차등록 대수를 사용한다. 최근 수입차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한국의 내수규모도 신차등록대수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작년 국내 자동차 내수는 154만대로서 지난 4년간 150만대를 상회하고 있다. 2002년 160만대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그 이후 120만대 수준까지 감소했다가 2010년부터 150만대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올해는 상반기 중 작년 대비 5.5%가 늘어나 이러한 추세라면 160만대를 돌파할 것이다.
한국 자동차내수는 1990년대 후반부터 성숙시장으로 접어들어 교체수요가 신규수요를 상회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신규수요가 40~50만대에 달해 해마다 자동차보유대수는 늘고 있다. 올해 8월말 현재 자동차보유대수는 1,990만대로서 작년 말 1,940만대에 비해서도 50만대가 신규로 더 늘어났다. 아직 우리나라의 인구 천명당 자동차보유대수는 390대이고, 가구당 보유대수는 0.96대로서 세대당 1대 꼴이 되지 않는다. 특히 승용차보유대수는 1,554만대로서 평균 가구당 1차량 이상 보유한다고 보면 아직 자동차보유대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들어 복수차량 보유가구가 늘어나고, 세대 당 인구수도 줄고 있어 자동차의 보유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수입차와 경유 차량 비중의 큰 폭 증가
수입차의 증가와 더불어 우리나라 자동차 수요구조도 크게 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전체 자동차 내수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렇지만 최근 수입차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전체 자동차판매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에 이미 10%를 넘어섰고, 올해는 상반기에 12.4%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수입차의 대부분이 경유승용차를 중심으로 한 유럽차들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입차 판매의 81.1%가 유럽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차 중에서도 대부분이 독일차로 전체 수입차에서 독일차 비중은 71.1%에 달하고 있다.
수입 경유 차량의 증가와 더불어 국내 자동차생산업체들의 경유자동차 출시 확대로 인해 전체적으로 경유 차량의 판매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기존의 SUV뿐만 아니라 세단형 승용차에서도 경유차 모델이 출시되고 있다. 중소형 세단뿐만 아니라 그랜저와 같은 대형세단에도 디젤엔진이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휘발유 차량의 판매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친환경차량으로 하이브리드자동차 및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기는 하지만 여전히 판매대수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리드자동차는 2012년 3만 4천대까지 늘어나긴 했지만 2013년 2만 8천대로 줄었고, 비교적 빠르게 늘고 있기는 하지만 올해 전체로도 2012년 수준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자동차는 빠른 속도로 판매가 늘어 올해 전체로 1천대를 약간 넘어서겠지만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전기자동차는 한번 충전시 주행거리나 충전시간 등 기술적인 문제와 더불어 가격 등에 있어 일반 보급에 아직 한계가 있어 당분간 판매가 의미 있는 수치를 기록할 가능성은 크게 높지 않다. 반면 하이브리드자동차는 다양한 모델이 출시되고 있어 지속적으로 판매가 증가할 것이다.
□ 미래 차량수요구조의 변화 전망과 시사점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향후 에너지를 덜 소모하는 자동차의 소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자동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뿐만 아니라 자동차 CO2 배출규제도 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은 2020년까지 CO2 배출을 97g/km까지 규제할 예정으로 있는데, 2021년까지 95g/km로 설정한 유로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이다. 이에 따라 업체차원에서도 연비가 높은 소형클린디젤이나 하이브리드차량을 지속적으로 출시하여 정부의 규제요구에 부응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연료소비구조도 크게 변화할 것이다. 현재도 경유 차량의 판매증가로 휘발유 수요는 위축되고 있다. 특히 경유 차량의 구매자가 대부분 장거리 운행자인 것으로 나타나 휘발유차량의 경유 차량 대체로 인해 나타나는 연료구조의 변화는 더 심할 것으로 판단된다.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자동차의 보유대수 증가가 미미한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기자동차와 같이 완전히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자동차가 일반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향후 이러한 속도가 빨라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