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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칼럼] 시너지가 에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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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지가 에너지다




박민식 한나라당 의원


image  지난 몇 세기 동안 세계경제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농업중심사회에서 공업사회로의 이행, 흔히 말하는 산업혁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발전 속도는 다방면에 걸쳐 이전에 비해 급속히 빨라졌고 그 이면에는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가 있었다.
특히 석유의 경우는 작금의 시기를 ‘석유문명시대’라고 표현할 만큼 인간생활의 의식주 향상에 기여한 바가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금의 경제적 성장, 특히 철강과 조선 그리고 석유화학분야에서 세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1970년대 남동임해를 중심으로 한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기인한 것이고 그 이면에는 석유의 공급이 원활히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석유는 전후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했지만 전적으로 수입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우리에겐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1970년대와 1980년대 두 번의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우리나라는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경문제 또한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여야만 하는 큰 원인으로 대두되었다. 특히 2005년 2월 온실가스 배출 억제와 관련한 기후변화협약인 교토의정서가 발효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의 이용 절감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한 편,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유도, 현 정부가 저탄소녹색성장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연유도 바로 이런 사실들에 기인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에너지로써의 화석연료를 한정해서만 바라봐도 2007년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량은 연간 2억 2,220만 TOE로 세계 10위이고 그중 화석 에너지 의존도는 1억 8,190만 TOE로 전체의 81.9%에 해당한다. 출처: IEA, 「Energy Balace of OECD/NON-OECD Countries」2009
 원자력 에너지까지 제외하면 화석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다는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0.4%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에너지 다소비산업은 국가 총 에너지소비의 38%, 제조업 에너지 소비의 80%를 차지하며, OECD 평균 22%를 상회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좋던 싫던 살기 위해선 석유 없이 살 수 없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국가적으로 총력을 기울여 박차를 가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성과가 미미하고 경제성마저 떨어진다.  결국 현재로써 가장 실현가능한 최선의 방책은 화석연료를 적게 사용하되,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굳이 정부가 단순한 ‘녹색성장’이 아닌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야기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사실 쉽지 않다.




화석연료를 적게 사용하되,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법 모색해야

이미 국내 관련 업계의 에너지 효율성은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2008년 IEA가 내놓은 국가별 에너지 저감 잠재량 비교 자료를 보면 철강은 전 세계 12개국 중 2위, 석유화학산업은 14개국 중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이는 추가적인 에너지 감축여력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결국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얼마 전 모 정유회사가 내놓은 광고 속 문구, ‘아스팔트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찾았습니다’가 귀에 맴돈다. 이는 일종의 자원순환, 재활용 개념인데, 우리는 여기서 더 나가 이업종간의 유기적인 네트워크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즉, 시너지를 에너지로 만드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다.

  철강과 석유화학, 발전산업 등은 제품 또는 에너지를 생산, 소비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부산물과 열, 스팀 등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동시에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도 존재한다. 따라서 기업 간, 산업간, 이업종간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경우 국가 산업 전체의 에너지 효율 극대화는 물론 원·부자재의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기업 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당면한 온실가스 저감, 에너지 고효율화 문제에 대해서도 공동 대응이 가능할 수 있다.
해외에선 이미 이를 위한 노력들이 진행 중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00년부터 개별기업이 수행하기 어려운 정유, 석유화학단지 전체의 에너지 효율성을 제고하는 기술개발을 지원하기로 하고, ‘석유화학단지 고도화 연구조합(RING)'을 설립, 2009년까지 3차에 걸쳐 산업단지의 협업화를 통해 단독기업으로 한계가 있는 제조 규모의 확대, 제조공정의 효율화, 제조원가의 절감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정유와 석유화학단지 경쟁력 강화 및 원료활용 최적 활용을 위한 BASF사의 “Over-The-Fence Integration"프로젝트(텍사스주의 Freeport에서 루이지애나주 Geismar까지 파이프라인을 연결)사례와 Exxon Mobil의 Baton Rouge Refinery 센터에서의 정유정제 부문과 석유화학간의 고도화 Integration 사례 등이 있다.
유럽의 경우는 2000년 초 EU 정상들이 주창한 리스본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유럽을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연결, 생산체제 및 물류 시스템 통합을 통해 투자 및 운영을 공유하고, 정유, 석유화학회사 간 Integration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직 그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기업 간, 산업간 협력을 계획하거나 추진 중에 있다. 지난 2002년에는 SK에너지가 산업폐기물 소각처리업체인 코엔텍의 잉여 폐열을 재자원화, 울산 단지내 스팀공급사업으로 활용한 사례가 있고, 2009년의 경우 삼성토탈의 부산물(C4혼합물, 연간 7만톤)을 GS칼텍스의 화학제품 원료로 재활용한 사례가 있다. 이를 통해 각각 연간 80억원의 에너지 비용절감 및 소각설비의 탄소감축효과와 부산물의 고부가가치화로 연간 120억원의 추가 수익을 발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와 관련한 논의는 이미 산업단지의 Green Transformation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업계나 학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녹색산업단지라 함은 환경과 경제가 공존하는 자원 순환형, 환경 친화형 산업단지를 의미한다. 이는 기업 간, 산업 간, 특히 이업종 간의 에너지 순환 및 경제, 환경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미래형 상생협력단지이기도 하다.
아직 확실한 파급효과를 예상하기는 힘들지만 철강 및 석유화학산업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를 이러한 방식을 통해 10%만 절감하더라도 연 3.5조원(국가 총 에너지소비의 3.8%)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생산효율이 5~10% 향상되어, 에너지소비가 15~20% 및 탄소 발생을 25~30%까지 감축시킬 수 있다고 한다. 기술의 산업화 후 철강 및 석유화학산업에 있어 년 2,000명 가량의 고용창출 또한 가능하다고 한다. 저탄소녹색성장국민포럼 에너지효율분과 1/4 분기보고서
  
결국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좋던 싫던 살기 위해선 석유를 써야만 하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너지는 곧 또 다른 에너지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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