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적 관점의 에너지원별 가격 및 세제 정책 절실
김승래(한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에너지 가격 및 조세체계 조정으로 수요관리 필요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인 유류보다 2차 에너지인 전력의 가격이 더 낮아지는 역전 현상으로 국가경제의 에너지소비 비효율성이 심화되고 경제전반의 전기화(electrification)가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국가적 에너지믹스 조절 실패의 주요 원인은 현행 에너지 가격 및 세금 체계의 왜곡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개별 에너지원별 개편이 아닌 전체 에너지 산업을 대상으로 관련 세제, 부담금 및 요금제도의 구조 개선과 효과적 운용이 요구된다. 또한 이러한 통합적 관점에서의 현행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구조 조정의 구체적 크기는 에너지원별 정책 변화가 전체 에너지 믹스, 국가경제적 효율성, 사회적 형평성 및 외부성 교정 목표 등에 미치는 효과를 모두 함께 고려하여 과학적인 방법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최근 박근혜 정부는 복지지출 증가 등 재정위험요인 대응을 위해 세입기반을 확충하고 중장기적으로 에너지세제개편 등을 통해 외부불경제(external diseconomy) 교정을 추진할 계획을 발표하였다(기획재정부, 2013 세제개편안). 그러나 우리나라 에너지세제는 그동안 수송용 유류 위주로 과세되어 에너지원별 조세중립성을 저해하여 왔다. 현행 에너지세제를 살펴보면 석유, 가스 등 유류에는 개별소비세 및 다양한 부과금이 부과되고 있는 반면, 석탄은 비과세이며 전기에는 부가가치세와 전력산업기반기금만 부과되어 제반 사회적 비용이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 향후 전기과세는 발전용 연료에 우선 과세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으나 현행 전기요금 결정구조로는 소비자가격으로의 전가에 한계가 있으므로, 전기 자체의 소비절약과 석유· 도시가스 등 기타 연료와의 과세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전력부문의 각종 외부불경제 효과(환경성, 안전성, 사회갈등비용)를 반영하여 전기소비에 대하여 직접과세(개별소비세)하는 방안도 현실적으로 함께 강구할 수 있다.
최근 탄소세법 발의, 기후정의세 논의,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등 정부·국회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각종 에너지세제 개편에서 세율체계 및 과세대상 범위에 따른 시나리오별 정책 성과의 실효성을 제고함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동일 규모의 통합에너지세수당 경제적 효율성, 사회적 형평성, 환경성 등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비교하여 정부정책을 국가적 차원에서 비용효과적(cost-effective)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최근 관련 연구에 따르면 향후 우리나라의 에너지세제 개편방향은 현행 비과세인 석탄 또는 전기로 과세대상을 더욱 확대하여 에너지세제의 환경세적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방안은 탄소배출 저감이나 에너지부문의 각종 외부불경제 축소를 위하여 사회적 비용을 시장기구를 활용하여 원인자에게 부담시키는 환경세적 기본취지에 적합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하여 국가 전반적으로 경제적 비용효과성 측면에서 약 5∼6배 정도 우월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현행 에너지세제 체계 하에서 세율인상 보다는 오히려 과세대상 확대 조정(과세형평성 강화)에 의하여 본연의 정책목표 달성 대비 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정치적․사회적 수용성을 제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에너지부문의 과세대상 확대 조정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되, 난방용․ 산업용 부문에서 과도한 전기화를 방지하고 에너지원간 왜곡을 근본적으로 완화(에너지원간 상대가격 정상화)시키기 위하여 세금 이외에도 용도별 전기요금 인상(현실화)이 세제개편과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통합에너지세제 관련 재정운용의 기본 방향과 원칙은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이후에 후속으로 진행될 세부 에너지원별 하위 계획의 수립에도 일관성 있게 꾸준히 적용되어 나가야 할 것이다.
에너지 재정체계의 효율화 필요
2015년 이후 교통에너지환경세 만료에 대비하여 수송부문의 에너지 개별소비세 운용은 교통혼잡비용과 환경피해비용을 감안하여 교통부문사업과 환경․에너지사업 등으로 각각의 사회적비용의 크기에 맞추어 적정하게 나누어 세수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통부문사업의 경우는 현행의 교통시설 이용료의 비중이 미흡하므로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교통시설 이용료를 현실화하고 원인자부담원칙에 따라 도심 및 유료도로 혼잡통행료(녹색통행료)를 도입․강화하는 방식으로 교통시설투자 재원의 추가조달을 모색할 수 있다. 또한 정부의 세출부문에서 에너지자원 및 전력부문의 사업내 조정을 통한 재정체계 효율화를 위하여 사업내용이 에너지특별회계나 전력산업기반기금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거나 공익적 기능이 부족한 경우에는 사업의 축소 또는 폐지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에너지분야 세출부문의 공적재원 적정배분 모형의 개발을 통하여 에너지특별회계와 전력산업기반기금의 통합적 관점에서 사업별 지출효율화와 유사․중복사업 조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만료되는 2015년말까지 홍보사업, 전력수요관리사업 효율화, 신재생에너지 사업내 구조조정 등 세출부문 재정운용의 개선을 추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내 특별회계 및 기금의 세출효율화를 위한 통합 재정운용체계 구축, 협의체 및 전담기구 구성 등 행정체계의 정비도 함께 병행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현행 전력기금부담금은 폐지하여 일부는 전기요금 현실화로 반영하고 나머지는 전기에 대한 개별소비세화로 나누어 흡수해 나갈 수 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석유류, 가스, 전력 등에 부과되는 일부 부담금들이 개별소비세로 전환된다면 이에 대한 부가세(surtax) 형태로 에너지나 전력사업의 공적재원 조달을 위한 목적세입화(earmarking)를 고려할 수도 있다. 특히 유연탄 및 전기에 대한 개별소비세 과세대상 확대 또는 탄소세 신설 등 신규 세입의 발굴에 따라 추가적으로 확보되는 재원은 에너지․환경사업, 에너지효율향상이나 에너지복지 등에 우선적으로 활용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에너지취약계층 복지 강화 필요
마지막으로 친환경적 에너지세제 강화에 따른 소득계층간 다소 역진적 성격을 감안하여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각종 재정 및 세제 지원의 확대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취약계층의 서민연료 지원 강화, 에너지 바우처제도, 에너지설비 지원, 생계형 사업자 유가 보조금, 기타 에너지 복지프로그램 등 직접적 재정지원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등유, 프로판 등은 저소득층 및 영세업자가 주로 이용하는 연료라는 특성을 감안하여 세율인상 시 일부 세제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행 수송용 에너지 대비 낮은 비수송용 에너지에 대한 상대적 세율 강화는 꾸준히 추진해 나가되, 현실적으로 산업용 유류, 원료용 유연탄 등은 국제적 산업경쟁력을 감안하여 다소 점진적인 조정이 요구될 수 있다.
에너지바우처 등 에너지복지 강화는 일반회계 또는 에너지특별회계를 통하여 재원조달하거나, 특히 탄소세, 유연탄의 개별소비세 및 수입부과금 신설 등으로 새로운 추가 재원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방식의 에너지복지 강화는 기존의 유류세에 편중된 과세체계를 에너지원별 외부비용에 따라 재조정하는 통합적 관점에서 적합하며 에너지과세 불형평성을 낮추고 동시에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는 방법으로서 정책적 활용도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