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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시론] ''거위의 깃털론''과 에너지 세제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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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의 깃털론과 에너지 세제개편

조 영 탁(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국민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세금을 더 거둔다는 콜베르의 거위의 깃털론인용으로 엄청난 후폭풍을 맞았던 증세론이 지난 국정감사 기간에 또 다시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여야 간에 날선 공방이 오갔지만, 사실상의 증세를 에두르는 여당이나 이를 불공정한 증세라고 공격하는 야당이나 증세 없이 복지 없다는 경제학의 기본원칙에는 내심 동의하고 있을 것이다.

굳이 경제학 이론을 들먹일 필요 없이 GDP에서 조세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인 조세부담률이 우리나라가 OECD 평균보다 낮다는 현실을 보더라도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이왕이면 콜베르가 거위의 깃털보다 천사의 깃털로 표현했더라면 국민을 거위취급하느냐는 다소 억울한 비판은 면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거센 후폭풍 자체를 비껴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증세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거센 것은 복지 증세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두 가지 심정, 즉 현재의 세금부담이 공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로 세금을 더 내야한다는 불만’, 그리고 설령 세금을 더 낸다고 그것이 피부에 와 닿는 복지로 되돌아 올 것인가에 대한 불신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이전 정부가 부자 감세로 논란을 유발하였고, 줄어든 세금마저 논란이 많은 토목사업에 쏟아 부었다는 것이 이러한 불만과 불신을 더욱 자극했을 것이다.

증세 논란이 주로 소득세나 법인세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또 다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 바로 에너지 세제일 것이다. 현재 휘발유와 경유 등 수송용 유류에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연간 13조로 단일 세금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다음으로 액수가 크고, 여기에 가스와 등유 등 난방용 유류에 부과되는 개별 소비세 등을 합하면 전체 세수에서 에너지 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소득세와 법인세에 이어 다음 깃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정부는 원자력과 유연탄에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또 에너지 부문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세 도입과 같은 또 다른 증세 요인도 있다. 둘 다 필요하고 바람직하지만, 이 역시 에너지 세제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을 해소하지 않으면 또 다른 증세 논란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에너지세제와 관련된 불만부터 살펴보자. 첫째, 에너지 세수와 여타 세수간의 공정성 문제다. 우리나라가 여타 OECD국가에 비해 조세 부담율은 낮지만 GDP에서 에너지세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높은 편이다. 즉 에너지 세수가 재정에 기여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얘기다. 물론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높은 에너지 과세를 통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재정 수입을 확보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득세나 법인세 등 다른 세수의 증대 없이 에너지 세수의 증대만 이루어진다면 이에 대한 논란과 저항은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소득세와 법인세와 달리 에너지 세제는 과세부담의 역진성이 강한 조세이다.

둘째, 에너지세수 내부의 공정성 문제다. 정부는 발전용 연료인 원자력과 유연탄에 대해서 오랜 기간 면세 특혜를 부여했다. 이로 인해 낮아진 전기요금 혜택은 대부분 원자력이나 유연탄 발전과 연관성이 높은 산업체 전기수요 특히 대기업에게 많이 돌아갔다. 이는 동일한 과세 대상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조세의 기본원칙에 어긋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수 십 년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을 부담해온 일반 국민들의 불만을 유발하고 있다. 만시지탄의 느낌은 있지만 최근 정부가 원자력과 유연탄의 과세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이로 인한 과도한 에너지 세수 부담을 경감하고 증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최근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민관합동작업반의 권고안처럼 원자력 및 유연탄 과세와 함께 난방용 유류세 인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유류세 인하는 전력대란을 유발하는 유류 소비의 전력쏠림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한편, 휘발유, 경유, LPG, CNG(압축천연가스) 등 수송용 에너지에 부과되는 세제 역시 논란거리다. 수송용 세제의 경우 과거에 2차례에 걸쳐 대기오염 및 교통혼잡 등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여 세제 기준을 개편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수송용 에너지의 품질 개선과 해당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기술의 진전 등으로 인해 현재의 과세기준 자체가 그 동안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최근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는 친환경자동차에 대한 지원, 특히 특정 차량과 해당 에너지에 대한 편중지원 역시 공정성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수송용 세제부과는 해당 연료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수송용 과세 기준은 연료간의 부담 공정성 문제를 넘어서 국내 자동차 산업이나 수송용 연료의 수급 안정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차제에 수송용 세수의 과세 기준을 새롭게 산정하여 수송용 연료간의 세수부담 형평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세제에 대한 국민의 불신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현재 에너지 세수가 재정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지만 정작 세수는 목적세라는 이름하에 대부분 도로건설에 사용했다. 고도성장기에 필요한 도로를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입각하여 수송용 유류세로 충당한 것 자체가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 하지만 이제는 선심성 선거공약과 토목업자 이해에 좌우되는 도로 건설보다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에너지절약 사업이나 에너지복지 사업의 지출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고유가로 인해 에너지 빈곤가구가 전체 가구의 10%에 근접할 정도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에너지복지에 대한 지원 체계와 재원 부족으로 에너지 빈곤층의 냉난방 등 주거 여건이 매우 열악해지고 있다. 이제 정부는 에너지세수로 뽑은 거위의 깃털로 도로를 건설하기보다 에너지 빈곤층에게 에너지 복지라는 따뜻한 다운 자켓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특히 동절기에 몸과 마음이 모두 추운 120만 에너지 빈곤가구에 연간 난방비 20만원을 지급하는 데 드는 돈은 말썽 많은 도로 건설을 매년 10km 정도만 줄이면 충분하다. 국민들은 뽑힌 자신의 깃털이 따뜻한 다운 자켓으로 자신에게 되돌아 올 때 피부에 와 닿는 복지를 실감하고 현재의 세제 그리고 앞으로의 증세에 대한 불신의 시선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논의에 비추어 볼 때 당분간 에너지 세제는 가능한 세수 중립의 차원에서 원자력 및 유연탄 과세와 그에 상응하는 유류세 인하 그리고 수송용 과세기준의 재산정이 바람직한 방향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정부가 공정하게 깃털을 뽑고, 그 깃털을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복지로 되돌려 줄 때 복지 증세를 둘러싼 국민들의 불만과 불신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깃털을 뽑는 올바른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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