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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알뜰주유소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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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주유소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류지민 머니투데이 기자

알뜰주유소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치솟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지난해 말 정부가 의욕적으로 도입한 알뜰주유소 정책과 관련해 최근 국내유가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실효성 논란이 거세게 불거지고 있다. 유가정보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96일 기준 국내 평균 휘발유가격은 전날보다 리터당 0.39원 오른 2026.29원을 기록했다. 지난 716일 리터당 1891.86원으로 저점을 찍은 이후 52일 연속 상승한 것이다.

더군다나 알뜰주유소 확대를 위해 올해에만 벌써 수십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상태여서 세금만 낭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알뜰주유소 운전자금 보증 및 외상거래 자금, 시설개선 자금 지원 등에 올해 79억원의 예산을 할당하고 현재 예산의 73%57억원을 집행한 상태다.

알뜰주유소 논란의 핵심은 '가격'이다. 소비자에게 저렴한 기름을 공급하는 한편 주변 주유소 가격의 안정화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에서 출발한 만큼 실제 기름을 싸게 팔고 있는지 또는 기름값 인하 효과가 있는지가 존재 의의의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이채익 의원은 지난 731일 한국석유공사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전국 15(제주도 제외) ·도 중 10개 시도에서 알뜰주유소의 기름값이 무폴(무상표 자영주유소)주유소의 가격보다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하며 알뜰주유소 실효성 논란에 불을 붙였다.

국회에서 알뜰주유소의 판매가격이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알뜰주유소 기름값이 정부의 홍보만큼 저렴하지 않다는 불만이 계속 제기돼 왔다.

실제 소비자시민모임이 97일 서울 지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을 비교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서울 시내 휘발유 가격이 가장 싼 상위 13개 주유소 가운데 알뜰주유소는 두 곳에 불과했다.

정부가 주장하는 주변 주유소 기름값 인하 효과도 불확실하다. 서울 시내에서 알뜰주유소 2개가 위치한 광진구의 경우 97일 기준 휘발유 판매가격이 리터당 1990원 이하인 주유소가 11곳이나 돼 알뜰주유소 효과를 보여준 반면 서초구나 서대문구, 금천구 등은 알뜰주유소가 있음에도 리터당 1990원 이하로 판매하는 주유소가 아예 없거나 1~2곳에 불과했다.

결국 정부는 다급히 논란 진화에 나섰다. 85'자영 알뜰주유소와 무폴주유소 가격 비교' 자료를 내고 "전국 월별 판매가격 평균을 비교해 볼 때 어떠한 경우에도 자영 알뜰주유소가 무폴보다 저렴"하다고 반박한 것.

지경부는 고속도로 주유소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좀 더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무폴주유소와 자영 알뜰주유소만을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무폴 주유소와 자영 알뜰주유소의 월별 전국 판매 가격 평균을 비교해 보면 자영 알뜰주유소가 12~27원 낮은 가격을 꾸준히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쟁 유발로 인한 기름값 인하를 알뜰주유소의 긍정적 효과 중 하나로 꼽았던 정부가 "경쟁이 없는 지역에 위치한 알뜰주유소는 비쌀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궁색한 변명이라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알뜰주유소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농협 알뜰주유소(623개중 357)를 제외하고 가격을 비교한 것은 정부의 주장에 유리한 대로만 해석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경부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농협 알뜰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계속해서 무폴 주유소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알뜰주유소의 판매가격이 기대만큼 저렴하지 못한 이유는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는 기존 정유사들이 주 고객인 폴사인 주유소의 반발을 우려해 알뜰주유소와 일반 주유소 간 공급가격에 큰 차이를 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폴사인 주유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삼성토탈의 공급량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월 35000배럴로 알뜰주유소 공급물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토탈의 공급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기존 정유사에 대한 알뜰주유소의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석유공사가 하반기 중 20만 배럴의 휘발유를 직접 수입해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알뜰주유소 보급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현재 9개에 불과한 서울지역의 알뜰주유소 확산을 위해 국회 내 알뜰주유소 설치를 추진 중이다. 아울러 하반기에만 추가로 7개의 알뜰주유소가 서울 시내에 개점 예정이다.

한편 알뜰주유소 정책은 주유소 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정부의 알뜰주유소 확대로 인해 기존 주유소들이 고사 상태에 빠졌다며 724일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었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폐업한 주유소 수는 174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124)보다 40%이상 증가했다. 폐업 주유소 수는 2008101, 2009109, 2010127개 등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으나 지난해부터는 205개에 이어 급증하고 있다.

주유소 업계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지난해 정부가 주유소 간의 경쟁을 본격적으로 유도하면서부터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도입된 알뜰주유소 정책이 주유소 간 출혈경쟁을 불러일으킨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주유소협회 측은 공영주차장 알뜰주유소 설치 등 정부가 계속해서 알뜰주유소 확산 정책을 고수할 경우 동맹휴업도 불사한다고 강경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정부는 원만한 협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로 주유소협회 측과의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경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알뜰주유소를 1000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은 변함없이 추진할 예정"이라며 "알뜰주유소가 기존 주유소 업주들에게 피해가 아니라는 것을 계속해서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와 알뜰주유소의 실효성 논란, 기존 주유소들과의 마찰 등으로 난관에 봉착한 알뜰주유소 정책이 효과적인 유가안정대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되고 균형 잡힌 정책 추진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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