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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녹색성장을 지향할 수 있는 최적의 유류세제 도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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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을 지향할 수 있는 최적의 유류세세 도출해야 

김형건 | 에너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일반적으로 유류세는 휘발유, 경유, LPG(부탄)와 같은 수송용 연료에 부과되는 관련 세금을 함께 지칭하기 위해 사용된다. 유류세는 수송용 연료의 최종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국제 유가가 들썩일 때마다 많은 소비자들의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요지는 우리나라의 현행 유류세가 너무 높은 수준으로 서민층의 가계 부담과 산업계의 비용부담 등을 고려하여 이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원론적인 측면에서 가격과 비용 측면만을 고려하였을 때 유류세 인하는 가계의 지출 부담을 경감하여 소비를 활성화 할 뿐만 아니라 생산자의 원가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수가 있다. 하지만, 수송용 연료는 차량 운행을 통해 배기가스를 배출하고 혼잡비용 등의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유류세를 부과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세수의 확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사회적 비용을 시장가격을 통해 교정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현행 유류세의 적정성이나 인하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류세를 통해 교정해야 되는 사회적 비용과 이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유류세의 이론적 배경

수송용 연료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수송용 연료의 소비가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배기가스 배출로 인한 환경오염이나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한 도로혼잡은 연료소비가 야기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비용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 비용은 수송용 연료의 소비자뿐만 아니라 이를 소비하지 않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까지 감수해야 한다. 이는 수송용 연료의 소비자가 우리가 함께 누리고 있는 대기환경이나 도로의 사용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서 시장에서의 연료가격이 개인의 한계비용을 반영하는 반면 사회적 한계비용은 반영하고 않는다는 데에 그 원인이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시장에서의 소비자는 이와 같은 사회적 한계비용이 가격에 적절히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최적화 결정을 내리게 되고 사회적으로는 적정수준 이상의 과소비라는 결과를 유발하게 된다.

유류세는 이와 같은 사회적 한계비용을 유류제품가격에 추가적으로 부과됨으로서 유류 소비자가 사회적 한계비용과 동일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여 사회적으로 최적화된 소비수준을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므로 최적의 유류세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유류 소비로 야기되는 사회적인 피해비용과 한계비용을 산출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다.

최적의 유류세를 도출하기 위해 고려되어야 하는 또 다른 점은 유류세가 유류라는 특정 재화에 부과되는 상품세의 일종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세수확보가 불가피하고 정액세의 부과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감안하였을 때 최적 상품세 결정의 중요한 원칙으로 거론되는 두 가지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품에 대해 보다 높은 세금을 부과하여야 한다는 램지원칙(Ramsey Rule)과, 여가와 보완적 관계가 강할수록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반면 노동과 보완적 관계가 강할수록 낮은 세금을 부과하여야 한다는 콜렛-헤이그원칙(Corlett-Hague)이다.

램지원칙은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행태변화가 클수록 이로 인해 야기되는 시장의 왜곡이 커지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작은 재화에 상대적으로 높은 세금을 부과해야 세금으로 인한 시장의 자중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리고 콜렛-헤이그원칙은 생산 활동에 기여하는 노동에 대한 세금을 최소화하여 개인의 생산 활동을 최대한 유인하기 위해 적용되는 경제적 근거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이론의 관점에서 최적의 유류세제가 책정되기 위해서는 국내 소비자들의 유류소비에 대한 가격탄력성과 자동차의 운행이 여가시간에 미치는 정도를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사회적으로 이상적인 유류세를 부과하기 위해 고려되어야 될 또 다른 점은 유류세의 형평성이다. 형평성의 측면에서 볼 때 유류세는 소비자의 소득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소득이 많은 소비자일수록 세금의 부담이 적어지는 역진적인 성향을 가지게 된다. 이와 같은 형평성 측면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 성향을 통해 소비자의 소득수준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자동차에 대한 세금과의 연계를 고려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유류세 체계와 개선방향

현재 우리나라의 유류세제는 주요 수송용 연료인 휘발유, 경유, LPG(부탄)의 특성을 고려하여 차별 부과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연료별로 살펴보면, 휘발유와 경유에는 리터당 475원, 340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가 각각 부과되고 교통·에너지·환경세의 26%, 15% 해당하는 금액이 각각 주행세와 교육세로 추가 부과된다. LPG(부탄)에는 킬로그램 당 290원의 개별소비세가 부과되고 개별소비세의 15%에 해당하는 교육세가 추가로 부과된다. 이와 같은 현행 유류세 체계는 여러 세목의 세금이 중복 부과될 뿐 아니라 구조가 복잡하여 불필요한 세정비용을 초래하고 수익자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최근 현행 체계를 보다 단순화하기 위해 세제 개편이 추진 중에 있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유류세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유류소비로 인한 사회적 비용, 연료소비의 가격탄력성, 노동시간과의 교차탄력성 등 많은 경제적 변수들을 산출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 변수들을 정확하게 산출하여 유류세로 부과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최적 유류세 도출의 어려움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유류세가 과도한 수준이라는 주장들은 거의 대부분 주요 선진국이나 OECD 회원국의 평균 유류세를 주요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가 간의 경제적 사회적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근거로서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유류세 수준을 평가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해외의존도가 높고 에너지소비가 많은 업종들이 산업의 주를 이루고 있어 외부의 유가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들은 탄소세나 환경세의 도입을 통해 유류세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대내외적 에너지환경 속에서 국가 간의 단순 비교만을 통해 유류세를 인하하자는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현행 유류세제가 최적의 수준으로 부과되고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현재의 유류세제는 2005년 2차 에너지세제개편을 위해 평가된 휘발유, 경유, LPG(부탄)의 환경비용, 혼잡비용 등을 바탕으로 책정된 것이기 때문에 이후의 대내외적 환경변화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 진행된 자동차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연료 품질의 개선에 따라 연료소비로 인한 환경적 비용이 크게 감소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던 경유차는 후처리장치 부착과 경유품질의 향상 등으로 인해 오염물질의 배출량이 크게 감소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 비용의 감소로 인해 현행 유류세에 내재화 되어 있는 한계비용은 다소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이산화탄소의 배출로 인한 비용은 그간의 유류세제가 반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회적 비용이다. 향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경제적 비용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를 대한 사회적 한계비용은 추가적으로 반영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현행 유류세제는 특정계층 및 용도에 대한 보조금 지급, 차량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 등 연료가격의 시장조정 능력을 저해하는 많은 제약요인들을 여전히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후변화와 고유가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의 경제 환경을 준비해나가야 하는 현 시점에서 일시적인 유가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유류세제의 일관성을 훼손하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여 현행 유류세제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들을 단계적으로 보완하고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녹색성장을 지향할 수 있는 최적의 유류세제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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