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대책(연비규제)과 자동차 산업 발전 방향
연세대학교 전광민 교수
지구온난화에 인간의 경제활동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그 중에서도 이산화탄소가 기여하는 바가 커서 이에 대한 다양한 저감대책이 전 세계적으로 마련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정책입안자들을 위한 요약보고서를 발행하였는데 인간의 경제활동에 의해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지구의 온도를 증가시키는데 결정적 역할(95%이상 확신)을 한다고 보고하였다. 한국은 2020년에 BAU(Business As Usual 즉 다른 저감대책이 없을 때의 배출량전망)대비 3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고 수송부문에서는 이 부담이 34%로 더 크게 책정되어 있다.
이미 유럽에서는 2020년에 자동차 평균 CO2 배출을 95g/km로 감소시키려 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독일에서 반대하여 실현할 수 있을 지는 확실하지 않다. 독일의 Benz, BMW, Audi등 고급차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이 규제가 실현되면 벌금을 물지 않을 수 없어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다. 반면 피아트나 푸조 같이 소형차를 주로 생산하는 업체들은 지지하고 있다.
CO2와 함께 규제하려는 것이 연비인데, 같은 연료를 사용하는 경우 CO2배출을 줄인다는 것은 바로 연비를 개선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고, 연료가 다른 경우에는 연료를 구성하는 탄소와 수소의 비에 따라 같은 연비라도 탄소비가 작은 연료를 사용하는 경우 CO2배출이 줄어든다. 연비란 연료 1ℓ로 주행 가능한 거리(km)를 말하는 것으로, 소비자가 체험하는 것은 실도로 주행에서 발생하는 연비이나 공식적인 연비는 공인연비로서 국가에서 규정한 방식에 따라 공인시험 기관에서 측정한 자동차의 연료소비효율이다. 차량에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라벨에 공인연비가 표시되어 있는데 실제 도로주행시의 연비와 많이 차이가 나서 운전자의 불평을 야기하기도 한다.
공인연비는 정해진 방식으로 차량을 섀시 다이나모라는 장치에서 시험해서 얻은 연비이다. 이 방식을 모드라고 부르는데 크게 미국ㆍ유럽ㆍ일본식으로 나눌 수 있다. 각 모드마다 차량의 가속과 감속과 주행시간이 다르고 평균속도 및 최고 속도가 다르며 결과적으로 동일차량의 연비도 달라진다. 국내에서도 최근 연비계산방식을 수정하여 실제 도로주행연비에 가까운 연비를 표시하도록 하였다. 미국의 5-사이클 모드를 도입한 것인데 5가지 다른 주행시험을 하여 평균을 낸 것이다. 5가지 주행시험은 시내주행, 고속도로주행, 고속 및 급가속 주행, 에어컨을 킨 상태 주행, 저온에서의 주행 등을 의미한다. 이 방식을 쓰면 실제의 주행에 가까워 질 수 있으니 소비자 불만을 줄일 수 있다.
그럼 한국에서는 어느 정도의 연비나 CO2 규제가 적정할 것인가? 유럽과 유사하게 강한 규제로 나갈 것인지 아니면 국내 자동차업체와 소비자 취향을 고려하여 적절한 값을 선택할 것인가? 이미 환경부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산업부와 의논하여 기본안을 만들어 발표시점을 앞두고 있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구체적인 목표값을 제시하기보다 현재 한국의 상황과 미래 한국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하려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현재의 연비와 CO2배출로 볼 때 2020년에 갑자기 유럽과 유사하게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내의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가솔린차, 대형차를 좋아하고 거의 자동변속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럽보다 연비나 CO2면에서 훨씬 불리하다. 에너지관리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신고된 차량의 연비순위에서 토요타의 PRIUS만이 복합연비 21km/ℓ, CO2 77g/km를 구현하였을 뿐 연비 2위에 해당하는 BMW Efficient Dynamic 320d가 연비 19.7km/ℓ, CO2 96g/km 정도이며 연비 3위의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 1.4 수동 디젤이 연비 19km/ℓ, CO2 100g/km을 달성하였을 뿐이다.
이 세 차종을 보면 하나는 하이브리드 차량이고 나머지 둘은 디젤 차량임을 알 수 있다. 4위부터 10위까지도 BMW나 푸조의 디젤이거나 포드,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차량이고 11위의 가솔린을 사용하는 경형차량인 스파크 CVT의 연비가 15.3km/ℓ, CO2 111g/km에 그치고 있다. 수입차들의 연비가 상대적으로 좋은데 그 이유는 무엇이며 과연 연비를 개선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연비가 좋은 차량이 되려면 차의 무게가 가볍고 엔진과 트랜스미션의 효율이 좋고 기타 손실이 작아야 한다. 가벼운 차는 크기가 작고 가벼운 재료인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복합재를 많이 사용한 차량이다. 엔진은 가솔린엔진보다 디젤엔진이 연소특성상 효율이 20-30% 좋다. 트랜스미션은 수동변속기 차량이 효율이 높고 자동변속기는 단이 많은 것이 효율이 좋다. 가감속 중에 연료소비를 줄이고 주행 중에 효율이 높은 구간에서 엔진이 많이 작동하도록 제어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손실을 줄이려면 아이들에서 엔진을 멈추었다 출발할 때 다시 시동을 거는 방법이 있고(stop&go) 브레이크를 밟을 때 바퀴의 회전운동에너지로부터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이 있다(브레이크 에너지 재생).
수입차들의 연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디젤차가 많고 또 위의 연비개선 기술들을 더 적극적으로 적용해서 일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결과를 보면 국내 개발차량들의 연비를 더 개선해야 함을 알 수 있다. 국내개발차량에 연비저감기술적용이 늦어지는 이유가 기술개발의 어려움만이 아니라 가격증가라는 요인을 무시할 수 없어서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국내 업체들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연비를 개선하기 위해 한층 노력해서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여줘야 한다.
그 외에도 트럭이나 버스와 같은 상용차의 연비를 개선하고 CO2를 저감할 필요가 있다. 비록 숫자는 작지만 워낙 주행거리가 길고 연료 사용량이 많고 연비는 나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차종이 매우 다양하여 각각의 차종에 대해 목표치를 만들고 규제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각 차종에 대해 일부 시험과 일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병행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연비나 CO2배출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므로 저감 대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규제는 한 편으로는 자동차업체에 부담을 주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배출가스규제를 통해 자동차업체들의 배기저감기술을 개발하도록 한 것이 좋은 예이다. 이제는 연비규제 또는 CO2규제가 그 역할을 할 시기이다. 그러나 국내의 여건을 무시할 수 없다. 시간을 두고 점차적으로 규제를 강화해 나가고 소비자들의 선호를 바꾸어야 한다. 국내업체 중에 소형차를 생산하지 않는 업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며 주로 대형승용차를 수입하는 업체들의 불만도 외교적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방책이 필요하다.
정리하면, 정부의 자동차 연비와 CO2 배출 규제가 자동차업체와 소비자에게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도 강화하고 국가의 에너지소비와 CO2배출을 감소할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