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협회보] 의정칼럼
에너지 복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과제
국회의원 박 완 주
덥다. 이상기온의 영향인지 한해한해 갈수록 더 더워지고 있는 것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전력수급경보가 발의되기도 하고, 벌써부터 8월 전력피크 타임 걱정에 전력당국이나 산업위 소관 국회의원들 또한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짜내고 있다.
이렇게 날씨가 더워지면 의례히 가장 걱정되는 것이 선풍기나 에어콘을 살 돈이 없고, 낼 전기요금이 없는 에너지복지 저소득층이다. 또 날씨가 추워지면 난방요금이 없어 추위에 목숨을 잃는 가난한 사람들의 소식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바야흐로 현대사회가 에너지사회에 접어들면서, 조명이 없는 곳에서 전기가 없는 곳에서 난방과 냉방이 안되는 곳에서 생활하는 것은 점점 요원해지고 있다. 취사와 냉난방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에너지’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선택적 재화가 아니라 국민생활의 필수공공재가 되어가고 있다. 즉 에너지는 인간다운 생활 보장에 필요한 기본권으로서 헌법상 보장되는 국민의 권리인 것이다.
그러나 고유가로 인해 에너지요금이 올라가고, 도시가스 미공급지역 등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의 에너지접근권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이고, 이로 인해 보편적 복지서비스로서의 에너지정책의 필요성을 대두시키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08∼2030)에서 “소득의 10% 이상을 광열비로 지출하는 가구”를 에너지빈곤층으로 정의하고 120만 가구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에너지빈곤 해결을 위한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실태조사를 한 차례도 실시한 적이 없다. 따라서 정부가 보고하고 있는 ‘에너지빈곤층 120만 가구’라는 수치는 기초생활보장대상자 및 차상위계층 등 광열비가 소득의 10%를 넘는 가구가 그 정도 될 것이라는 추정적 수치일 뿐이다. 따라서 에너지복지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에너지 활용현황에 대한 실태조사 및 에너지빈곤층을 도출하기 위한 설문 및 방문조사가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저소득층 난방의 주에너지원인 등유 및 프로틴가스는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 소요
빈곤조사가 안되어 있는 상황에서 통계청에서 발표한 가구별 소득에 따른 연료비 지출현황을 살펴보면, 월소득이 낮을수록 연료비가 전체소득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월소득 100만원 미만의 가구는 연료비로 자기소득의 12.5%를 지출하지만, 100만원대 소득을 가진 가구는 6.1%를 자기소득에서 연료비로 지출한다. 반면 500만원 이상 버는 가구는 연료비로 2.2%를 지출하고 있고, 월소득 600만원 이상되는 가구는 소득의 1.6%만을 연료비로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월소득 100만원 미만의 가구가 평균적으로 7만7천원을 연료비에 지출하지만, 월소득 600만원 이상의 가구가 평균지출하는 연료비는 13만 3천원에 불과했다. 즉 평균소득 차이를 봤을 때 12.9배나 차이나지만, 연료비 차이는 고작 1.7배에 불과한 것이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있지만(연료비 지출금액이 높음), 에너지 지출비용의 차이가 소득차이에 비해 그렇게 크지 않고, 따라서 에너지는 필수공공재로서 기본적인 소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때문에 반드시 에너지복지정책을 통해 저소득층의 에너지비용 절감이 필수적이라는 반증이 된다.
거기에 저소득층 난방의 주 에너지원이 도시가스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요구되는 등유 및 프로판가스로, 에너지 부담 비중이 줄어들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빈곤 극복, 에너지 복지지원정책의 필요성은 인정된다. 이러한 에너지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더불어 진정한 에너지효율화 정책을 통한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의 기저를 공고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에너지복지의 필요성은 대두되고 있지만, 에너지복지가 무엇인지, 에너지빈곤층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는 우리나라 정책체계 안에서 존재하고 있지 않다. 그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통합급여 내 ‘광열비’의 항목으로 존재하고 있어, 기초생활 수급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차상위계층 등은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소득층의 어려운 에너지상황을 개선하고자 정부와 에너지 공기업, 일부 민간기업들이 시혜적 차원에서 산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에너지복지 지원사업들을 한 데에 묶어내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전체가 에너지 사각지대에 존재해 어렵게 살아가지 않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모든 정책은 사후적으로 문제해결을 하려는 것보다 사전예방적으로 불평등을 차단하고 문제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복지 정책도 마찬가지다. 에너지빈곤이 발생한 다음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사후적인 정책보다 에너지빈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복지정책들은 정부차원의 정책 및 공기업 등을 통한 지원시책들이 모두 사후지원적 성격을 가지고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지만, 근본적으로 에너지빈곤과 에너지불평등을 차단할 수 있는 예방적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도시가스 확대보급과 같은 저소득층의 에너지접근권 보장 및 노후 주택의 단열개선사업 등을 통해 건물효율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런 사전예방적 조치를 담은,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입법체계 마련이 멀지 않은 시기 내에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복지에 대한 명시와 예산 및 실행의 세부적 내용이 포함된 에너지복지법의 신선을 검토해야
기존 에너지복지 관련 사업 및 정책과의 관계를 법 안에 잘 담아내고, 에너지복지에 대한 명시와 예산 및 실행의 세부적 내용이 포함된 에너지복지법의 신설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각각의 기관이나 한 부처가 담당하는 에너지지원정책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기관이 함께 기후변화대응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유기적으로 연계해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주택에너지 효율화사업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라는 노동정책 및 자활정책과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유기적 결합은 더 효율적인 혜택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에너지복지 정책을 시행하고 난 다음의 사후모니터링을 통해 실제 에너지 절약효과나 온실가스 감축량을 확인해야 하고, 에너지복지 사각지대가 없는지를 끊임없이 발굴해내야 한다.
에너지복지정책은 단순한 시혜적인 정책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관리되고 설계되어야 할 복지정책이다. 이를 위한 제대로 된 입법이 만들어지고,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체계가 만들어져야만 에너지 불평등을 해소하고 모든 사람이 에너지 안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